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식도락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중국을 찾은 외국 정상들에게 전국 각지의 유명 요리를 대접하며 ‘음식의 천국’임을 입증한다. 자국 음식을 즐기는 지도자들을 보며 중국인들은 친근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한편 외교행사에서 만찬은 하나의 전략이다. 상대국 외교사절단에 어떤 인상적인 음식을 선보이느냐에 따라 딱딱한 양국관계가 더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 문화적 매력을 중시하는 소프트파워의 시대를 맞아 외교자산으로서 음식이 갖는 의미는 점차 커지고 있다.
4월 12일 저녁 8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샹그릴라 호텔 3층 중식당.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锅) 냄비에서 끓고 있는 탕 안에는 새빨간 고추와 산초 열매가 가득하다. 맵고 얼얼한 향이 가득한 냄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매운 맛’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였다. 이들은 베이징에 이어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博鳌) 포럼에도 참가하고 청두에서 2박3일 머물렀다. 다음날 새벽 귀국 항공편에 오르는 두 사람은 마지막 만찬 메뉴로 훠궈를 택했다.
쓰촨 요리는 맵기로 유명하고 쓰촨 사람들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쓰촨식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주방장이 직접 나와 시범을 보였다. 새하얀 가운을 입고 나타난 그는 “훠궈 국물이 옷에 안 튀면 훠궈를 먹었다고 할 수 없다”며 심리적 장벽부터 무너뜨렸다. 거위 창자를 먹는 방식인 ‘7상8하(七上八下)’도 가르쳤다. 거위 창자는 젓가락으로 7번 훠궈탕에 담갔다가 8번 빼기를 반복한 후 15초 만에 먹어야 한다. 〈청두상보〉는 “대통령 부인이 ‘7상8하’를 하다 거위 창자에 들러붙은 산초 열매를 함께 먹어 생애 최초의 얼얼한 맛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스트리아 대통령 내외와 총리는 훠궈 냄비에 거위 창자뿐 아니라 돼지고기, 스팸, 새우 살, 돼지고기 완자, 오리 선지, 천엽, 배추, 팽이버섯, 청경채, 죽순, 감자 등을 넣어 먹었다. 마파두부(麻婆豆腐)와 단단면, 어향육사(鱼香肉丝·어향소스로 볶은 돼지고기) 등 쓰촨 요리를 두루 맛봤다.
“땅 위의 네 발 달린 것으로는 책상,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 중에서는 잠수함, 하늘을 나는 것으로는 비행기를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의 식도락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중국을 찾은 외국 정상들에게 전국 각지의 유명 요리를 대접하며 ‘음식의 천국’임을 입증한다. 자국 음식을 즐기는 지도자들을 보며 중국인들은 친근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중국 서민들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 유탸오(油条)와 더우장(豆浆)으로 식사했다. 중국식 만두 샤오롱바오(小笼包)와 만둣국 훈둔(混沌)도 곁들였다. 이 식당에는 문 대통령이 먹은 음식을 묶은 대통령 세트메뉴가 등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식사를 함께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후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나는 27일에는 그가 머물고 있는 댜오위타이 국빈관 양위안자이(养源斋·양원재)에서는 오찬을 가졌다. 홍콩 〈빈과일보〉는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을 토대로 인민대회당 만찬에 128만 위안(약 2억1657만원) 상당의 마오타이(茅台)주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빈방문 만찬 준비에는 최소 160명의 요리사가 동원된다. 손님의 식성뿐 아니라 나이, 건강상태, 제철재료, 영양소 등을 두루 배분해 음식을 준비한다. 국빈만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식은 ‘베이징 덕’으로 알려진 베이징 오리구이다. 고온의 화덕에서 겉은 바삭하고 고기는 부드럽게 구워낸 오리를 얇게 저며 춘장, 파 등과 곁들여 밀전병에 싸 먹는다.
