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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秦

중국의 꿈, 시안


아름다운 시안: 실크로드의 기점,화하(중국)문명의 원천(美丽西安,丝绸之路起点、华夏文明之源。)”. 산시(陕西)성 시안시의 캐치프레이즈다. 실크로드의 기점이자 중국문명의 원천인 시안, 역대로 가장 많은 왕조가 도읍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연히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막대한 비중을 지닌 곳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시안은 장안(长安)이라는 명칭으로 훨씬 친숙하다. 장안, 말 그대로 ‘오래도록 평안히 다스린다’는 소망이 반영된 명칭이다. 이름 덕분일까. 한 고조 유방(刘邦)이 이곳에 도읍한 뒤 장안향(长安乡)의 이름을 따서 수도의 명칭으로 삼은 이래로 당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무려 1000년 동안 장안은 화려한 명성을 떨쳤다. 강한성당(强汉盛唐)으로 칭송되는 한나라와 당나라, 오늘날 중국인의 기억에서 강한성당의 이미지는 ‘실크로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나라는 실크로드를 열었고 당나라는 실크로드의 번영을 구가했다. “서양엔 로마, 동양엔 장안”, 장안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게 있을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 또 모든 길이 장안으로 통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

동서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의 상징적 힘은 막강하다. 그 상징성에 힘입어 21세기, 실크로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带一路, One Belt One Road·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약칭)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이 지금 중국 경제의 핫이슈다. 실크로드 경제벨트 주도권을 놓고 중국 각 지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물류와 교통의 허브 시안이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중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 11월에 개통된 국제화물열차 시안발 장안호(长安号)는 그 옛날 비단을 싣고 떠난 캐러번들의 험난하고 고된 길을 거침없이 내달리며 갖가지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른다. 중국 각지에서 시안으로 모여든 물품이 장안호에 실려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44개 도시로 운송된다. 실크로드 경제벨트가 본격화되면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중국과 하나의 길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실크로드의 부활이 눈부시다. 2014년 6월, 실크로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중국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 공동으로 신청해서 이룬 성과다. 이는 국가가 연합하여 등재한 첫 사례로, 총 33개의 등재 유산 가운데 22개가 중국에 속한다. 그 가운데 5개가 시안에 있다. 한나라 미앙궁(未央宫) 유적지, 당나라 대명궁(大明宫) 유적지, 대안탑(大雁塔), 소안탑(小雁塔), 흥교사탑(兴教寺塔)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시안은 기존의 세계문화유산인 진시황릉(秦始皇陵) 및 병마용(兵马俑)과 더불어 총 6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어디 세계문화유산뿐이랴. 천년고도 시안은 그야말로 볼거리가 무진장한 도시다. 물론 그에 얽힌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고대 실크로드를 벤치마킹하여 신실크로드 전략을 내놓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향은 시안에서 66㎞ 떨어진 푸핑(富平) 현이다. 부(富)와 평(平)이 합쳐진 이 현의 명칭은 ‘풍요롭고 태평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푸핑 현 출신 시진핑이 과연 중국을 풍요롭고 태평하게 만들어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国梦)’을 실현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그 꿈을 향한 시동은 이미 걸렸다. 시안 역시 그 옛날 장안의 번영을 되살리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래 30여년간 동부연안 공업도시에 가려져있던 서부의 화려한 비상은 공산당과 중앙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개인간 빈부격차와 지역간 소득격차를 체제 불안 중대 요인으로 인식하는 중국 지도부는 균형발전을 추구하면서 2000년대 들어 서부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대일로사업의 수혜도 서부에 집중되고 있다. 일대일로란 과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복원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철도와 발전소 고속도로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 핵심이다.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 등에 올해만 약 1조위안(약 18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서부는 동부 공업지대 못지않은 고부가 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서부지역에 하이테크단지를 지정하고 예산, 세제상의 지원을 쏟아부은 결과다. 시안의 고신개발구, 청두의 경제기술개발구, 구이양의 구이안신구 등이 서부의 대표적인 국가급 개발구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관광에 의존했던 역사도시 시안은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들어선 뒤 첨단 IT도시로 변모중이다.

그동안 서부가 동부에 비해 성장이 더뎠던 것은 내륙지형의 한계가 컸다.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동부 연안 도시들은 모두 항만을 끼고있어 개혁개방 초기부터 승승장구할 수 이었지만 내륙에 갇힌 서부지역은 물류여건이 취약해 기업의 투자가 부진하고 경제발전 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급증한 고속철 노선은 이런 핸디캡이 상당부분 줄었다. 인력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자금유입도 빨라지고 경제활력도 커진 것. 작년말 개통한 광저우~구이양 고속철은 중국 최초 산악형 고속철로, 857km 구간에 900억위안(약 15조원)이 들어갔다. 과거엔 광저우에서 구이저우성 내륙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지만 고속철 개통으로 이 거리가 4시간으로 줄었다.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도 고속철 개통후 대도시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말 개통한 청두~구이양 고속철도 지역경제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일조했다. 러산 더양 어메이 등 고속철 구간 5개 도시를 잇는 ‘고속철벨트’가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것. 쓰촨성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시들이 1시간 교통권이 되면서 인력과 자금 상품 이동 빨라지고 경제활력이 높아졌다. 이 노선은 2017년 시안까지 연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