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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출산을 후회하는 중국인들


2000년대 초반 10여년간 성행했던 중국인들의 홍콩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진학 연령이 되면서 통학 거리와 교과 내용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중국 <남방도시보>가 30일 보도했다.

부모가 모두 홍콩 거주민이 아님을 뜻하는 ‘쌍비’ 어린이들은 홍콩 밖에 살고 있어 홍콩 내 유치원·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4~5시간에 이르는 허다하다. 선전에 사는 한 유치원생은 매일 아침 10시 집을 나서 1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30분을 가야 유치원에 도착한다. 12시부터 3시까지 유치원에서 수업을 받은 뒤 다시 2시간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다. 이 아이는 등굣길에 갈아타는 역에서 가방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등굣길을 따라가며 취재한 이 신문의 기자는 “(갈아타는 역인) 푸텐역엔 (홍콩-선전 간) 경계를 넘어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홍콩에서 보다 나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원정 출산’을 마다 않았던 부모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의 통학을 직접 배웅하려면 부모들은 맞벌이를 포기하고 직장을 관두는 수밖에 없다. 통학길이 길다보니 이런저런 사고 위험도 높다. 홍콩과 본토를 오가는 밀수꾼들이 통관 검사를 피하기 위해 아이들 가방에 밀수품을 일시적으로 쑤셔넣는 사건도 있었다.

아이를 홍콩이 아닌 선전 내에서 진학시키려 해도, 본토에 주민등록이 돼있지 않다보니 공립학교는 받아주질 않는다. 결국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나 국제학교에 보내는 수밖에 없지만, 그나마 법적 지위의 모호함 때문에 2012년부터 ‘쌍비’ 학생은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신문은 “이런 학교의 학비는 보통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초등학교 이후 중등 교육과정을 갖추지 못한 학교들도 많다.

다수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선전에서 다른 중국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고 신문은 전했다. 2001년 홍콩 법원이 거주권이 없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경우에도 거주권을 허용한 뒤, 2012년과 2013년 홍콩의 공립병원과 사립병원이 거주권 없는 임산부의 출산을 받아들이지 않기까지 약 20만명의 ‘쌍비’ 어린이들이 태어났다. 선전시 정치인민협상회의와 교육국 등 당국은 해법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