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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주인을 불법납치 조사한 이유는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때문

중국 당국이 작년 10월부터 람윙키(61), 리보(46), 구이민하이(51), 청지핑(32), 뤼보(45) 등 홍콩의 출판 및 서점업자 5명을 불법으로 납치, 구금한 것이 밝혀지면서 홍콩의 언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작년 10월 이후 차례로 연락이 끊겼다가 구이민하이를 제외한 4명이 지난 3월 이후 홍콩으로 귀환했다.


•불법납치된 홍콩 출판, 서점관계자 5인
1.사장 吕波(46세)-2015年10月15日 深圳실종
2.영업매니저 张志平(32세)-10月15日 东莞실종
3.주주 桂民海(51세)—10月17日 泰国실종
4.점장 林荣基(61세)-10月23日 深圳실종
5.주주 李波(65세)—12月30日香港실종

이 들중 람윙키는 지난 6월 16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작년 10월 중국 선전(深圳)에서 반중 서적을 판매한 혐의로 중국 비밀 수사조직으로 알려진 '중앙전안조'(中央专案组)에 강제연행돼 저장(浙江)성 닝보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1일 일본 NHK 인터뷰에서 반중국 서적을 취급하는 홍콩의 출판업자와 서점관계자 등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한 것은 반중국 서적에 등장하는 내용의 정보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시진핑 지도부를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람윙키는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자신을 조사할 때 퉁뤄완(铜锣湾,코즈웨이베즈)서점이 취급하는 책 여러 권을 준비해 놓고 시진핑 지도부의 내막을 비판적으로 쓴 작품을 중심으로 필자와 정보원(源)을 집요하게 캐물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은 서점을 망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책 내용에 나오는 정보가 흘러나온 곳을 봉쇄하고 싶어했다"면서 "정보가 어디서 누설됐는지 알면 단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조사 배경이 시진핑 지도부를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1국 2 체제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온 홍콩에서는 이들 출판업자와 서점관계자들의 불법구금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지 19주년이 되는 7월 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10여 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할 예정이다.


홍콩에서는 1997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1일 시민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요구 행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50만 명이 참가해 국가안전법 제정 시도를 무산시킨 2003년부터 중국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추모 집회와 함께 홍콩 내 주요 시민 행사로 자리 잡았다.