1971년 7월 중국을 찾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저우언라이 총리와 베이징 오리구이를 먹었다. 그리고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이 결정됐다. 헨리 키신저 장관은 훗날 “베이징 오리구이를 먹고 중국의 요구를 다 들어줘버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닉슨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전복 요리를 준비하고 망태버섯탕을 내놓았다. 닉슨 대통령은 망태버섯을 잘게 잘라 오랜 시간 푹 끓인 이 요리에 매우 만족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1998년 방중한 빌 클린턴은 중국 8대 명주로 꼽히는 우량예(五粮液)가 들어간 계화 케이크를 좋아했다.
지난해 방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베이징의 대표 요리인 오리구이를 맛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 오리구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고 육류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 보도했다.
산시(山西)성이 고향인 시진핑 주석은 고향의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 극진한 마음을 표현했다. 2014년 봄 시 주석은 롄잔(连战)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의 만찬 자리에 전통 국수 뺭뺭면(Biángbiáng miàn), 양러우파오모(羊肉泡馍양고깃국), 러우자모(肉夹馍고기속빵), 량피(凉皮·차게 먹는 녹말면국수)를 대접했다. 두 지도자 모두 아버지의 고향이 산시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경을 쓴 것이다. 비앙비앙면은 칼국수보다 면발이 굵고 넓은 것이 특징이다. 매운 양념이 곁들여진다. 시 주석은 고향 사람인 롄 명예주석을 위해 이 국수를 내놨다. 이 국수를 뜻하는 ‘비앙’은 57획에 달한다. 글자라기보다는 부적처럼 보이는데 현대 중국어사전은 물론 컴퓨터 자판에도 없어 중국에서도 영어로 발음을 표기한다. 양러우파오모는 양고기 삶은 물에 빵조각을 넣은 음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월 이뤄진 첫 방중에서 베이징이 아닌 시안(西安)을 먼저 찾았다. 미테랑, 시라크, 사르코지 등 프랑스의 전임 세 대통령도 모두 시안에서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영부인 브리짓 마크롱과 함께 진시황 병마용에 이어 당나라 실크로드 유적지인 대안탑(大雁塔)과 대명궁(大明宫)도 찾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안 일정 중 비앙비앙면을 맛보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프랑스 대통령이든 미국 대통령이든 비앙비앙면과 양러우파오모를 먹지 않고서는 시안에 왔다고 할 수 없다고 평론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듯, 음식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요리와의 궁합이 가장 잘 맞고 만찬장의 격조를 한층 높여주는 ‘만찬주’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만찬 때 등장한 중국 마오타이주는 단연 화제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통상 국빈을 맞을 때 4,000위안(약 67만원)짜리 마오타이주(2015~2016년산)를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동안 껄끄러웠던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신호탄이 된 이 만찬에서는 2003년산으로 한 병에 무려 128만위안(약 2억1,657만원)짜리 초호화 마오타이주를 특별 접대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닉슨과 할아버지 김일성이 방중했을 때 제공된 국빈주로 똑같은 접대를 받아 대외적 위상을 높였고 시 주석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배려한 큰형다운 대국의 모습을 과시해 양쪽이 윈윈하는 만남이 되었다.
중국과 대만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었던 자리에서 가장 큰 역할은 했던 것도 만찬주였다. 2015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국빈만찬은 ‘고량주 만찬’으로 통한다. 당시 마 총통은 진먼 고량주(金门高粱酒)와 황주인 마쭈라오주(妈祖老酒)를, 시 주석은 마오타이를 준비해 서로 권했다. 대만이 준비한 두 술의 원산지는 양안 분단의 최전선인 대만해협에 있다. 마 총통은 “시 주석에게 두 술의 역사를 설명했고 시 주석이 진먼 수수를 대륙에 수입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马英九昨日在回程专机上“爆料”说:“他(习近平)说他酒量不好,我说我也不好”,大陆方面带了茅台,“他们没喝很多,就高粱酒喝一点”。他称自己讲了所带陈年高粱酒“妈祖老酒”的历史,习近平说有些高粱是大陆产的,他回应说早就知道,因本地产量不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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