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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京

퇀파이의 위기


중국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은 그동안 상당수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일종의 사관학교였다.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 후춘화 광둥성 서기가 모두 공청단파(줄여서 퇀파이团派) 출신이다. 특히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후진타오 집권 당시 지방의 주요 요직은 공청단파가 휩쓸었다.

하지만 지금 공청단은 위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 7월 6일, 시민단체 공작회의에서 공청단이 전면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른바 기관화, 행정화, 귀족화, 오락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기관화, 행정화는 공청단이 지도부를 제때 교체하지 않고, 산하 기구에 대해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귀족화는 공청단 중앙위원회 간부중에서 할아버지나 부모를 잘만난 이른바 금수저가 많다는 뜻이다. 오락화는 먹고 마시는 걸 말한다.

시진핑 주석의 질책이 있고난 뒤 2015년 8월 저우옌 저장성 공청단 서기가 저장성 지질탐사국 부국장으로 발령났다. 청장급인 공청단 서기가 한직의 부국장으로 강등 발령이 난 것이다. 그동안 공청단의 직급이 지나치게 높다는 당내외의 불만을 감안한 인사조치로 풀이된다.

중앙기율검사위는 2015년 하반기 공청단에 대해 집중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2016년 2월 공청단 중앙위원회에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주요 내용은 공청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혁신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6년 초, 공청단 중앙 위원회와 공청단 지방 위원회 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2016년 공청단 예산은 3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줄었다. 그리고 지난 3월27일에는 베이징대학 법학과 허웨이팡 교수가 웨이보를 통해 공청단이 원래 비정부조직인 만큼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단원들이 내는 단비와 모금으로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단 중앙위원회는 시진핑 주석의 질책이 있고난 지 3개월이 지난 2015년 10월9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일종의 자아비판을 했다. 공청단은 기고문에서 엘리트주의에 물들어 기층 민중을 무시했다. 사회 양극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전체 상황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개혁을 주도하던 공청단이 개혁 대상이 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2016년 4월22일, 공청단 중앙위는 유일하게 공청단이 관장하는 4년제 대학인 중국청년정치학원에 대해 개혁한다고 발표했다. 학교가 학부생 모집을 중단하고 공청단 간부 재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올해 학부생 모집은 1080명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학교 개혁은 중장기 과제로 이뤄진다고 전망할 수 있다. 이어 공청단은 4월25일, 여러 방면의 의견을 수렴해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공청단은 중앙위원회 인원과 기구를 줄이고 사회 인재를 영입해 겸직을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식으로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청단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공산당의 후계자, 공산당에 대한 새로운 피 공급이라는 역할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공산당과 청년을 잇는 교량 역할을 주로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잘 나가던 공청단파는 핵심 인물인 링지화 전 중앙판공청 주임이 2014년 12월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최측근인 링지화 전 주임 낙마 이후 월권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내 영향력을 잃었다. 공청단파 대표주자였던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은 연루설에 시달리면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2017년 가을 출범하는 차기 지도부는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공청단파는 좌절할 것인가. 공청단의 대표주자인 리커창 총리는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직을 지킬 확률은 반반이다. 총리에서 물러나더라도 권력 서열 2위의 전국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을 맡을 수 있다. 공청단파 차세대 주자인 후춘화 광둥성 서기나 왕양 부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부주석이 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시진핑 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 7자리 가운데 리커창 총리를 포함해 2자리를 공청단파에 내줄지도 의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가능하면 차기 지도부는 자기 사람으로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사실은 공청단파(퇀파이)는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10년 뒤에는 퇀파이라는 용어조차 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