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은 1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809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2016년 11월10일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날 대비 0.79% 오른 것으로 올 1월6일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기준환율보다 절상된 달러당 6.8061에 마감했다.
5월29일만 해도 5.35%에 불과했던 하루짜리 역외 위안화 금리(HIBOR)가 5월31일 21.07933%로 올 1월6일 이후 최고치로 오르면서 역외위안화 가치가 작년 11월4일 이후 최고치인 달러당 6.7557위안까지 오르는 등 초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역내 위안화 기준환율 상승소식에 이날 홍콩에서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72위안까지 오르는 등 역내외에서 위안화가치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모습이다. 하루짜리 HIBOR도 이날 추가 급등하며 42.815%를 기록했다. 중국계 은행이 역외시장에서 자금을 조이는 식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비용을 끌어올린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시장개입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공격적으로 절상시키는 식으로 공매도 세력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위안화 약세 전망치를 낮추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왕타오(汪濤) UBS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말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15위안에서 7위안 이하로 낮췄다. 호주 ANZ은행도 연말 전망치를 달러당 7.10위안에서 6.95위안으로 내렸다.
위안화 강세 배경은 향후 위안화 전망을 점치는 요인이 된다. 대외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신뢰성 저하로 인한 달러 약세가 이유로 거론된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5월 한달새 1.1% 상승했다.
하지만 “달러가치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어 위안화 절상이 지속되기 힘들 것”(화창증권)이라는 전망도 있다. “달러강세를 낳을 (6월로 전망되는)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이 선제적으로 위안화를 절상시키는 것”(블룸버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를 비롯 한국 원화 등 24개국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견줘 산출하는 CFETS(중국외환거래센터) 위안화 환율지수는 5월 한달간 0.42% 절하됐다. 대부분의 통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대비 절상폭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위안화 절상은 이처럼 부족했던 달러대비 절상을 보완하는 성격도 있다는 게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의 분석이다.
대내적으론 중국 경제가 1분기 반짝 반등한 후 최근 주춤해지면서 되레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위안화 강세가 인민은행의 개입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1일 발표한 5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의 예상치(50.1)와 4월 발표치(50.3)를 모두 밑돌면서 작년 6월(48.6) 이후 11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50 이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환율은 외환시장의 가격이다. 정부 입김이 강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환율 변동을 보려면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28년만의 첫 중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5월24일),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때 경기대응 조정 요인 추가(5월26일), 홍콩-중국 채권통 시행세칙 발표(5월31일), 올 가을 지도부를 개편하는 19차 공산당 대회 등의 연결고리를 찾다보면 위안화 강세의 정치경제학을 엿볼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홍콩 역외위안화 시장에서 금리를 높여 공매도 비용을 늘리는 식으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고 있다. 파란색은 역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하얀색은 하루짜리 역외 위안화 금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상 개입은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하향이후 위안화 공매도 베팅하려는 세력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트레이더들의 분석을 전했다.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한단계 강등했다. 텐안먼(天安門) 사태로 외자가 등을 돌리던 1989년 11월 Baa2에서 Baa1로 하향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 등급을 내린 것이다.
중국 P2P대출업체 시터우왕(喜投网)의 황성(黄生) 동사장도 2012년 중국에서 공매도와 전쟁을 벌였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며 WSJ의 분석을 뒷받침했다. 당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중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내려 은행주가 급락했고, 비슷한 시기 머디워터스 등 서방 회사들이 중국의 상장사들을 상대로 공매도를 한 것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머디워터스는 최근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상대로 공매도에 나선 상태다.
무디스 등급 하향에 대해 재정부 등 중국 당국은 물론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이 비난을 쏟아붓고 시장개입을 통한 위안화 절상으로 반격을 가한 것은 “중국이 올 가을 지도부 개편이 이뤄질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금융쇼크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위안화 지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둔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진단과 맥이 통한다.
