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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는 시황제의 즉위식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매 5년 마다 소집하는 정치행사다. 당대회에서는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그간 업무 보고를 청취·심사하며 위원을 선출하고 당의 중대 문제를 논의해 결정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정당인 중국 공산당의 당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8944만7000명이다. 이번 19차 당대회에는 당원 중 2287명의 당대표(대의원)가 참석한다. 이들이 370명 안팎의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을 뽑는다. 중앙위원 중 20~30명만이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택받으며 이 중 7명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해 '별'을 단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이후 시대에 따라 당의 성격이 수차례 바뀌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21년 7월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내에서 공산주의만이 쓰러져가는 조국을 구하는 길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당시 1차 당대회는 당원 57명을 대표한 13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밀리에 열렸다. 18일 열리는 19차 당대회 당원이 9천만명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숫자다. 더구나 중간에 회의 장소가 발각돼 일부가 체포된 뒤 나머지는 도주해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의 난후(南湖) 호수 중간에 배를 띄워 놓고 회의를 마쳤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민족자존, 민족해방이었다. 안으로는 봉건주의 밖으로는 일본제국주의가 그들의 적이었다. 그 후 일본이 패망 물러가자 "타도 장개석"을 내걸고 인민을 다시 한 번 단합시킨다. 당 대회는 군벌 정부의 탄압과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와의 갈등 등으로 상하이(1, 2, 4차 개최) 이외에 광저우(廣州·3차), 우한(武漢·5차) 등에서도 개최됐다. 1928년 6월 6차 당 대회는 국민당 정부의 단속 등을 피해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항일 전쟁과 국민당 군대와의 전투 등으로 7차 당 대회는 6차 이후 17년 만인 1945년 4월에야 개최됐다. 장소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의 산골인 양자링이었다.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성립 이전에는 한 차례도 베이징에서 열지 못했으나 1956년 9월 8차 대회 이후부터는 줄곧 베이징에서 열렸다. 문화대혁명(1966∼1976년)의 혼란 때문에 불규칙하게 열리던 당 대회는 1977년 8월 제11차 대회 이후부터 5년마다 규칙적으로 열리고 있다. 
1982년 12차 당대회 개막사에서 덩샤오핑은 처음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천명하고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실시했다.

당 최고지도자가 두 차례 임기 동안 총 10년 집권하는 모델도 확립됐지만 후야오방이 총서기에서 해임되는 등 승계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이어 1989년 천안문사태 후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점쳐졌던 자오쯔양이 돌연 실각하고 장쩌민이 총서기로 등장했다.

14차 당대회에서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회수가 7차례로 확정되며 당대회가 제도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4차 당대회부터 2002년 16차 당대회까지는 덩샤오핑의 설계대로 각각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한 지도부가 수립됐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취임해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재임하며 집권 2기를 맞게된다. 중국 공산당 자체적으로는 19차 당대회 5년기간동안 2019년 공산당 집권 70년에 이어 2021년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있어 '집대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19차 당대회의 주연은 단연 시 주석이다. 시 진핑주석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라 사실상 1인 절대 권력 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1인 독재를 제어하는 장치로 집단 지도 체제를 표방해왔다. 현재 7명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서로 권력을 나눠 갖고 협력과 경쟁 관계 속에서 국정 운영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를 기점으로 집단 지도 체제는 약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최고 권력 기관인 공산당을 비롯해 군ㆍ정까지 3권을 장악한 데다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 운동으로 절대 권력의 기틀을 다져왔다는 평가다.

시 주석으로 권력이 한데 모이는 것에 대해 서구 언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14억명의 중국인에게 견제받지 않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이 중국 정치의 뉴 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일 수 있지만 정상적이지 않을뿐더러 위험하다"면서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력 공백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