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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민간신앙

대만의 민간신앙은 중국 본토의 민간신앙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대만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만의 민간신앙은 대륙 남부 연안으로부터 이주한 한족을 따라 뿌리내리지만, 고산족등 원주민 문화와 교류하면서 함께 변화 발전 과정을 겪어왔다.

대만은 제사가 많고 복잡하다.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청명절은 조상의 묘를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날이며, 새해에는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대만인들이 새해 첫날부터 섣달그믐까지 3일에 한번 샤오빠이小拜를 올리고, 5일에 한번 따빠이大拜를 올린다.

이런 것을 빠이빠이拜拜라고 한다. 대만의 토속 종교는 고대 원시종교와 유교, 불교, 조상숭배 등을 포함하는 혼합종교이며, 혼합된 토속종교의 대만명칭은 '빠이빠이'이다. 이는 우상 신 뿐만 아니라 조상에 대한 제사를 모두 포함한 용어로, 기존의 종교, 귀신, 정령에 대한 숭배와 조상에 대한 제사가 혼합된 형태로 나타났다.

빠이빠이는 단순한 혼합 종교 형태만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다. 대만인들은 조상에 대한 효는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유교, 불교, 도교 등을 혼합해서 새로운 종교체계인 빠이빠이를 만들어냈다. 대만인들은 민간에서는 집안에 사당을 세우고 조상의 위패와 자신들이 믿는 신의 상을 다 같이 배열해 둔다. 매일 아침 '빠이빠이'를 올리고 향을 태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것은 종교와 상관없는 대만 사람들의 삶이다.
대만에는 귀신의 달이라는 것도 있다.
대만에서는 크고 작은 사당에서 향을 피우고 참배하거나, 거리에서 노란색 종이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란색 종이는 귀신을 위한 가짜 돈으로, 가짜 돈을 태우면 그 돈이 귀신에게 전달된다고 믿는다. 그 외에 각종 축제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것도 악귀를 쫓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만에서는 특히 음력 7월은 귀월(鬼月), 즉 귀신의 달로 불린다. 음력 7월 한 달은 귀신들이 인간세상에 나오는 것이 허용되는 달이라고 해서 저승에 있던 귀신들이 이승으로 몰려온다고 믿는다. 그에 따라 귀신에게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빠이빠이를 한다. 회사에서는 재물 신에게 한 해의 성공을 기원하는 중요한 날로 거의 모든 회사들이 건물 앞에 제사상을 차린다.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일들도 있다. 이 때는 결혼이나 중요한 계약, 부동산매매, 이사 등의 거주지 변경은 하지 않으며, 물 귀신이 끌고 간다고 믿기 때문에 바다 수영은 금지한다. 고가물건의 구매, 병원 수술과 같은 중요한 일 역시 이 달을 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달에는 경제활동이 다소 침체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수술을 연기하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대만 사람들의 빠이빠이 대상은 유교, 불교, 도교에서 숭상하는 인물들을 비롯해 자연신, 전설 속의 신, 동물 신, 식물 신까지 폭넓다.

1)마조马祖
본래 사람이었으나 죽은 뒤 신이 된 역사의 인물 중에서 마조가 대표적이다. 대만의 민간 신앙에서 가장 널리 추앙되고 있는 신은 마조와 토지공이다. 전설에 따르면 마조의 이름은 임묵이였다. 그는 송나라 시기 건륭 원년에 푸젠성에서 태어났다. 마조가 태어날 때 서북쪽에서 붉은 빛이 뻗어 내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보였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총명하였던 마조는 도사로부터 깨달음의 비법을 전수받았고,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우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신이 나타나 부적을 건넨 뒤 오색 구름을 타고 사라졌다.

마조는 이 부적 덕에 법술을 익히고 액운을 막아내는 능력을 가지게 되어 마을 사람들을 구해 주었다. 그 뒤 마조의 전설 같은 행적은 끝없이 이어져 하늘로 올라간 뒤에도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풍랑을 막아 주고 세상 사람들을 구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조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조를 모셔 놓았다. 대만은 네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고 마조는 해상수호신의 하나이므로 그 신앙은 특별히 중시되어 왔다.

마조는 여자 선조에 대한 존칭이기도 하다. 중국 동남 연해 지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신앙을 받은 바다의 여신을 뜻한다. 사람들의 숭배를 받아 송나라 고종에 의해 "영혜부인"의 책봉을 받아 중국 조정이 인정한 신이 되었다. 마조 신앙은 푸젠은 물론이고 대만, 오키나와,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에 전파되었다. 대만의 곳곳에서 마조 묘의 모습이 보이는데 대만에만 마조 묘 510곳이 있다.

마조는 본래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후대에는 얼굴에 귀티가 흐르는 귀부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대만의 마조는 해상수호신에서 재물 신으로 변해서 섬겨지고 있다.

2)토지공土地公
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시는 신은 바로 토지공이다. 토지공을 모셔 놓은 사묘는 너무 많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논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토지공에 대한 전설은 여러 설이 있으니, 주나라 때 관리였던 장복덕이라는 설도 있고 묘지를 지키는 신이 토지공이라는 설도 있다. 전설을 종합해 보면 토지공은 인정 많고 선량하며 됨됨이가 훌륭한 사람이었다. 토지공의 신상은 모두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백발에 흰 수염이 난 미소 짓는 노인이다. 인간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의 모습인 것이다.

