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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체제 인사 궈원구이

중국의 망명 부호(富豪) 궈원구이(郭文贵·영어명 Miles Kwok)는 2014년 155억 위안(2조5775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중국 부호 리스트인 〈후룬바이푸(胡润百富)〉 순위 74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궈원구이는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뉴욕의 8200만 달러짜리 초호화 아파트 셰리네덜란드(Sherry-Netherland)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면서 중국 정부 최고위층의 추문을 폭로하고 있다.

궈원구이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쏟아내는 폭로는 시진핑체제의 한 축인 왕치산(王岐山)개인은 물론이고 하이난항공그룹의 비밀, 여기에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양안(两岸)관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马云)의 갑작스런 은퇴선언, 상하이방(帮)의 거두 장쩌민과 그 가족의 어두운 이면까지 상당히 방대하다.

1. 하이난항공그룹 왕젠의 의문사

중국의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하이난항공그룹(HNA) 회장 왕젠(王健)이 2018년 7월 3일 라벤더 풍경으로 유명한 프랑스 프로방스의 보니외(Bonnieux)라는 작은 마을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 마을의 경치 좋은 교회당의 10m 높이의 난간에 사진을 촬영하러 올랐다가 실족해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궈원구이는 왕젠의 죽음이 의문사를 가장한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소셜서비스 채널에 왕젠의 프랑스 행적이 담긴 CCTV사진을 입수해 올리면서 “나도 그곳에 가본 적이 있는데 절대 떨어져서 죽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내 손을 뒤로 묶고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봐라 절대로 죽지 않는다. 추락해 숨질 만한 높은 곳도 없고 주변이 라벤더밭이라 다치기도 힘든 곳이다”라고 말했다.

왕젠의 죽음 배후에는 중국부주석 왕치산과 정법위(政法委) 부서기 멍젠주(孟建柱)가 있다는 것이 궈원구이의 주장이다. 왕젠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동행했던 왕치산의 경호원인 페이난난(裴楠楠) 소장의 침구수법에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궈원구이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독침에 마비돼 살해된 뒤 추락사로 포장된 왕젠의 죽음은 북한 김정남보다 더 참혹하다”면서 “왕젠의 부인과 동생이 정보당국으로부터 입조심을 강요받고 있으며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젠의 의문사 이후 유튜브에는 궈원구이의 사설취재팀과 중화권 매체 《명경(明鏡)》의 프랑스 보니외 마을 르포, 왕젠 일행이 마지막 만찬을 한 호텔 동영상 등이 업로드돼 많은 중화권 유저가 시청했다.

궈원구이는 왕젠이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고위층 자녀들의 계좌와 여권을 관리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하이난항공이 2017년 7월 29.5%의 지분을 뉴욕에 있는 하이난항공의 자선기구인 츠항기금회(慈航基金会)에 넘겼는데, 이 자금의 수혜자는 관쥔(貫君)이라는 인물이다. 관쥔은 왕치산의 사생아(私生兒)라고 궈원구이가 줄곧 주장해 왔던 사람이다.

궈원구이는 “미국은 이미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중싱(中兴ZTE)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는데 다음 타깃이 하이난항공이었다”면서 “미국이 조사에 착수하면 하이난항공의 검은 내막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중국 당국이 입막음을 위해 의문사를 가장해 왕젠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난항공은 1998년에 하이난성 정부가 1000만 위안을 투자해 세운 회사다. 성 정부가 자금을 대서 설립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왕치산 일가가 장악한 민영기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궈원구이의 폭로다. 6만 배나 성장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초기 자본 1000만 위안 규모의 기업이 20년 만에 176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IT기업이 아닌 항공사 같은 전통산업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1761억 달러라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대비 8.1%나 증가했다는 2018년 중국의 군사지출 규모인 1750억 달러보다도 많은 액수다.

하이난항공의 창업자 천펑(陈峰)은 왕치산의 심복이다. 왕치산이 중국농업신탁은행 회장일 때 천펑은 그의 부하 직원이었다. 관(官)이 마음대로 대출을 주무르는 중국 내 관행에 힘입어 천펑은 왕치산이 회장인 중국농업신탁은행의 돈으로 하이난항공을 창업했다.

