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역사적으로 남북한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한국 정부의 항의에 중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 지도부가 한반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지금은 비록 북한만이 중국에 종속되고 있지만, 한반도 전체가 중국 영향력하에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9세기 말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를 속방으로 간주하며 종주권을 주장했다. 즉 과거 소중화 사상에 젖어 중국에 대한 속국을 자처했던 조선에 대해 그랬듯이 시진핑은 중국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은근슬쩍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한때 독립국이던 신장 위구르의 동투르키스탄 공화국과 티베트를 침공해 자국 영토로 편입했을 때 내세운 근거도 이 지역이 청나라 때 자국의 일부였다는 것이었다.
청일전쟁 패배 이후가 중국에게는 동아시아에서 중화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중화질서 복원의 걸림돌인 미국을 몰아내고 중국이 패권을 장악한다면 다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육상으로 14개국, 해상으로는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 소지가 많은 것은 필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대국이 혼란한 상황을 틈타 힘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적 태도로 인해 '전랑(战狼·늑대전사) 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인도간 국경 분쟁지에 위치한 갈완계곡에서 양측 군인 600여명이 충돌,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962년 양측 국경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이후 60여 년 만에 발생한 유혈 사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최근 홍콩과 대만을 넘어 남중국해, 인도 국경지역 등 영유권 분쟁지까지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서방이 코로나로 혼란에 빠진 사이 공세적 세력 확장으로 숙원을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기서 숙원이란 길게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의 실현을, 짧게는 그들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완전한 중국'의 지도대로 영유권을 확장하는 것이다. '완전한 중국'이란 대만은 물론, 인도가 실효지배 중인 남티베트,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부속도서를 모두 복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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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는 중국을 포함해 7개국의 영유권 주장이 얽힌 지역으로 중국의 해외 항로 절반 이상이 통과하고 대외무역선의 60%가 지나가며 천연가스 수백t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이 주변 분쟁지역 중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중국이 이 지역에서 주장하는 영유권 범위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남중국해의 90%가량을 전부 자국 영역으로 하고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는 12해리의 영해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도 너무하지 않으냐는 주변국 항의에 중국은 "조상이 물려준 땅이고 2000년 역사 족보에 나와 있다" 라고 댓구한다.
즉, 중국 최남단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베트남 앞바다까지 자국 영역이라 주장하는 근거가 기원전 200년 한(漢)나라 시절부터 관리했다는 기록에 있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베트남은 원래 실효지배하고 있던 섬 일부를 1974년과 1988년 중국에 빼앗겼고, 이후 자주 중국과 충돌해 왔다. 2012년 필리핀은 군함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에 대응해 국제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해 승리했지만, 중국은 중재절차상 적법하지 않다며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준거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과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무력시위를 단행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와 시사군도(파라셀 군도)를 자국 행정구역에 편입하는 조치를 단행해 베트남과 필리핀 정부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선포할 계획으로, 해당 조치가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전망이다.
역사적 종주권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할때 항상 내세우는 논리입니다. 중국은 해당 지역이 중화제국 역사의 그늘에 있었다는 자국 사료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이를 통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관철해 왔다. 남중국해는 물론 인도, 대만, 동중국해 등 분쟁이 존재하는 모든 지역에 대해 중국은 '실지(失地)' 를 복고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중국을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중국은 조상이 물려준 땅을 양보할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영토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뿌리 깊은 중화사상, 즉 주변국들이 자신의 세력권에 속해 있다고 보는 시각에 기반한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 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기본적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민족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 이후부터는 중화문명의 유구함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대내외로 드러낸다는 신중화주의 문명사관도 투영되고 있다.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개도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형태는 과거 중국이 조공국에 행하던 모습과 닮아 있다. 때문에 이를 통해 자국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것은 중화 패권주의 부활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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