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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기업 사업재편 가속

중국 현지 ‘투자 지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통 제조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투자 유치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어서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본거지를 옮기는 탈(脫)중국을 추진하는 대신 바이오·정보기술(IT) 기업들은 새로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등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 재편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해 1~10월 중국 제조업에 대한 해외 자본 투자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증가했다. 이 중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분야는 22.9% 증가했다고 삼일회계법인은 분석했다. 전자 및 통신설비, 컴퓨터 및 사무용 설비, 의료기기 등이 대표적으로 중국 투자가 늘고 있는 분야로 꼽혔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 광둥성 지역에 신규 설립된 외국 업체는 주로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로지, 스마트 로봇 등 기술력 있는 정보통신기술 업체가 대부분”이라며 “사카이 SIO, 소니 등 추가로 투자를 단행한 기업도 정보통신 분야의 강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고부가가치 분야 육성을 위해 한국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 중국팀이 최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정부의 초청을 받아 ‘해외투자 장려정책 간담회’를 연 것도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의료건강산업을 도시개발 기획의 핵심산업으로 지정한 웨이하이시는 이 분야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무료 토지 제공 △토지사용세 면제 등 세금 혜택 △대출지원 및 2년간 이자 면제 △인프라 투자금액의 10~15% 현금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회림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바이오 및 제약산업, 4차산업 등의 경우 지역별로 해외 투자기업에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웨이하이시도 국내 회계법인들이 한국 기업과 중국 간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통 외국 제조업체의 중국 철수 현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 아사히그룹이 칭다오맥주 지분을 포선그룹에 매각했고, 한국 이랜드그룹도 2016년 티니위니를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들은 중국 진출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한 회계법인은 지난해 한국 상장사인 A사의 중국 사업장 철수 자문을 맡았다. A사는 현지 직원 500여 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매각 사실이 알려질 경우 파업 등 직원들의 동요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자문을 맡은 회계법인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 3일 이내에 매수자가 대금 지급을 완료하도록 해 매도자 리스크를 줄이고, 직원 보상 방안을 사전에 확정해 거래를 잡음 없이 종결시켰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탈중국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를 인수할 마땅한 현지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하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사업한 업체들은 세금에 대한 부담도 크다. 현지 노동자에 대한 보상 문제도 걸림돌이다. 중국 사업장에 있는 토지를 매각할 때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철수에 애를 먹는 요인 중 하나다.

“중국 현지 대관업무와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짜는 일 등 중국 철수에 고려할 상황이 많다”며 “중국에서 철수를 결심했다면 분쟁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