퉁뤄완 서점은 원래부터 중국 대륙에서 출판할 수 없거나 판매할 수 없는 책을 파는 곳으로 유명했다. 고객 상당수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로 이들은 일부러 이 서점을 들러 많은 정치 관련 서적을 사 갔다. 퉁뤄완 서점은 1994년 람윙키(林榮基)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2014년 ‘거류(巨流)미디어유한공사’에 매각했는데 구이민하이(桂民海, 34%)와 리보(李波, 34%), 뤼보(呂波, 32%) 등 세 명이 주주가 됐다. 람은 서점 점장으로서 계속 경영에 참여했다. 홍콩은 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갔지만 ‘한 나라 두 체제(一国两制)’란 덩샤오핑(邓小平)의 구상에 따라 50년간 고도의 자치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을 받았다. 즉 2047년까지는 철저하게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 내 여러 서점은 중국에서 매매가 되지 않는 이른바 ‘금서(禁書)’를 팔아 재미를 봤다. 금서엔 과거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을 그린 것과 함께 중국 고위 지도자의 스캔들을 파헤친 게 적지 않았다. 가끔 중국 당국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 정부의 태도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식의 비교적 관대한 편이라 별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012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 ‘중국의 대부 시진핑’이란 책을 출판하려던 홍콩 천중서국(晨鐘書局)의 출판인 야오원톈(姚文田)이 홍콩에 이웃한 중국 선전(深圳)에서 체포됐다. 2015년 5월, 당시 73세이던 야오는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우치학사(五七學社)의 책임자 우이산(武宜三)이 대신 책을 출판하려다 ‘깜짝 놀랄 협박 전화’를 받고 계획을 접었다. 2014년 5월엔 정치간행물 ‘신웨이(新維)월간’을 펴내던 왕젠민(王健民)이 선전의 집에서 붙들려 5년여의 징역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퉁뤄완 서점이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된 건 시진핑 주석의 사생활, 특히 애정 문제를 파헤친다는 책 출판을 준비하면서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 책엔 ‘시진핑과 그의 여섯 여인(Xi and His Six Women)’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세 명의 주주 중 한 사람인 리보에 따르면 또 다른 주주 구이민하이는 과거 중국 고위 지도자의 정부(情婦)와 관련된 글을 써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준비한 서적은 너무나 민감했다. ‘실종’의 비극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먼저 3대 주주 중 하나인 뤼보가 2015년 10월 14일 갑자기 사라졌다. 중국 선전에 있는 아내의 집에서 연행됐다고 한다. 3일 뒤엔 태국 파타야 아파트에 있던 구이민하이가 낯선 남자들에 이끌려 자취를 감췄다. 10월 24일께는 거류미디어유한공사의 직원 장즈핑(张志平)이 광둥 둥관(广东 东莞)의 아내 집에 있다가 10여 명의 사복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같은 날 퉁뤄완 서점의 점장인 람윙키가 선전에 갔다가 역시 사복 차림의 사람들에 의해 붙들렸다. 홍콩인을 경악시킨 건 다섯 번째로 실종된 리보의 경우였다. 4명이 잇따라 실종된 뒤 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서적이란 게 민감할수록 잘 팔리지만 근년 들어 “감히 대륙에 갈 수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륙에 가지만 않으면 내가 실종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2015년 12월 30일 홍콩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리보의 부인 차이자핑(蔡嘉苹)은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대공보(大公報)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차이에 따르면 리보가 실종되는 날 어떤 이가 전화를 걸어와 시진핑 관련 책들을 사겠다고 했다. 이에 리보가 홍콩의 차이완(柴湾)에 있는 창고로 직접 책을 가지러 갔는데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리보의 경우 중국을 드나들 때 사용하는 고향 방문증인 ‘회향증(回鄕證)’이 그대로 집에 있었다. 훗날 어떻게 중국에 갈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리보는 “나만의 방식”이라는 말로 더 이상의 답을 피했다. 이로써 거류미디어의 세 명 주주와 직원 하나, 그리고 퉁뤄완 서점의 점장 등 모두 5명이 2015년 10월과 12월 석 달 사이에 실종됐다. 세 명은 중국에서, 한 명은 태국에서, 마지막 한 명은 홍콩에서 사라졌다. 특히 홍콩에서 실종된 리보의 케이스에 홍콩인은 경악했다. 이전엔 중국에 가는 걸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고도의 자치를 허용 받는 홍콩에서, 그 어떤 홍콩인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실종된 5명은 이후 어떻게 됐나. 가장 먼저 사라졌던 뤼보가 2016년 3월 4일 홍콩으로 돌아왔고 이틀 후 직원 장즈핑도 귀환했다. 3월 24일엔 리보, 6월 14일에는 린룽지가 다시 홍콩 땅을 밟았다. 처음엔 이들의 실종 사건 배경을 잘 몰랐다. 이들이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금서 출판을 계획했다가 중국 당국의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만 난무했다.
실상은 2016년 6월 홍콩으로 돌아온 람윙키가 용기를 내면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람은 자신을 조사했던 중국 당국 관계자로부터 퉁뤄완 서점의 고객 명단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고 홍콩에 왔다가 생각을 바꿨다. 6월 16일 홍콩 민주당의 입법회 의원 허쥔런(何俊仁)을 찾아갔고 그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실종 사건 전말을 폭로했다. 람윙키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0월 24일 홍콩에서 선전으로 넘어가다 붙잡혔다. 이후 열 서너 시간가량 차를 타고 저장 닝보(浙江 宁波)의 한 건물로 끌려가 자살방지 시설 등이 마련된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람은 그곳에서 가족과 변호사를 부르는 걸 포기한다는 각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고 욕설과 위협 속에 서점 경영과 관련된 각종 조사를 받았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찍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람은 기자회견에서 “만일 우리가 소리를 내지 못하면 홍콩은 구원받을 수 없다”며 “이번 일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홍콩인의 인권과 자유와 관련된 일이며 퉁뤄완 서점 직원 실종 사건은 중국이 ‘한 나라 두 체제’ 제도를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으로 돌아온 다른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홍콩 정무사(司) 사장이 현재 홍콩특구 행정장관인 캐리 람이었지만 사건 해결에 이렇다 할 역할은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