무디스 등급 하향 발표 이틀 뒤 중국 당국은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중심을 통해 위안화 기준환율 산정 때 경기대응 조정요인을 추가하기로 한 성명을 내놓았다. 교통은행 금융연구중심의 류젠가오(刘健告) 연구원은 “시장의 과도한 변동이 기준환율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켜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무원이 5월31일 통지문을 통해 금융리스크 억제 조치 등에 대한 제4차 감찰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것도 당 대회를 앞둔 ‘안정 유지’ 기조에 따른 것이다. 국무원은 7월5일까지 모든 지방정부과 관련부문에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토록 하는 한켠 이에 기반해 임무 완성이 부실한 지역과 부문에 대한 감찰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은 7월1일로 회귀 20주년을 맞는 홍콩에 ‘선물’로 채권통을 준비중이지만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의미가 퇴색되게 됐다.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하향으로 중국이 7월1일로 회귀 20주년을 맞는 홍콩에 대한 ‘선물’로 준비중인 ‘홍콩-중국 채권통(채권 교차 매매 허용)’의 의미가 퇴색되게 된 것도 중국이 위안화 초강세를 유도한 배경이다. 무디스의 등급하향이 위안화 절하와 중국 채권 리스크 상승으로 이어져 외국인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무디스발 중국 채권 회피가 확산되면 중국 당국의 기업 부채축소를 위한 금융긴축과 그림자금융 단속 강화로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사례가 늘어나면서 채권리스크가 이미 커지고 있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외국기관이 보유한 중국 역내 채권은 작년 12월말 8530억위안에서 올 3월말 8300억위안으로 줄어든 상태다.
회사채 금리가 같은 기간 은행 대출 금리를 2008년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웃도는 현상이 발생한 것도 최근 중국 채권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중국 자본시장 분석업체 퉁화순(同花顺)에 따르면 5월15일~21일 5년 만기 AAA급 회사채 수익률은 전주의 4.72%에서 6.14%로 급등해 5년만기 대출금리 4.75%를 크게 웃돌았다.
홍콩-중국 채권통은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을 통해 손쉽게 중국내 채권에 투자할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할 예정이다.인민은행이 5월31일 발표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투자한도를 없애는 등 적극적인 외자유치 의지가 드러나있다.
중국은 홍콩 회귀 20주년 기념식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참여하기로 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어 채권통을 ‘좋은 선물’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으로 선물의 의미가 바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희생도 감수해야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 결정을 시장의 수급에 의존하는 시장화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종전의 원칙을 위배하게 됐다. 2015년 8월 전날 종가를 반영하기로 한 위안화 기준 환율 개혁 역시 이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2015년 7월 정점을 찍은 역외 위안화 예금 추이. 홍콩(파란색), 대만(붉은색),싱가포르(흑색)
중국 당국이 홍콩에 주는 선물 ‘채권통’은 2014년 후강퉁(沪港通,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2016년 선강퉁(深港通,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시행에 이은 것이다.
중국이 2011년부터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세계 곳곳에 세우기로 한 역외위안화 허브의 전초기지로 홍콩을 키우기 시작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가(RQFII)한도 부여나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도 홍콩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하지만 위안화 절하발 자본유출 리스크가 커지면서 지난해 해외 인수합병과 송금 제한 등 당국의 자본유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위안화 국제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위안화 국제화의 전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위안화 절하 압력이 줄고 4월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300억 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자본유출 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였지만 다시 규제의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국가외환관리국이 5월25일 웹사이트를 통해 외환을 해외로 빼돌린 사례를 기업의 실명을 들어 공개한 것이나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QDII(적격 내국인 기관투자가) 신규한도 비준을 5월까지 18개월 연속 중단한 것은 당국의 자본유출 억제 의지를 보여준다. 5월26일 현재 QDII투자한도는 899억 9300만달러로 2015년 12월 기준과 변함이 없다.
자본유출 규제는 위안화 국제화의 장애물로 역외위안화 허브란 ‘큰 선물’을 홍콩에 주려는 중국에 딜레마를 안긴다. 위융딩 (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명예교수는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계정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너무 빨랐다”며 “인민은행이 자본 유출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과거에 너무 빨리 개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 유도는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야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중국 당국이 올 가을 전당 대회를 앞두고 환율 안정에 집착하는 탓에 위안화 국제화의 속도조절이 이어졌고, 이는 홍콩을 역외위안화 허브로 키우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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