하이난항공이 설립된 후 왕치산은 하이난성의 최고직인 공산당 하이난성위 서기(海南省委 书记)를 맡았다. 이어 왕치산은 중국 사정(司正)기관의 최고위직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돼 권력투쟁에서 경쟁자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됐다. 왕치산의 성장과 함께 하이난항공도 급성장했다.

하이난항공의 창업자인 천펑, 프랑스에서 추락사한 왕젠(천펑과 왕젠은 공동회장으로 재직해 왔으며 왕젠 사망 후에는 천펑이 단독으로 회장직 수행)은 명목상의 최고 경영자일 뿐 하이난항공그룹의 지분은 왕치산 일가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궈원구이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왕치산의 부인 야오밍산과 그녀의 조카 야오칭, 왕치산의 양녀, 사생아까지 하이난항공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이난항공은 북미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토론토, 캘거리 등 14개의 노선을 포함해 전 세계 100개 도시를 잇는 700여 개의 노선을 가지고 있다. 보유 항공기는 200여 대로 호화 기종인 보잉 787과 에어버스 330 등 최신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보잉 787 가운데 한 대는 왕치산 가족 전용으로 거액을 들여 내부를 리노베이션했다고 한다.

궈원구이는 바로 이 보잉 787 특별기의 고객 명단과 140여 명에 이르는 승객 명단을 확보해 폭로했다. 승객 명단에는 왕치산의 가족과 양자, 양녀, 사생아, 영화배우 이름까지 있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이에 대해 “787 기종은 원래 렌털 용도”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궈원구이는 “787기가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임차한 기록이 없고, 광고와 문의전화 역시 전혀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면서 “떳떳하면 이런 내역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018년 4월 14일 하이난항공그룹의 상업 부문 지주(持株)회사 사장인 둥구이궈(董桂国) 등 6명이 타이완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궈원구이는 중국공산당과 국민당과의 중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타이완의 TV 민시(民视)와 VOA, 자유아시아라디오(自由亚洲电台) 등에서 평론가로 활동한 미국 국적 화교 방송인 차오창칭(曹长青)과 둥구이궈 등이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입점하는 세계 최대의 면세점 체인 듀프리(Dufry)를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슬그머니 타이완을 방문해 국민당 고위 관계자와 만찬과 면담을 가지다 여러 매체의 취재로 전모가 밝혀진 것에 주목한다.

《자유시보》 《경보(鏡報)》 같은 타이완 언론들은 이를 ‘란미옌루치’(蓝密宴陆企·국민당이 비밀리에 대륙기업을 대접하다)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민당 주석인 우둔이(吳敦義)는 중국공산당과의 대화포럼인 국공논단(國共論壇)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시후이(吴习会)’, 즉 우둔이와 시진핑과의 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하이난항공그룹이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또 국민당은 1993년 9639억 타이완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있었지만 지금은 100억 타이완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자금난에 처해 있어, 2018년 말 국민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하이난항공이 비밀리에 자금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궈원구이는 왕치산의 가족이 타이완에도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폭로도 했다. 《자유시보》는 궈원구이의 폭로를 인용해 천펑과 야오칭, 왕젠 세 사람이 해외에 360개 이상의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의 재산은 2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이난항공그룹은 M&A에도 공격적이다. 미국 호텔 체인인 힐튼의 지분을 25%나 보유하고 있다. 또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 지분의 9.9%도 가지고 있다. 10%를 초과하지 않는 이유는 독일법률상 경영참여 보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다.

궈원구이는 중국공산당과 밀접한 하이난항공그룹의 최고위층이 왜 국민당과 비밀접촉을 하는지, 하이난항공그룹이 타이완 은행계좌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이 자금이 국민당 소속 타이베이 시장 커원저(柯文哲)에게 흘러 들어갔는지의 여부와 함께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에 자금 지원하는 것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2. 마윈이 전격 은퇴선언한 이유는?

궈원구이는 최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 왕젠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순자산 390억 달러를 보유, 《포브스》의 ‘2018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 20위에 오른 마윈은 54세 생일이던 지난 9월 10일 갑자기 알리바바 회장직을 장융(張勇) 최고 경영자에게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1년 뒤에는 완전히 은퇴해 교육과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젊은 나이에 전격적으로 은퇴선언을 한 마윈을 두고 궈원구이는 “마윈이 매미가 허물을 벗는 방법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진찬퉈챠오(金蝉脱壳)’의 초식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궈원구이는 “마윈이 현재 미국 상장기업인 알리바바를 통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돈세탁을 해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조사 가능성을 피하고, 중국이 궁극적으로는 사기업을 국유화하려 기도하고 있어 차라리 재산을 버리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은퇴 결정을 내렸다”는 도발적인 진단을 내놨다.

