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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시성(山西省)의 추락


2014년 한 해 동안 산시성(山西省)의 최고 지도부인 중국 공산당 산시성 위원회 상무위원 13명 가운데 5명이 비리혐의로 낙마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상무위원은 아니지만 부성장까지 합치면 낙마 고위간부는 7명으로 늘어났다. 산시성 1인자로 공청단 출신으로 한때 차세대 주자로 손 꼽히던 위안춘칭(袁纯清)서기는 중앙의 한직으로 가고 대신 지린성 서기 왕루린(王儒林)서기가 부임했다. 리펑 전 총리 아들인 리샤오펑 성장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중국 북부 산시성(山西省)은 대표적인 석탄 산지이다. 그러다보니 탄광업주와 간부들과의 정경유착이 원래 심했던 지역이었다. 산시성의 정경유착은 워낙 소문이 자자하다. 이를테면 시산(西山)회라는 은밀한 모임이 있다고 한다. 베이징 서쪽에 있는 시산에서 장소를 바꿔가며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손님은 산시성 출신 당 중앙위원과 후보중앙위원 이상 고위 간부만 참석할 수 있다. 물주는 산시성 출신 탄광 주인들이다. 말이 주인이지 엄청난 부를 갖고 있는 억만장자들이다. 참석자들은 비서 대동은 물론 휴대전화도 갖고 와서는 안된다. 모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참석하는 업자들은 권력과 손을 잡았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등장이후 저우융캉과 함께 신사인방으로 꼽히는 전 후진타오주석의 비서실장 링지화(令计划)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을 숙청하면서 그를 필두로 한 산시방(山西帮)을 척결하기위한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다보니 산시성 공무원 사회가 마비 상태를 빚고 있다.



​​그래서 올해 4월말 현재 현(县) 서기 이상 전체 고위간부 14%가 빈자리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산시성이 2015년 1분기 경제 성장률이 2.5%를 기록해 전국 31개 성, 자치구, 직할시 가운데 꼴찌에서 2번째에 그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산시성은 서둘러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하지만 부정부패 트라우마 때문에 후임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많이 들여 선발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현 서기는 선발하는 데 2주 정도 걸렸다면 이번에는 2개월이 넘게 걸렸다. 과거 부현장을 지냈으면 현장, 현장을 지냈으면 현 서기 이런 식으로 거의 자동적으로 승진가도를 달렸다면 이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 위원회 정책연구실 간부나 대학교수, 연구원이나 한직으로 여겼던 현 인민대표대회나 현 정치협상회의 간부도 후보로 올리고 있다.

산시성은 비리 간부가 많이 나온 뤼량시와 성 교통청부터 간부 선발 작업을 벌였다. 중국의 간부 선발 제도는 자격이나 나이를 비롯해 기본 요건을 채운 후보들을 단계적으로 추리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뤼량시는 이번에 산하 현 서기 4명을 새로 뽑았다. 전체 대상 151명 가운데 개별 면담을 통해 현 서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보는 31명에 그쳤다. 5명 가운데 1명꼴로 나선 것이다. 분위기 탓으로 자진 하차하는 대상 후보가 많았다. 건강상 이유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로는 재산 상황을 볼 때 엄격한 신원조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컸다고 한다. 산시성은 3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당 조직부가 사람을 보내 가정방문을 시작하고 부동산이나 재산현황, 가족들의 기업 경영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그리고 시 위원회 상무위원, 성 위원회 상무위원의 차액 투표(자리보다 후보를 많이 추천해 단계별로 탈락시키는 제도)를 거쳐 최종 4명을 확정했다. 예상대로 현장 출신보다는 성 정책연구실 부주임이나 현 정법원 서기처럼 한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이번 선발 기준은 청렴을 1순위로 하고 능력은 차순위로 삼았다. 따라서 이번에 선발된 간부들이 청렴은 하지만 능력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권한이 거의 없는 한직에 있던 사람들이라 부정이 일어나려야 일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시성에서 유독 많은 비리 간부가 나온 것은 개인적인 품성 탓인가. 아니면 제도적인 문제였나. 사람을 바꾼다고 비리 스캔들이 더 이상 터지지 않을 것인가. 우리도 그토록 욕해대는 국회의원을 바꾼다고 우리 정치가 깨끗해지고 유능해졌는가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