치열해진 미·중 스파이 전쟁
미국 뉴욕 타임즈는 지난 21일 "중국 정부가 CIA의 중국 내 정보 활동을 붕괴시키기 위해 2010년부터 총력을 다해 움직였다"며 "2010~2012년까지 CIA 정보원 20여 명을 붙잡아 이 중 10명을 죽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내 정보원 20여 명이 피살되거나 투옥당했다는 뉴욕타임스(NYT) 이런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에서 중국 스파이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AFP에 따르면 미국 LA에 사는 중국계 여성 케이시 첸(32·중국명 천쓰)이 수출이 금지된 우주통신 설비를 수년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23일(현지 시각) 기소됐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수출 허가를 받지 않고 군용 방해전파 발신기 부품과 우주통신용 기기를 밀반출하고, 이 과정에서 운송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FP는 "첸은 돈세탁, 이민 신청 서류 허위 기재, 위조 여권 사용 등 총 1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며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휴스턴에서는 중국 기업에서 돈을 받고 미국 기업의 기포강화 플라스틱 관련 기술을 빼돌리려 한 미국인 4명과 중국인 2명 등 7명이 24일 현지 법원에 기소됐다고 CNBC가 보도했다.
미·중 스파이 전쟁은 중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미 당국이 적발한 중국 간첩 총 154명 중 절반 이상이 2010년 이후 적발됐다.
이 중에는 2010년 CIA 요원 선발 시험에 응시했던 글렌 더피 슈라이버(28) 사건도 포함된다. 미시간 출신 백인인 슈라이버는 중국 유학으로 익힌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CIA 전형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CIA의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에서 극도로 긴장하더니 갑자기 지원을 취소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는 몇 개월 뒤 중국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 CIA에 침투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뉴스위크는 "과거 중국계 미국인을 유인하거나 협박해 미국 정보기관에 침투하려 했던 중국 국가안전부가 비(非)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을 스파이로 포섭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고 했다.
중국도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방첩법(2014년), 국가안전법(2015년), 반테러법(2015년) 등을 만들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 스파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매년 4월 15일을 '안보교육의 날'로 지정해 전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방첩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 단위 간첩 신고 전화를 개통하고, 간첩 신고 보상금을 최고 50만위안(820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