당초 궈원구이는 “마윈이 장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막후에서 핵심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빌 게이츠의 전례대로 거창한 구호를 내세운 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마윈의 행보는 궈원구이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다.

마윈은 2017년 1월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와 회담을 갖고 미국 내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5년 동안 1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트럼프는 마윈을 전송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까지 동승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윈은 지난 9월 1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힌 미국 내 고용창출계획을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상장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이 이 같은 계획 철회를 밝힌 것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강요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국제 비즈니스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마윈은 10월 초 회사 소유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윈은 해당 기업의 지분관계와 상관없이 계약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소유권까지 포기해 앞으로 알리바바의 경영의사 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게 됐다.

궈원구이는 유튜브를 통해 ‘마윈의 사망일자가 얼마나 남았는가’ ‘마윈은 순진하게 굴지 마라’ ‘참담한 사기업의 몰락’ 등 도발적인 제목으로 마윈을 계속 강한 어조로 조롱, 비판하고 있다. 그는 “마윈 역시 다른 ‘홍색(紅色)자본가’들처럼 고위층과의 유착으로 급성장했을 뿐이며 경영의 천재라는 신화는 거품투성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또 궈원구이는 “중싱이나 하이난항공그룹, 알리바바처럼 중국공산당과 유착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거나 비리로 취약한 중국의 대기업이 32곳에 달하며 곧 그 모순이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나치독일의 히틀러가 유태인의 재산을 몰수한 것 외에도 사기업을 국유화한 전례가 있다”면서 “중국도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궈원구이의 이러한 예측은 마윈이 경영권에 이어 소유권까지 포기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3.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정기이식 흑막

2017년 10월 4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는 궈원구이와 토크쇼 형태의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는 중국 측의 압력으로 취소됐다. 《워싱턴 프리 비컨》의 기사에 따르면 이 연구소의 대변인 데이비드 텔은 “연구소 홈페이지가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둔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상하이에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사이버군 61398부대가 있으며 영어에 능통한 요원이 많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데이비드 텔 대변인은 “베이징에서 많은 항의메일이 왔으며 궈원구이와의 인터뷰를 중지하지 않으면 허드슨 연구소 직원의 방중(訪中)은 앞으로 불가능하다”는 압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궈원구이는 즉각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장쩌민의 아들 장몐헝(江绵恒)의 장기이식 내막을 폭로하려 했는데 미국 정부 내 침투한 친중인사의 압력으로 이벤트가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장몐헝은 과거 세 차례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5명이 살해됐고 수술에 관여한 의사들이 잇따라 의문사했다고 한다.

궈원구이는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가 오래 사는 비결은 지속적인 혈액교환과 장기이식으로, 암 같은 병을 앓으면 교도소 죄수로부터 수시로 장기를 적출해 수술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쩌민은 아들 장몐헝의 정치권 데뷔를 준비했지만 신장암 때문에 포기했다.

장몐헝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난징의 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았는데, 장기수배와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모두 인민해방군 간부였다고 궈원구이는 말했다.

궈원구이에 의하면 장몐헝을 보살핀 고위 관리 가운데 한 명은 장쩌민의 측근으로 상하이시 당위원회 부서기와 장시성(江西省) 당위원회 서기, 공안부장을 역임한 멍젠주(孟建柱)라고 한다. 궈원구이는 멍젠주의 어머니는 신장과 간장이식, 아내는 2회에 걸쳐 신장이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궈원구이는 장몐헝의 신장이식 수술과 관련된 인사들이 의문사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파룬궁 박해를 추적조사 하는 국제조직이 장기적출 가담자로 지목하고 있던 난징군구총의원 부원장 리레이스(黎磊石)와 상하이 창하이(长海) 병원의 리바오춘(李保春)이 잇따라 투신자살했다는 것이다.

