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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내 파운드·엔 제친다" 위안화의 패권 야욕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지로 중국의 최전성기인 당나라 시절 장안으로 불리던 시안. 이곳에 내륙항을 표방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带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물류 중심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시안 국제항무구(国际港务区)에는 수많은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특히 시안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철도를 따라 운행되는 장안호(长安号) 주변에는 수출입용 자동차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서 있어 이곳이 서쪽으로 향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거점임을 실감케 한다.

육상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서부지역의 경우 각 지방정부들이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고 서로 주장하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는 2049년까지 35년간 지속되는 일대일로는 총 65개국, 인구 44억명, 경제 규모가 21조달러(약 2경3570조원)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을 만들어 G2(주요 2개국, 미국·중국)를 넘어 G1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꿈을 담은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일대일로와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은 미국 달러화와의 본격적인 통화 패권 경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일대일로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AIIB는 초기자본금 1000억달러 중 중국이 297억8000만달러를 출자하면서 25~30%의 지분을 확보해 사실상 주요 의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올해 연말부터 본격 업무를 시작하는 AIIB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일대일로를 완성하고 연선국가들과의 금융협력을 강화해 위안화 국제화를 이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적인 출발로 탄력을 받으면서 각 지방정부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었다.
시안의 서부현대물류산업발전연구원의 쉐위퉁 부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일대일로 계획은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 대한 인프라 개발 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금융·문화적인 교류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 같은 점에서 역사·문화도시인 시안은 물류뿐만 아니라 문화거점 도시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2020년까지 약 8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중 68%(5조4000억달러)는 신규 수요이며 에너지·전력과 도로부문이 각각 전체의 51%, 29%로 가장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중국 민생증권은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일대일로 관련 중국의 총투자 규모가 1조400억위안(1660억달러)이며, 이 중 올해 4000억위안(645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위안화로 제공하고 연선국가들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위안화 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이들 국가 및 기업, 금융기구의 위안화 채권 발행을 유도키로 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은 AIIB를 비롯해 브릭스개발은행(NDB), 상하이협력기구(SCO), 실크로드기금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