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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금기, 최고 고위층들의 재산

중국에서 최고지도자 본인이나 일가의 재산은 중국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한다.

2012년 12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인터넷매체 둬웨이(多维) 등이 공개한 중국 고위 인사들의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은행예금 230만 위안(4억1000만원)과 베이징, 항저우, 푸저우 등지에 집 3채를 갖고 있었다. 예금 4억원에 주택 3채면 ‘갑부’ 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떠돌던 기사들은 얼마 못 가 전부 삭제됐고 검색조차 되지 않았다.


시 주석 일가의 재산과 관련해 가장 많이 구설에 오른 인물은 시 주석의 큰누나 치차오차오(齐桥桥)다. 국가 최고 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2012년 6월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공문서를 입수해 치차오차오와 매형 덩쟈구이(邓家贵), 이들 부부의 딸이 가진 자산이 3억7600만달러(4361억원)라고 보도했다. 당시 덩쟈구이는 ‘장시성 희토류 및 희귀금속 텅스텐 그룹’ 지분 18%를 갖고 있었다. 중국정부는 희토류를 전략자원화해 공급을 제한했고 자연스럽게 관련기업 주가도 뛰던 때였다.

치 부부가 부동산 투자업체 ‘선전위안웨이(深圳远为)투자그룹’에 갖고 있던 지분가치는 2011년 12월 기준 18억3000만 위안(3275억원)에 이른다. 치 부부의 딸은 2009년 주파수변환기 생산기업에 317만 위안(5억6000만원)을 투자해 3년만에 1억2840만 위안(229억원)으로 40배 이상 불렸다. 이외에도 치 부부 일가는 홍콩 해변에 2012년 기준 시가 3150만달러(365억원)어치의 고급 빌라를 보유하는 등 부동산 자산도 상당했다.

블룸버그 사이트는 보도 직후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고 특파원의 비자 갱신도 거부당했다. 뉴욕타임스도 2012년 10월 원자바오 당시 총리 일가의 부정축재를 보도했다가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고 현장 취재를 거부당한 일이 있다.

시 주석의 작은 누나 치안안(齐安安)의 경우 남편 우롱(吴龙)이 회장을 맡았던 통신설비업체 신우통신설비유한공사가 석연치 않은 대형 계약 수주로 뒷말을 낳았다. 신우통신은 중국 최대 통신사 중국이동통신이 2007년~2010년 시행한 3G망 설비 입찰에서 신생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모토롤라 등 쟁쟁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총 30억 위안 규모의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문사 BDA차이나의 던칸 클라크 회장은 블룸버그에 “업계에서는 모토롤라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우통신이라는 이름 없는 업체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패와의 전쟁’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 시 주석에게는 가족들의 돈벌이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석직에 오른 뒤 시 주석이 가족들, 특히 누나 치차오차오에게 재산 처분을 압박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6월 “시 주석이 반부패 사정으로 쌓아올린 정치적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족에게 재산을 처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2012년부터 치 부부는 광산, 부동산 분야에 집중된 최소 10개 회사의 투자지분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연 도중 “2009년 덩쟈구이의 부동산회사가 완다의 주식을 샀다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팔아버렸다”며 “엄청난 이익을 희생한 것은 모종의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치 부부가 언급되자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는 루머(捕风捉影)”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일로 시 주석의 부패척결에 이중잣대가 적용된다는 인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국 전문가 윌리 램은 “중국인들은 최고위층 가족은 여전히 부패 조사에서 제외되는 특권계층이라고 믿는다”며 ‘파나마 페이퍼스’가 이런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나마페이퍼스에 언급된 류윈산(刘云山)상무위원의 경우는 아들이 중국의 대표적 사모펀드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시틱증권'의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며느리는 2014년까지 메릴린치 은행에서 일한 금융권 출신으로 며느리가 2009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투자회사의 간부이자 주주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장가오리(张高丽)상무위원의 사위는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둔 3개 회사의 주주였던 것으로 '파나마 페이퍼스'에 거명됐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 인사는 시 주석을 비롯해 장가오리(张高丽)상무위원, 류윈산(刘云山)상무위원 등 현직 상무위원 3명과 리펑(李鹏)전 총리, 자칭린(贾庆林)전 전국정협 주석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