리레이스는 ‘생존율 100%’라는 명성을 지닌 중국 신장이식의 1인자로 장쩌민 부자의 눈에 들었던 의사다. 홍콩의 《명보》는 그가 2010년 3월 16일 난징의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공식 발표로는 그가 악성종양으로 치료의 보람도 없이 사망했다고 돼 있다. 리바오춘은 2007년 5월 4일 상하이 창하이 병원 빌딩 12층에서 투신자살했다.


4. 중국공산당의 蓝金黄 계획

궈원구이는 중국공산당의 대외침투전술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이 전술을 ‘란진황(蓝金黄) 계획’이라고 말한다. ‘란(蓝)’, 즉 ‘블루’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사이버부대인 ‘온라인 블루 아미(online blue army)’에서 따온 것으로 미디어나 인터넷을 이용한 선전 세뇌 활동을 의미한다. ‘진(金)’은 말 그대로 금전을 이용한 유혹과 포섭이다. 중국이 외국의 학계나 단체에 자금을 대 친중파(親中派) 인사나 친중여론을 조성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황(黃)’은 중국어로 주로 여성을 이용한 미인계(美人計), 즉 허니트랩(honey trap)을 지칭한다.

궈원구이는 “란진황 계획은 시진핑 정권이 세계 각국에 중국식 사회주의를 수출하고 많은 국가를 영향력하에 두기 위한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가까이는 홍콩, 마카오, 타이완을 기반 삼아 일본, 유럽, 북미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란계획에는 우마오당(五毛党)이라 불리는 여론댓글부대와 사이버부대를 동원한 해킹 공격 외에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국국제방송 등도 동원된다.

일본의 경우 중국공산당 기관지의 일본어판이 중국의 체제 홍보를 하고 있다. 일본의 중국 전문뉴스 매체인 《포커스 아시아》의 경우 신화경제주식회사라는 일본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 신화망(新华网)의 일본 지사였으며 이후 《신화통신》 《인터넷 재팬》 《매일 중국경제》 등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이 회사의 선임고문은 주일중국대사관과 유착된 인물인 장펑(蒋丰)이다.

란진황 가운데 궈원구이는 주로 ‘황(黃)’으로 표현되는 허니트랩에 주목한다. 그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전 총리였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를 거론했다. 하시모토가 총리로 재직 당시 중국인 여성 통역이 그를 부추겨 대중(對中) ODA(대외개발원조)를 늘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궈원구이는 문제의 중국인 여성 통역이 베이징시 공안국의 정보공작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궈원구이는 타이완의 국민당에 대한 중국의 허니트랩도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17년 7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과거 타이완 국민당의 정치지도자, 기업가, 고위 군(軍) 관계자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미인계에 걸려들었다고 폭로했다.

궈원구이는 1998년 중국인민해방군 총정치국 연락부의 싱젠민(邢建民) 부장이 베이징 사환로(四环路) 밖의 언지화위안(恩挤花园)이란 명칭의 별장 3동(棟)을 사들여 타이완 인사들과 여배우들이 동침하도록 한 뒤 이를 녹화했다고 주장했다. 궈원구이는 자신이 직접 이 녹화영상을 보았고 영상 속에서 국민당의 고관과 여배우는 자신들이 함께 자는 것이야말로 ‘국공합작’이라는 농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 당국은 궈원구이의 이 같은 주장을 근거 없는 사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의 허니트랩에 대해서는 서방국가도 이미 경계하기 시작했다. 2016년 영국의 첩보기관 MI6는 “중국 여성 스파이의 미인계가 이슬람국가보다도 국가 안보에 더 심대한 위협”이라는 보고서를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에게 제출한 바 있다.

궈원구이는 2017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최고 지도층의 추문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미국 화교사회와 양안삼지(兩岸三地·홍콩, 타이완, 마카오)의 중국어를 사용하는 트위터 유저들 사이에 궈원구이의 폭로가 폭넓게 유포되자, 중국 정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4월 18일 인터폴을 통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궈원구이를 지명수배하고 미국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지명수배 사유는 중국 내 고위층의 비리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루캉(陡慷) 중국외교부 대변인이 이 사실을 정례회견에서 발표했다.

