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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권력파워에 비례하여 강화되는 중국의 패권화

시진핑 주석은 올가을 19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두 번째 임기(2017년 말~2022년 말)를 시작한다. 그에게 애국주의 열풍은 자신의 정치를 펼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우군이 된다. 이번 당 대회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또 한 번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반부패'로 정적(政敵)들을 제압한 그는 자기 세력을 정치국에 대거 배치, 전임자를 훨씬 능가하는 권력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덩샤오핑 이래 40년간 굳어진 공산당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지고 사실상 마오쩌둥식 1인 통치 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으며, 10년 재임의 관행을 깨고 장기 집권의 길로 나설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두 달 뒤 모습을 드러낼 시진핑 2기 중국은 황제급 권력자가 통치하는 사회주의 대국의 부활을 보여줄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알던 중국이 아니다. '새로운 중국'이다.


새로운 대국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중국 국내적으로는 애국주의 열풍이 부국강병식 국가주의와 결합해 전체주의 통제사회로 회귀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시 주석과 공산당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 금기시되고, 지방 관료와 군(軍)의 충성 맹세가 잇따르고 있다. 지식인들은 '문자옥(文字獄·글 때문에 화를 당함)'이 두려워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같은 해외 소셜미디어 접속이 전면 차단됐다. 홍콩 서점 주인들이 가족 모르게 정보기관에 납치돼 몇 달간 조사받았고, 민주운동가는 신체에 스테이플러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7월 사망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민주·자유·인권·법치가 짓밟히고 있다"면서 "애국청년들이 국내 문제에 침묵하면서 정의가 마비된 사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긍심과 우월감으로 충만한 '새로운 중국'은 미국적 질서 대신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만드는 데 돈과 힘을 아끼지 않는다. 앞에서는 평화협력과 보호무역 반대를 외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돈을 쏟아붓지만, 뒤에선 군사력으로 이웃을 협박하고 외국 기업을 골탕먹인다. 어제의 친구에게 악의에 찬 저주를 퍼붓고, 전쟁 불사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 한국, 미국 등이 그 대상이다. "대국(大國)주의는 안 된다"는 우젠민(吳建民) 같은 합리적 지식인의 목소리는 애국적 네티즌의 공격에 묻혀버린다.

중국이 평화롭고 정의로운 국제사회 만들기에 기여한다면 지구촌의 축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중국은 자국 이익과 영향력 확대를 최우선에 두고, 이전보다 더 공격적이고 차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국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보복에서 보았듯이, "한국을 짓눌러 굴복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한·중 관계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이성적 목소리를 압도한다. 핵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은 감싸면서, 자위 수단을 찾는 한국에는 이빨을 드러낸다. 한국은 '이런 중국과 어떻게 하면 대등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 질문을 수교 25년 만에 다시 던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