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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스스로 세계 5대 첩보조직중 하나라는 차오양췬중(朝阳群众), 시청따마(西城大妈)

최근 베이징 공안은 웨이보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첩보 정보조직인 미국의 CIA, 러시아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 영국의 MI5보다 더 민첩하고, 유능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 공안이 세계 5대 첩보 정보조직중 제일이라고 맹칭찬하는 이 조직의 이름은 '차오양췬중(朝阳群众)' 이들 활약상을 살펴보면 주로 민가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마약, 매춘등의 적발 및 고발이다. 지난 2013년 8월 당시 11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파워블로거, 미국 국적의 쉐만즈(薛蛮子)가 한 민간 아파트에서 매춘을 하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때 경찰은 ‘차오양 군중’의 신고로 체포했다고 밝히면서 그 정체를 드러냈는데, 이후 홍콩의 스타 청룽(成龙)의 아들 팡쭈밍(房祖名)과 대만 배우 커전둥(柯震东)의 차오양 소재 고급별장에서의 떼혼음 및 마약흡입사건 그리고 중국 작가 닝차이선(宁财神), 홍콩 영화배우 장야오양(张耀扬), 인기 가수 인샹제(尹相杰) 등이 잇달아 ‘차오양 췬중’의 신고로 마약이나 매춘 혐의로 체포됐다.

‘차오양 췬중(군중)’은 인구 308만 명인 베이징 동부 차오양취(朝阳区)의 주민조직으로 우리로 치면 '반상회' 또는 '민간 자율방범대'격이다. 한편 차오양취는 베이징 시내중에서도 고급 주택들이 소재하여 유명 연예인,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 곳 주민 중 3.9%에 달하는 14만 명이 경찰의 정보원 격인 ‘차오양 군중’이다. 매달 한 차례 경찰과 회의를 하고 지시를 받는다. 신고 후 5분 안에 경찰이 출동하는 핫라인도 갖고 있다.

차오양 군중은 이미 확산 추세다. 베이징칭넨바오는 12일 오늘자로 베이징의 모든 행정구마다 차오양 군중과 유사한 조직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내 중심지인 시청(西城)구에서는 7만5000명 중 70%가 아줌마여서 ‘시청따마(西城大妈·시청구의 아줌마)’로 불리는 군중조직이 올해 72건의 테러를 사전 신고로 막았다고 한다. 살인강도·매음매춘·불법택시·불법건축·화재위험이 모두 군중조직 신고 대상이다.

지난 5월 29일 시진핑 주석이 공공안전을 주제로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한 이래 ‘차오양 군중’에 대한 찬사가 중국 언론매체에 부쩍 늘었다. 이는 군중을 군중으로 통제하는 ‘군방군치(群防群治)’ 전략으로, 과거 이민족을 다른 이민족으로 제어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또 다른 모습이다. 비록 중국의 매체들은 이들 민간인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치안활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있다고 찬사 일변도지만 홍콩의 신문 밍바오는 “당신이 베이징 차오양구에 들어서는 순간 빅브라더의 눈이 당신을 감시하기 시작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사는 71살 왕 모 여인은 동네에 새로 이사 온 한 젊은이가 수상했다. 매일 출근도 안 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동네 젊은이들과 수다를 떨기만 하고, 가장 이상한 건 그 젊은이가 매일 배달음식을 시키는데, 주문량이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왕 여인은 이 젊은이가 매번 적어도 7,8인분을 시킨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순간 이상하다는 점을 느낀 왕 여인은 경찰에 이 젊은이를 신고했다. 알고 보니 이 젊은이는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람이었고, 집 안엔 성매매 여성들이 6명이나 살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을 덮쳐 15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했고 12명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 왕 여인은 포상을 받았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한 상가에서 쇼핑을 하던 27살 이 모씨도 길거리에서 수상한 남자 3명을 목격했다. 이들이 여성 한 명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즉각 이들 3명의 사진을 찍어 경찰에 신고했다. 즉시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3인조 소매치기였다. 이들의 몸에선 훔친 휴대폰이 7대나 발견됐다.

한 눈에 범죄인을 구별해내는 명탐정 셜록 홈즈급 촉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모두 차오양췬중(朝阳群众) 단원이다. 차오양췬쫑은 베이징시 차오양구 공안당국이 운영하는 일종의 범죄인 감시단, 자경대원인셈이다. 앞서 언급한 성매매나 소매치기 뿐 아니라 전동자동차 절도, 마약사범 등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면 이들은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이 신고로 인해 범죄자가 발각되면 1건당 300위안(약 5만원)에서 500위안(약 8만4천원) 정도의 포상도 받는다.

차오양췬중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나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다. 참여 정도나 공산당원 여부에 따라 보통 5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활동을 한다. 어떤 사람은 아예 제복을 입고 활동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팔에 완장을 두르고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차오양췬중인지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활동한다. 때문에 특별히 티 내는 사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누가 차오양췬중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차오양구 공안당국이 밝힌 차오양췬중의 규모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4만여 명. 면적이 470.8㎢인 차오양구엔 350만명이 살고 있으니까, 1㎢ 당 300명의 감시원이 활동하는 거고, 차오양구 거주민 25명 중 1명이 차오양췬쫑으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차오양구 공안당국은 2017년 지난 일년간 차오양췬중으로 활약하는 사람들로부터 2만건이 넘는 정보를 제공받았고, 이 중 8,300건의 범죄 정보를 통해 370건을 사건화했으며, 25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런 범죄 단속 결과에 고무된 공안당국은 차오양췬중 전용 모바일앱도 개발했다. 앱을 통해 보다 쉽게 경찰과 연락할 수 있게되자 차오양췬중 가운데 경찰과 비교적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 7만명에 육박하고, 신고 건수도 한 달에 2만 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년에 2만건인 신고 건수과 단순 비교해보면 12배나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의 활약에 고무된 베이징 공안당국은 베이징시 차오양구 이외의 다른 구에서도, '시청따마(西城大妈)', '하이겐왕요우(海淀网友)', '펑타이췐다오두이(丰台劝导队)' 등을 계속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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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범죄 신고가 많으면 많을 수록 그만큼 범죄 검거율이 높아지니, 공안당국으로선 이런 분위기를 계속 활성화 시키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범죄 검거 성과만 놓고 본다면, 이런 감시단을 계속 확대 운영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범죄 신고에 이어지는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개인의 인권침해는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포상을 받겠다는 목적성 심리를 깔고 있는 시민이 단순한 느낌이나 촉만으로 범죄 신고를 한 뒤 공권력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는 충분히 개연성이 크다. 특히 이런 인권 침해 개연성은 한 달에 2만건에 달하는 폭발적인 범죄 신고 증가량에 비례한다.

요즘 베이징을 포함 중국 전 지역에선 인터넷 기술의 초광속 발달로 인한 감시 통제사회에 대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심 속 수많은 감시카메라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산당이 모든 독점하고 있는 중국 특색의 사회 구조는 현대판 빅브라더 사회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가뜩이나 중국 인민 입장에선 어디 숨쉴 곳조차 찾기 힘든데, 한 집 걸러 한 사람씩 인간 감시단까지 활동하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