중국의 국가안전부 요원들은 5월 하순에 뉴욕에 있는 궈원구이의 자택을 방문, “중국 정부에 대한 과격한 행위를 접고 귀국하라”면서 몇 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국가안전부 서열 3위로 알려져 있는 류옌핑(劉彦平)이 궈원구이의 중국 내 재산동결 해제와 가족의 안전을 제안하며 설득했다. 궈원구이는 이를 거절했다.

궈원구이를 설득하러 미국에 온 국가안전부 요원들의 행적은 미 FBI가 지켜보고 있었다. 뉴욕 시내의 펜실베이니아 역에서 FBI 요원들은 4명의 중국 요원을 불시 검문, 직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문화사무관계 외교관이라고 둘러댔다가 나중에 첩보원임을 인정했다. FBI는 이들의 출국을 요구했다.

이들 가운데 류옌핑 등 2명은 24시간 내로 출국하라는 FBI의 지시를 무시하고 다시 궈원구이의 자택을 찾았다. 뉴욕 검찰은 이들을 여권법 위반과 공갈 혐의로 기소할 준비를 했다. FBI 요원들은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출국할 예정인 뉴욕 JFK 공항 브리지에서 이들을 체포할 태세를 갖췄다. 당시 미국 법무부는 중국 요원들의 행동은 외교나 영사 업무가 아닌 개인에 대한 범죄로 간주, 강경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중국이 베이징 주재 미 외교관들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만류했다. 결국 류옌핑 일행은 JFK 공항에서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에어차이나’에 올라야 했다. 이 같은 첩보활극은 5개월이 경과한 10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자세히 보도됐다.


5. 여우사냥

아직 미국과 범죄인인도협정이 없는 중국은 때때로 해외에 머물고 있는 반정부 인사들에 대해 본국에 있는 자산을 동결한다거나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식으로 압력을 가해 귀국을 종용한다. 이를 례후(猎狐), 즉 ‘여우사냥(fox hunting)’이라고 한다.

궈원구이를 목표로 한 대담한 여우사냥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를 계기로 궈원구이는 반중국 인사로서의 무게감을 더욱 높였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요구에 응해 궈원구이를 추방하려 했지만 측근들이 “그를 송환하면 대중 협상카드를 잃게 된다”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중국에서 도주해 2015년부터 미국에 머물던 궈원구이는 2017년 9월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궈원구이는 거의 매일 중국의 최고 권력자와 그들과 연관된 기업가나 연예인에 대한 폭로를 유튜브에 올린다. 야후 미국의 ‘郭媒体GUO.MEDIA사이트’에는 궈원구이의 트위터와 이메일 계정(Twitter: @KwokMiles, YouTube: wenguiguo@gmail.com)은 물론이고 폭로 내용에 대한 배경설명과 사진들, 그리고 억만장자로 호화롭게 지내는 그의 일상이 공개돼 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은 중화권은 물론 세계의 네티즌과 소통하면서 그가 ‘다오궈쩨이(盗国贼·나라를 훔친 도둑)’라고 지목한 최고 권력자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뉴욕의 초호화 아파트 셰리 네덜란드의 테라스, 거실의 개인 스튜디오, 개인 제트여객기 실내, 호화 요트 선상에서 여유 있게 유튜브 방송을 하는 궈원구이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모든 중국의 반체제 인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세계 언론은 지속적으로 중국 최고 권력층의 치부(恥部)를 공격하는 억만장자 반체제 인사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의 폭로 내용이 당장 사실이라고 증명하기는 힘들지만, 실명·시각·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돼 아예 거짓이라고 무시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미국의 소리(VOA), 유럽의 BBC, DW, 타이완의 《자유시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일본의 국제시사잡지 《SAPIO》 등이 그의 주장을 시리즈로 다루거나 트위터, 유튜브상의 폭로를 종종 보도한다.

재외 화교들은 출신별로 그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으로 나뉜다. 친중파들은 궈원구이의 셰리 네덜란드 아파트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지만, 그 반대 진영은 그가 중국의 독재권력을 통쾌하게 비판한다고 열광한다.

