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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광신을 주의하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4월 2일자 표지 기사로 ‘시진핑의 개인숭배를 조심하라’(Beware the cult of Xi)를 실었다. 이 잡지는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자기과시로는 시 주석이 권력 공고화는 물론 중국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안 당국의 탄압에 겁먹은 언론이 관료의 부정과 나태에 도전하길 꺼리고, 결국 당과 시 주석 개인의 신뢰성에 더 큰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다른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이 지난달 국영 언론매체를 방문해 자신에 대한 충성과 같은 의미인 ‘당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으나 언론인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면서 “정권과 언론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즘 중국 전문가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마오쩌둥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자’란 구절이다. 시 주석은 당과 정부는 물론 군, 보안·정보기구, 소수민족 문제까지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가 담당했던 경제정책까지 시 주석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게 중화권 언론의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월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라는 말이 사라지고 ‘시진핑 경제학’을 뜻하는 ‘시코노믹스(Xiconomics)’가 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들의 우려는 한마디로 시 주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신뢰성에 금을 낸 것은 무엇보다 반대의견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다. 당의 공식지침과 다른 논조나 기사를 실은 언론사와 언론인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잇따르고, 공안 당국의 인터넷 검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심하게 반대자와 이견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 서방의 시각이다.
시 주석이 부패척결 운동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한 뒤 시장경제의 역할을 증대하고 법치를 통해 당의 권력을 견제하겠다는 약속을 실현할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사라졌다.

시 주석이 집권 3년6개월 만에 강력한 권력을 틀어쥔 수단은 공산당 간부와 관료들에 대한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강력한 권력을 틀어쥔 시 주석의 지향점이 어디냐는 것이다. 최근 그 지향점이 인민의 복리보다 공산당 권력 공고화와 시 주석 개인의 권한 강화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시진핑 체제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