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깐즈리미엔추정취엔(抢杆子里面出政权·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이라는 말이 있다. 공산 중국을 개국한 마오쩌둥의 집권철학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중국 공산당 권력의 원천이었다. 마오 생전에는 그의 권위에 압도돼 군부가 발호하지 못했지만 덩샤오핑 시절에는 개혁개방의 최대의 적은 보수파의 좌장 리펑이 아니라 '양자장(杨家将)'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양자장은 양상쿤-양바이빙(杨尚昆、杨白冰)형제로 당시 군부를 장악한 세력이었다.
중국의 권력서열은 당군정(党军政)이다. 공산당, 인민군, 정부다. 군이 정부 위에 있다. 그만큼 군부세력이 강하고 그동안 성역에 가까운 곳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군부를 물갈이를 끝냈다. 시진핑 주석이 인민군을 재편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군내 파벌을 없애기 위해 군단의 일련번호도 변경한 것. 마오쩌둥도 못했던 일을 시진핑이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육군 군단은 현재 18개에서 13개로 줄었으며, 5대 전구에 2~3개의 군단을 배치하는 한편 군단 편제도 '군단-사단-연대-대대'에서 '군단-여단-대대'로 줄여 지휘와 명령체계를 축소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단의 일련번호를 바꾼 것이다. 시진핑은 13개 육군 군단의 일련번호를 71∼83 사이의 번호로 바꿨다. 중국은 1949년 공산 중국 건국 이래 각 군단은 1, 31 등의 고유 번호를 수십 년째 유지해왔다. 이것이 파벌 형성의 온상이었다.
시진핑의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물갈이도 정점을 향하고 있다. 합참의장 격인 연합참모부 참모장, 당과 군을 잇는 실세인 정치공작부장 등 중앙군사위원회의 핵심 보직과 육·해·공·로켓군·전략지원부대 등 5대 군종의 사령원(사령관)이 전원 교체됐다. 뒤이어 다음달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을 새로이 선출하고 국방장관을 임명하면 군 수뇌부 인사가 마무리된다.
인민해방군의 최상부 조직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다. 당이 군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18차 당대회 때 선출된 현 군사위원회는 시진핑 주석과 2명의 부주석, 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의 군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8명의 군사위 위원 가운데 7명이 현재 보직에서 해임됐다. 여기에다 군사위 부주석인 판창룽(范长龙)과 쉬치량(许其亮), 군사위 위원을 겸하는 창완취안(常万全) 국방장관도 당대회 때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의 당·정 인사와 마찬가지로 군부 인사 역시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건 먀오화(苗华·62) 해군 상장의 발탁이다. 그는 이달 초 당과 군을 잇는 핵심 요직이자 군 인사를 총괄하는 정치공작부장에 임명됐다.
먀오 부장은 만 11년 동안 소장(별 1개) 계급에 머물러 있다가 2012년 중장(별 2개)으로 진급했다. 이어 만 3년 만인 2015년 인민해방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아줬다. 시 주석 집권기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푸젠성에서 맺은 오랜 인연이 바탕이 됐다. 먀오 부장은 1969년 입대한 이래 2005년까지 줄곧 푸젠을 근거지로 하는 31집단군에 근무했다. 시 주석은 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 간 푸젠성의 당·정 간부로 근무하면서 군 보직도 겸직했다.
이밖에 새로 육군사령원으로 임명된 한웨이궈(韩卫国·61)와 공군사령원으로 발탁된 딩라이항(丁來杭·60) 역시 시 주석과 같은 시기에 푸젠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과거 푸젠·저장성 근무 시절의 옛 부하들을 초고속 승진시키면서 당·정의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과 같은 양상이 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파벌을 ‘시자쥔(习家军)’이라 부른다.
또 한 사람 주목해야 할 시자쥔은 장유샤(张又俠·67) 상장이다. 그는 중국 군부에서 시진핑 주석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역시 인민해방군 상장에 올랐던 그의 부친 장쭝쉰(张宗逊)은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习仲勋)의 고향 친구이자 전우였다. 부자 2대에 걸쳐 시 주석과 막역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그는 중국의 국산 항공모함 건조나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 업무를 총지휘했었다.
시 주석에겐 장유샤 못지않게 막역했던 또 한 사람의 군내 인맥이 있었다. 류샤오치(刘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류위안(刘源) 상장이었다. 총후근부 정치위원이던 그는 시 주석 집권 초기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 등 두 명의 전 군사위 부주석을 부패혐의로 제거함으로써 시 주석의 군 기반을 다진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해 한직(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으로 밀려났다. 이때부터 남은 한 사람인 장유샤야말로 시 주석이 신임하는 군부 내 복심이며 군사위 부주석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10월 당대회에서 물러나는 판창룽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자쥔의 약진이란 점 이외에 시진핑 군 인사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젊은 피’ 수혈이다. 상장을 제쳐놓고 중장을 발탁해 각각 해군·공군·로켓군 사령원과 장비발전부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파격이다. 세대 교체를 통해 군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이 임명된 중장 사령원들은 이른 시일 내에 상장으로 승진시켜 원활한 지휘 통솔이 이뤄지도록 배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59∼61세인 이들 중장 사령원이 배출됨으로써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평균 연령이 7∼8세가량 젊어졌다. 여태까지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60대 후반이 주류였고 70대도 드물지 않았다. 올해 72세인 우성리(吴胜利) 전 해군사령원의 후임에는 11년 젊은 선진룽(陈金龙)이 임명됐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인사를 단행한 시점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군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당 대회에서 새로운 군사위원을 선출하고 그 이후 순차적으로 군 보직 인사를 하는 것과는 반대 순서로 이뤄진 것이다. 이와 관련, 군 인사를 먼저 확고히 장악함으로써 당 지도부 개편에서도 자신의 권한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은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집권 1기인 지난 5년 동안에는 군내 반부패 투쟁을 통해 장쩌민 세력의 잔재를 척결했고 이후 편제 개혁을 통해 군 장악을 가속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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