이른바 민주화운동 인사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약간 엇갈린다. 망명 중인 민주화운동 인사들은 대부분 고학력인 데 반해 궈원구이는 중졸(中卒) 학력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다소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예컨대 1989년 천안문 사태의 학생 지도자 왕단(王丹)은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거리를 둔다. 하지만 ‘중국의 사하로프’라 불리는 웨이징성(魏京生)은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웨이징성은 “중국인들이 알고는 있지만 감히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궈원구이가 거침없이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그의 주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가 진실을 밝히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입장이다. 또 자오쯔양(赵紫阳)의 비서로 한때 구금됐던 바오통(鲍彤)은 궈원구이를 ‘깨달음을 주는 선생님(启蒙老师)’이라며 극찬했다. 반중국 친타이완 논조를 가진 미국적 화교 방송사회자 차오창칭은 “궈원구이가 중졸 학력에 불과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언변과 논리, 국제문제를 보는 시각은 수준급”이라고 극찬한다.

《뉴스위크 일본판》 2018년 6월 2일 자는 〈궈원구이와 29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없는 민주화운동의 차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궈원구이가 기존의 지나치게 엄숙한 민주화운동과 달리 세속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중국의 체제 전환을 이끌고 있다”면서 “단적인 예로, 중국 민주화운동 세력이 천안문 사건 이후 미국 정부를 비롯해 해외에서 많은 지원금을 받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현재의 중국 당국과 공산당은 궈원구이의 존재를 매우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궈원구이는 1967년 중국 산둥성 랴오청시(聊城市) 신현(莘縣)에서 출생했다. 중졸 학력인 그는 가구 제조업과 무역업, 부동산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전, 돈과 여성으로 베이징 부시장 류즈화(刘志华)를 주무르며 올림픽 관련 개발 사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鸟巢)와 수영경기장인 수이리팡(水立方·Water Cube)을 내려다보는 용머리 형상의 랜드마크 빌딩 판구다관(盘古大观) 건설에도 관여한다. 판구다관은 7성급 호텔과 아파트, 사무실, 쇼핑몰 등이 들어선 복합 고층 건물이다. 빌 게이츠가 최상층을 1700만 달러를 들여 1년 동안 임차했다고 한다. 궈원구이도 판구다관 옥상층을 중국 전통 가옥 양식인 사합원(四合院) 형태로 개조해 소유하고 있었다. 중국 당국은 이를 포함한 중국 내 궈원구이의 부동산들을 보복 차원에서 경매 처분했다.

궈원구이는 2013년 12월 국가안전부 부부장 마젠(马建)에게 6000만 위안의 뇌물을 준 혐의로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홍콩을 경유해 해외로 도피, 2015년부터 미국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마젠은 자신과 궈원구이가 중대한 기율 위반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위법 행위를 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궈원구이가 중국 최고 권력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투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으리란 추측만 나돌 뿐이다.

궈원구이는 중국 내 자산은 압류됐지만 뉴욕·홍콩·런던에도 호화 저택이 있으며 수백 대의 스포츠카, 여러 척의 요트, 두 대의 자가용 비행기까지 가지고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재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유일한 소망은 마피아 소굴인 중국을 바꾸는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궈원구이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가족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큰 사례를 하겠다”면서 자기 돈으로 사설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호주 등에서 중국공산당 간부들의 사생아들의 DNA를 수집, 권력층의 부패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공언한다.

궈원구이도 중국 본토에서 정계 인사들과의 유착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에게는 ‘정상(政商)’이란 수식어도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부의 축적 과정에서 그가 도덕적이었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트위터와 유튜브로 중국의 혁명을 이루겠다는 그의 선언은 해외 화교사회를 비롯한 중화권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영국·호주·타이완·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그를 지지하는 팬클럽, 팅궈허우위안후이(挺郭後援會)가 조직됐다. 이들은 ‘궈원구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에 팻말을 들고 각국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궈원구이 초청 간담회와 토론회도 개최한다. 뉴욕에 있는 궈원구이의 아파트 앞에서는 그의 팬클럽이 “다다오 다오궈쩨이!(打倒 盗国贼·‘나라도둑을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친다. 친중시위대도 이에 질세라 “궈원구이는 수배범이고 사기꾼”이라며 궈원구이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중국 권력층의 추문을 실명까지 거론해 가며 매우 구체적으로 폭로하는 궈원구이의 행동은 지금까지 중화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 트렌드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타(他)문명국가의 상식과는 다른 전체주의로 내지 황제정치의 부활”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한 여론 전파로 궈원구이란 인물 자체가 이제 개인이 아닌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는 아이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