토지공은 본래 농민들이 모시던 신이었으나 점차 재물을 늘려 주는 재신으로 바뀌어 지금은 광업, 어업, 상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토지공을 모시며 재복을 가져다 주기를 기원하고 있다.

음력 2월 2일은 토지공의 탄신일로 집집마다 닭과 오리를 잡아 제사 지낼 준비를 한다. 이날 토지공을 모신 묘에서는 연극 공연도 하면서 토지공의 탄신을 기념하고 복을 기원하는 행사를 벌인다. 음력 8월 15일에도 토지공에게 '빠이빠이'를 하며 농사가 잘 되도록 도와주신 은덕에 감사 드린다.

토지공은 이미 농민의 신뿐 아니라 상인의 수호신이 되었으니 장사하는 사람들은 매달 음력 2일과 18일에 토지공에게 '빠이빠이'를 한다. 시골은 물론 대도시에서도 음식을 차린 탁자를 밖에 내놓고 향을 피우는 모습을 흔히 구경할 수 있다.

보통 가정에서는 음력 2월 2일과 12월 18일에 빠이빠이를 하는데 장사하는 집안에서는 특별히 성대하게 치르는 편이다. 그 중간에 있는 빠이빠이는 보통 생략하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갈 때에는 먼저 토지공에게 빠이빠이를 한다.

오늘날은 집안 식구가 병이 들거나 시험을 치를 때, 자녀가 입대할 때, 교통 사고가 났을 때도 토지공에게 빠이빠이한다. 농민들 또한 풍년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며 과일, 음료, 지전, 향, 초를 갖추고 수시로 토지공에게 빠이빠이한다. 토지공을 모시는 사람들 가운데 농사를 짓거나 부모가 농부인 경우 쇠고기를 먹지 않는데 평생 농사를 도와 준 소를 잡아먹는 것은 보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까닭에서다. 그러므로 대만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 쇠고기를 먹는지 먼저 물어 보고 준비하는 게 예의다.

3)관우关羽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무장 관우를 신성시한 것이다. 그는 의리, 충절의 상징으로 죽고 난 후 도교의 신으로 추앙받아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도 모셔져 있다. 또한 불교, 도교의 종교들이 관우를 끌어들여 관제에 봉하면서 전파되었다. 중국에서 토지 신을 모신 성황 묘와 관우를 모신 관제묘가 민속 신앙의 도교적 양대 산맥이 되었다. 관우는 또한 상업의 신으로 상인층에게는 지역 경제의 번영을 후원하고 경찰에게는 용기를 후원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관공, 관왕이라고도 불린다.

4)정성공郑成功

정성공은 신이나 귀신적 존재의 신앙이 아닌 인물적인 신앙의 한 형태다. 청나라에 저항하여 명나라 부흥 운동을 전개한 인물로 대만을 개척한 중국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투항했지만 자신은 계속 난징까지 진격하였으나, 패하게 되고 위협을 느끼자, 당시 네덜란드인이 점거하고 있던 대만 섬을 공략해 대만을 개척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대만 회복이라는 시대 정신과 맞물려 그의 존재감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대만의 민간 신앙의 하나로 뿌리 내렸다.

5)기타
왕야는 360개 질병을 관장하는 신이다. 때문에 질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질병을 막기 위해 제사를 했는데 대표적인 의식은 봄, 가을 배에 왕야를 넣고 태우는 것이다. 옥황대제는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의 신이다. 그는 뛰어난 인간이 보이면 신으로 승격시키기도 한다. 관음은 자비와 덕을 관장하는 여신이며 관음보살이라 불리기도 한다.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여성으로 알려진 관음은 인도 전통불교에서는 남성, 티베트에서는 남성, 여성을 오가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민간신앙에 대한 논란도 있다. 빠이빠이를 치르고 난 뒤 쏟아지는 쓰레기, 시도 때도 없이 터뜨리는 폭죽, 돈을 주고 사서 태워 버리는 지전, 물적•인적 자원의 낭비 등 때문에 대만의 교육 단체에서는 "지나친 빠이빠이 행사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교육적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면서 빠이빠이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환경 보호 단체에서도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매년 7월이 되면 대만 정부에서도 "되도록 낭비를 줄이고 절약하라"는 공익 광고를 내보내며 모든 빠이빠이 활동을 7월 15일에 한꺼번에 행하도록 계몽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 신앙의 장점을 예찬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만 고유의 언어를 보존하는 기능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민간 신앙에서 추앙 받는 신들은 대개 푸젠 성 남부에서 모셔왔다. 그런데 마조, 왕야 같은 신들은 커쟈(객가의 사람들의 말)언어나 푸젠성 남부의 말인 민난위, 곧 대만 토착어만 알아들을 뿐 표준어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표준어로 신을 부르면 신이 오지 않는다. 따라서 빠이빠이 행사는 물론 개인의 소원을 빌 때도 반드시 대만 토착어나 커쟈 지역 말로 해야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인들에게 '모어(母語)'를 사용할 기회라는 것이다.

최근 젊은 대만사람들은 미신을 그리 믿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그리고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서양의 할로윈을 보면 다 같이 즐기는 문화가 되었듯이 이런 빠이빠이 문화가 대만 특유의 문화로 보존되고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