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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덤핑 저가여행




최근 우이기간 중국 여행업계는 한 가이드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5월 2일 윈난성의 한 여행사의 가이드가 여행객들에게 개인 평균 3000~4000위안(약 54-72만원)어치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양심과 교양이 없는 몰상식한 행위이며 선양 및 허난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내용의 화면이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행객이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공개된 것이다. 이 동영상 화면에서 천씨라는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4분여 동안 쇼핑을 적게 하는 단체 여행객들에게 '연휴 4일간 나와서 고생하는 나는 가족들이 없는 줄 아느냐. 물건 안사느는 사람들은 양심이 찔리지도 않느냐'며 쇼핑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모른체한 중국 여행업계의 저가 덤핑경쟁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낫기 때문이다.

원가에도 미치지못하는 저가로 미끼를 던져 사람을 모으는 상술은 중국 여행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덤핑은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서 더 활개를 친다. 재작년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가는 4일짜리 여행 패키지 비용이 380 위안(7만 원)이 채 안되는 상품으로 한국을 다녀온 장모씨. 걱정했던 강제 쇼핑은 없었다. 하지만 여행사측은 다른 조건을 붙였다. 무려 6만 위안(1,100만 원)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4개월 동안 예치하도록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사가 다른 곳에 돈을 굴린 사실을 알았지만 싼 비용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사가 파산해 도망친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섬뜩했다고 한다.



이른바 ‘저가 관광단’은 여행사의 과당 경쟁이 주요한 원인이다. 심지어 원가 보다 낮게 책정해 관광객을 모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에서 저가 관광은 1995년 무렵 태국 여행 상품에서 ‘무일푼 관광단’이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그게 점차 싱가포르·홍콩·미국·유럽 등으로도 확대됐다. 하지만 저가 관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2년 11월 중국 광둥(广东)성에서 발생해, 홍콩을 거쳐 세계로 확산된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와 관련이 깊다. 당시 ‘사스’로 쇼핑 천국 홍콩과 중국에선 관광업이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과 홍콩에 살던 주재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시절이었다. 2003년 5월 세계 보건 기구가 사스를 해제할 무렵 광둥의 한 여행사가 ‘사스 극복 도시 대행진’ 이라는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38위안, 우리 돈 만 원도 안 되는 초저가 상품이다. 이를 계기로 저가 여행 붐이 일어났고 이때부터 저가 관광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말이 '저가'지 '저가'가 아니다. 쇼핑 강요도 다반사로 일어났다.


저가 여행은 여행사가 정상적인 영업방식을 포기하는 것이다.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돈을 내주고 관광객에게 놀러 가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자선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사가 흔히 선택하는 것이 쇼핑과 리베이트다.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적으면 쇼핑 강요 행위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발생한 168건의 관광 분규를 조사한 결과 관광객 동의 없이 쇼핑가를 데려가는 쇼핑 강요 비율이 모두 60건으로 전체의 35.7%로 가장 많았다. 실례로 지난 2013년 10월 첫주인 이른바 황금주간에 중국 남부의 유명 관광지 윈난성 샹그릴라에서 한 관광 가이드가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광객을 관광버스에서 끌어내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가 하면 그해 7월엔 베이징의 한 관광가이드가 승객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쇼핑에 나서지 않자 흉기를 들고 위협하며 폭언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2013년 10월 1일, 관광시장의 질서 회복을 위해 관광진흥법에 해당하는 '신여유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저가 관광‘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국내 관광업계에서 불법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에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관광 상품의 원가는 계절과 관광지, 숙박·식사 기준에 따라 차이가 커 상품 가격만으로는 저가 상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여전히 중국 여행업계에서 저가의 유혹이 활개를 친다. 수법도 마찬가지다. 터무니없는 헐값에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뒤 관광지에서 쇼핑을 강요하거나 추가 비용, 팁을 요구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습관은 첫째로 가격이 싼 '저가 관광단'을 좋아하고 두 번째로 상품 값을 깎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동일한 관광 코스와 같은 유명 관광지 여행 상품을 접하면 어느 여행사가 상품 가격이 낮은지부터 본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윈난 관광 가이드 천 모씨는 자신에게 쏠린 비난을 의식하며 이런 말을 했다. 그녀는 만일 우리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여행사가 준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2013년 중국 관광 면허를 딴 안내원은 22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다수 관광 안내원은 여행사와 노동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경화시보에 따르면 90% 이상의 관광 안내원은 기본급이 없다. 약간의 인솔 보조금이 있을 뿐 대다수는 관광객의 소비에 의지하고 있다. 여기에 관광버스 기사들도 사회 보험을 포함해 합리적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산업 연구원이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2012년 말 현재 중국의 여행사는 2만 4,000 곳을 넘는다. 지난 1996년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5배가 커졌고 수입이 9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 업종 소득 이익률은 해마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현재 중국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이전투구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출혈, 덤핑 관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관념도 관광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저가 관광단에 참여하면 대체로 쇼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사고, 자기는 사지 않아도 된다는 요행심리로 버티는 경우가 있다. 이러다 보니 저가 관광이 판을 치고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