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에는 공산당 19차 당대회가 열린다. 관행에 따른다면 7명의 상임위원 중 5명이 바뀌고 새로 뽑히는 상무위원 중에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차기 대권을 맡을 후보자가 포함돼야 한다. 5년 동안 최고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당·정 전반의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상무위원으로 발탁돼 5년간 수업을 쌓은 게 좋은 예다.
과연 누가 중국의 6세대 지도자가 될 것인가.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후보군을 압축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법이 나이를 통해 보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엔 ‘칠상팔하(七上八下)’란 불문율이 있다.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고 68세면 은퇴해야 하나는 얘기다. 만 72세가 정년이란 얘기다. 여기에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한차례 연임해 10년을 채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에 대권을 쥘 새 지도자는 ‘류링허우(六零后)’, 즉 1960년 이후 출생자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명문화된 규칙은 아니지만 제한 연령이 70세에서 68세로 내려온 2002년 이후 한 차례도 예외가 없었다.
지금 공산당 인재 풀이라 할 수 있는 200명 안팎의 중앙위원 가운데 류링허우는 11명이다. 이 중 반부패로 낙마한 사람이나 소수민족 등 가능성이 낮은 경우를 한 사람씩 걸러내면 후보군은 더 좁혀진다. 공청단 제1서기 경력의 저우창(周强)은 18차 대회 때 정치국원 승진에서 밀려나면서 차기 경쟁군에서 멀어졌다는 중론이다. 1967년생으로 최연소자인 루하오(陆昊) 헤이룽장(黑龙江) 성장도 향후 중임을 담당할 인재임에 틀림없지만 6세대 지도자로는 너무 이르다는 평가다.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조건은 공직 경력과 능력이다. 시진핑과 후진타오(胡锦涛)등 역대 지도자는 말단 행정단위에서부터 성·직할시 서기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인물이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후춘화(胡春华) 광둥(广东) 서기나 쑨정차이(孙政才)충칭 서기의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후 서기는 티베트와 허베이·네이멍구·광둥 등 변방과 내륙 낙후지역, 발전된 동남부 연안의 지도자를 두루 거쳤고 8000만 명의 단원을 거느리는 공산주의청년동맹(공청단) 1서기를 역임했다.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쑨 서기도 베이징과 지린성에서 행정 경력을 쌓았고 농업부장(장관)도 지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상무위원 바로 아래인 정치국원에 올라 있다.
이들에는 못 미치지만 주목 받는 다크호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천민얼(陈敏儿) 구이저우(贵州)성 서기다.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이던 시절 호흡을 맞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성 선전부장이던 그는 매주 한 편씩 지방 신문에 연재한 시 주석의 칼럼 초고를 4년간 집필했다. 저장성 경력밖에 없던 그를 지도자 단련코스로 평가 받는 구이저우성 서기로 발탁한 것도 시 주석이다. 과연 내년 당대회에서 어떤 직책을 맡아 능력을 발휘할 지가 천 서기의 미래를 결정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항공 전문가로 허베이 성장에 오른 장칭웨이(张庆伟)나 군수산업 전문가로 충칭 부서기인 장궈칭(张国清) 등의 류링허우 중앙위원이 있지만 경력상 후·쑨·천 등 현직 서기 세 사람에게 밀린다.
이런 예상은 어디까지나 ‘관행을 지킨다면’이란 전제하에서의 분석일 뿐이다. 강력한 1인 체제를 구축 중인 시 주석의 의중이야말로 차기 지도자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기존 관행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 덩샤오핑(邓小平)이 그랬던 것처럼 예상 범위를 벗어난 파격 인사로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 할 지도 모른다. 심지어 총서기직을 5년 임기에 한차례 연임하는 관례조차 깨뜨릴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국가주석직은 삼선(三選)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국가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권력의 실질 원천인 공산당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 대해서는 외부로 공표된 명문 규정이 없다. 결국 1인 권력을 강화한 시 주석과 이를 견제하려는 나머지 권력자 혹은 세력간의 역학관계가 미래 권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이래저래 외부 세계의 예측을 허용치 않는 게 중난하이(中南海)의 권력 정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5년에 한번 열리는 당대회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사람과 사람, 세력과 세력간의 경쟁과 암투, 이합집산이 치열해지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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