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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의 나라, 중국

모레 18일 개최예정인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중국당국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를 핑계로 인터넷망 감시와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올 연초부터 중국은 인터넷 통제에 나서 VPN(가상사설망) 서비스 업체들에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미승인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통제를 시행했다.

중국은 구글과 페이스북, 뉴욕타임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일부 외국사이트들을 인터넷 감시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해 접속차단해 왔는데 VPN서비스는 이런 만리방화벽을 우회해 문제의 사이트들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에 불리한 소식을 전파할 수 있는 중국내 거의 유일한 매체인 개인 소셜미디어(SNS·自媒体)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 국가왕신판(国家)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텅쉰(騰迅·텐센트)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신랑(新浪·시나닷컴)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바이두(百度)의 티에바(贴吧)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사들을 최근 무더기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 업체들의 SNS 서비스인 위챗·웨이보·티에바에서 폭력과 유언비어, 음란물이 나돌아 국가 안전·공공 안전·사회 질서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 역사에서 권력교체기에는 요언(谣言)이라고 하는 각종 루머가 정권을 흔들기도 하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루머에는 민의가 들어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이 루머 관리에 특별한 신경을 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중국 최초의 유언비어 사건은 주나라에서 나타난다. 주를 창건한 무왕(武王)이 죽자 그의 어린 아들이 성왕(成王)이 되고 무왕의 둘째 동생 주공 단(周公 旦)이 섭정을 하게 된다. 무왕의 나머지 동생들은 주공이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려고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반란을 일으켰다.

유방이 한나라를 세운지 200년이 지나 왕망(莽)이라는 루머의 달인이 나타난다.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나 그의 고모가 원제(元帝)의 황후가 되면서 황후의 아들 성제(成帝)가 즉위하자 황후의 오빠이면서 왕망의 백부 왕봉(王鳳)이 대사마가 되면서 실권을 잡았다.

총명한 왕망은 왕봉의 신임을 받았다. 왕봉이 죽자 백부의 뒤를 이어 38세에 대사마가 된 왕망은 황후 족벌인 왕씨 집안을 이끌고 나가는 실력자가 되었다. 성제가 죽고 그의 조카 애제(哀帝)는 즉위하자마자 외척 왕씨집안을 멀리한다. 왕망은 일시 세력을 잃었으나 애제가 죽자 쿠데타를 일으켜 다시 대사마가 되고 아홉살난 평제(平帝)를 옹립하고 자신의 딸을 황후로 보낸다, 그의 야심은 평제마저 독살하고 두살된 유영을 다시 옹립하여 자신이 섭정하면서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하였다.

그 무렵 "왕망은 황제가 되라"고 쓰여진 바위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새 황제의 출연을 의미하는 우물이 발견되었다. 왕망이 만들어 퍼뜨린 루머는 민심을 현혹하였다.

왕망은 하늘의 뜻이라면서 유영을 몰아내고 스스로 황제가 되고 국호를 "신(新)"으로 바꾸었다. 그는 유교 경전을 근거로 개혁정치를 시도하였으나, 민심을 얻는데 실패하였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수도 장안(长安)에서 이상한 루머가 다시 돌기 시작하였다. 하늘에서 내려 온 " 황룡이 큰 산에 부딪혀 죽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황룡을 보겠다고 몰려 다녀 나라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황룡은 물론 황제 왕망을 말한다.

왕망은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색출한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죽였다. 그러나 루머의 진원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민심은 왕망을 떠나고 그를 찾아 온 것은 전국 각지에서의 반란과 측근의 배신이었다. 왕망은 자신의 황궁에서 피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루머로 천하를 얻은 왕망은 15년 만에 루머 때문에 천하를 잃은 것이다. 왕망의 죽음이후 유방의 후손인 유수(秀)가 즉위하여 한을 이었다. 왕망이후 중국의 역대 황제들뿐 아니라 현대의 중국 지도자들이 루머관리와 인터넷 통제에 더욱 힘을 쏟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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