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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역전쟁 재개하며 ‘철원 삼각지 전투’를 불러낸 이유

'철의 삼각지'란 철원군과 김화군, 평강군을 연결하는 삼각형 지역을 가리킨다. 이 지역에 해발 1062미터의 오성산이 있고, 오성산 남쪽 기슭에 상감령(上甘嶺)이라는 이름의 해발 598미터의 낮은 야산이 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고지들이 이어져 있다. 이 지역에서는 1952년 10월14일부터 43일간 한국군과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군과 중공군 사이에 한국전쟁에서는 다시 없었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는 우리에게는 '철의 삼각지 전투'로 알려졌고, 중국측에는 '상감령 전투'로 기록됐다.
철의 삼각지 전투에서는 휴전을 앞두고, 병력 상실을 막기보다는 고지 탈환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났다. 우리 쪽 기록에는 "한미군이 1개 연대 병력, 중공군이 2개 연대 병력의 사상자가 났다"고 되어있고, 중국측 기록에는 "인민지원군 사상자 1만1500명, 한미군 사상자가 2만5000명 정도였다"고 되어있다. 당시 중공군은 상감령 일대에 지하갱도를 파서 무기와 식량을 저장해놓고 이동해다니며 한미군을 괴롭혔다. 결국은 우리 쪽 기록에도 "이 전투에서 중공군들이 상감령을 장악한 가운데 나중에 휴전이 이뤄졌다"는 표현으로 불리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측 기록에는 "조선전쟁 기간중 인민지원군이 최대의 승리를 거둔 전투가 상감령 전투"라고 되어있다. 중국공산당은 이 전투를 "영웅적인 인민지원군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선전해왔고, 자기네 초중고 교과서에 싣기도 했다. 최근 CCTV-6채널은 황금시간대 정규편성을 취소하고 한국전쟁 관련 영화를 4일 연속 긴급편성하여, 이 상감령전투를 그린 영화를 방영했다.


1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 후시진(胡锡进) 주필은 역시 자신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중미 무역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서 조선을 지원했던)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쟁은 3년여 계속됐고, 그 후 2년간은 휴전담판이 진행됐다. 그 담판에서 미국이 낮은 자세를 취한 이유가 바로 상감령 전투에서 우리가 거둔 승리 때문이었다. 우리는 당시 지하갱도 속에서 갈증을 참고, 쌀겨와 풀을 먹으며 버티던 '츠캉옌차이(吃糠咽菜)' 정신으로 싸웠다. 그런 정신이 지상의 미군을 제압하고 항미원조 전쟁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는 바탕이 됐다." 이어 그는 "이번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승리를 거두려 하고 있다. 우리가 타협을 하려 한다면 미국은 우리의 국가주권을 훼손하고 자기네 마음대로 하려 들 것이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미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축시키려 할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중국의 발전을 저지시키고 중국의 국운을 꺾어놓으려 할 것이다. 우리는 67년 전의 조선전쟁에서 미국에 승리를 거두었던 상감령 전투 정신을 되살리고, 지하갱도에서 쌀겨와 풀을 먹으며 버티던 정신을 다시 되살려 미국에 최후의 승리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고 썼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전 세계 화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사주간 아주주간(亞洲週刊)은 5월26일자 최신호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용과 독수리의 전쟁'이라고 묘사하면서, 대체로 10가지 항목에 전쟁의 관건이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이 전쟁에는 미국기업들이 중국에서 걷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이 걸려있고,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과연 미국의 국채를 언제 팔아치울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며, 중국의 글로벌화와 미국의 역 글로벌화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것인가, 또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두와 농산물에 대한 미국 농민들의 반응 등이 전쟁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주간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북한 핵문제와 대만문제,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지정학적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그런 미중 무역전쟁에서 북한이 중국을 위해 일종의 기습작전을 벌인 뜻도 있다"고 분석했다.

1950년의 한국전쟁에 중국이 개입한 이유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한반도는 중국이라는 집의 문간(家門口)에 해당한다, 집의 대문에 불이 붙으면 집안 연못의 물고기도 피해를 입기 때문(殃及池鱼)"이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설명해왔다.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불길이 언제 어떻게 한반도로 튀어올지 우리 정부는 잘 관찰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