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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이중성

최근 중국 경제는 침체와 양호한 상태가 공존하는 이중구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장비 제조, 자원 채취, 건설 분야는 불황인 반면 여행과 외식, 전자상거래 같은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경제 양극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10월 1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그 중 하나다. 9월 제조업 PMI는 2개월 연속 50미만을 기록해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을 포함하는 비제조업 PMI는 53.4로 지난 수년간 그래왔듯 경기 확장을 보여주었다.


양극화 현상은 지리적으로도 뚜렷하다. 중국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는 국유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지역이다. 투자리서치 전문기업 게이브칼의 앤드류 밧슨과 첸 롱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세 개 성(省)의 명목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북동부의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 그리고 서부의 산시성이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근로자가 많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와 남동부 일부 성은 여전히 7.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희비가 엇갈린 중국의 경제상황은 미국 기업들의 엇갈린 실적을 설명해준다. 건설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 같은 기업은 최악의 중국 매출을 보고한 반면 나이키, 애플, 스타벅스 같은 기업은 지금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철강과 광산업계 종사자들은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조일지 모르지만 전문직 도시 근로자들은 여전히 스니커즈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소비분야가 경기침체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일례로 맥주 판매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지리적으로 차이가 난다. 중국 최대 맥주 양조회사들이 포진한 북부와 북동부는 일인당 맥주 소비량이 나머지 지역에 비해 62%나 높다.

중국 산업생산 둔화는 새로운 성장모델로의 전환을 꾀하는 정부 노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정책적 실책이 반복된 탓에 전환과정은 험난했다. 호황기에는 철강에서 자동차까지 많은 산업 분야에서 과잉생산이 허용됐다. 중국에서 합병이 어려운 이유는 다수의 업체들이 지역 정부 소유이거나 보호 아래 있기 때문이다.
건설 분야도 마찬가지다. 과잉건설된 아파트들은 이제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택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그렇지 못하다. 입주자 없는 텅 빈 아파트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광부와 철강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려면 신규 건설이 진행되야 한다.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리스크가 확산될 위험도 있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지방 정부 디폴트 사태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에 정치적 이유까지 더해져, 중국 정부는 러스트벨트의 몰락을 방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침체된 지역에 대한 인프라 및 경기부양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생산능력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구 산업(old industries)은 앞으로도 삐그덕거릴 것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두 얼굴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