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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余

호날두의 무례가 일깨워준 것

'총, 균, 쇠'를 쓴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최근 신작 '대변동(Upheaval)'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총, 균, 쇠'에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하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시 출간까지 한 이유는 한국이 그에게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과 터키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내 책의 판매량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최근 신작 '죽음'을 들고 한국을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지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했다. 베르베르가 이 같은 상찬을 한 이유 역시 한국이 그에게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개미'를 시작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그동안 한국에서 모두 1200만부가 판매되었다. '개미' '뇌' '나무' '신'은 모두 100만부를 넘겼다. 베르베르 작품의 한국 판매량은 그의 모국 프랑스 판매량을 앞선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26일 한국 축구팬들에게 해서는 안될 무례를 저질렀다. 한국 K리그올스타팀과 유벤투스와의 친선 경기에 최소 45분이상 뛰기로 되었는데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앞에서 벤치만 지킨 것이다. 앞서 중국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뛰었던 사실과 비교되면서 한국 팬들은 격앙됐다.

호날두는 왜 중국에서는 풀타임으로 뛰고 한국에서는 그라운드에 나서지도 않은 것일까? 아마도 중국과 한국의 축구 시장의 크기가 호날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호날두와 클래스 차이가 나는 레알마드리드의 가레스 베일이 중국 클럽으로부터 주급 15억원을 제안받을 정도로 중국 축구 시장은 크다.

이정도 몸값이면 호날두도 전성기가 지난 뒤 고려해볼만한 리그인 것이다.
결국 글로벌화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상호간 시장의 크기일 수밖에 없다. 콧대높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중국 당국의 검열 요구에 무릅을 꿇은 것도 중국이 놓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도 한국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안가기 운동은 일본에게 한국이 일본의 중요한 시장이고 우리 관광객이 일본의 관광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양국의 경제가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을 불매운동 등을 통해 확인시켜줄 필요도 있다. '감정적 대응'이라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