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연간 100억톤의 물을 만든다

중국이 한반도 8배 크기만 한 땅에 인공강우 시설을 대거 설치해 한 해 100억t의 물을 증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세계 최대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티베트고원이다. 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해발 4000m 이상의 고지대인 이곳은 황허, 양쯔강, 메콩강 등의 발원지로 매년 4000억t의 식수를 공급하는 '아시아의 식수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별명에 걸맞지 않게 정작 이 지역의 강수량은 사막의 평균 강수량 연 250㎜의 절반도 안 되는 연 100㎜ 미만 수준이다.


중국이 티베트고원에 세우고 있는 인공강우 시설. 이런 굴뚝 수만 개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워 생기는 작은 입자(구름 씨)를 대기로 올려보내 비구름을 생성토록 한다.

이처럼 메마른 땅에 눈·비를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핵심은 티베트고원의 능선과 산봉우리마다 굴뚝이 달린 연소실 수만 개를 설치하는 것이다. 고체연료를 태우면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 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역할을 하는 설비다. 요오드화 은 연기를 하늘로 불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은 인도양 쪽에서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계절풍이다.

매년 6~10월 불어오는 이 계절풍이 높은 산맥을 타고 오르며 생성된 상승기류가 연소실에서 나오는 요오드화 은 연기를 구름까지 배달하는 것이다. 눈 결정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요오드화 은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찬 수증기 입자들이 달라붙으면서 눈 결정이 형성된다. 바람을 타고 요오드화 은이 계속 유입되면서 눈 결정은 늘어나고 결국에는 비가 내리게 되는 원리다.


연소실이 설치되는 면적은 티베트고원 내 160만㎢에 이른다. 미국의 알래스카와 맞먹고, 한반도의 8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매년 100억㎥의 비를 더 내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연소실 하나 설치하는 데는 8000달러(약 850만원) 안팎이면 된다. 비행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요오드화 은을 살포할 경우 수백만달러가 드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싸구려로 보이는 연소실에는 각종 첨단 기술들이 접목돼 있다. 우선 진공 상태에서 연료를 연소시키는 우주로켓 기술이다. 산소가 희박한 해발 5000m 고원지대에서 고체연료를 잘 태우기 위해서다. 30개의 기상위성이 제공하는 계절풍 정보는 요오드화 은을 피워 올릴 최적의 타이밍을 정할 수 있게 한다. 지구상 최고의 오지에서 사람 대신 연소실을 움직이는 것은 태양광 에너지와 원격조정 기술이다. 수천㎞ 밖에서도 인공위성과 연결된 휴대폰 앱을 통해 연소실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중국 최고의 이공계 명문인 칭화(清华)대학 말고도 중국의 우주탐사 계획을 담당하는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티베트고원에 이미 500개의 연소실을 설치한 상태다.


연소실을 이용한 인공강우는 미국, 러시아 등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다만 어떤 나라도 중국처럼 거대한 규모로 인공강우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못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서구사회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대규모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중국이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권위주의 체제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의 시도는 중국이 기후·환경을 안보에 악용할 수도 있다는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뉴사이언티스트는 전했다. 예컨대 티베트고원에서 습기를 품은 공기를 이용해 인공강우를 늘리면, 습한 공기를 빼앗긴 다른 지역에서 강우량이 줄어들어 가뭄 등 이상기후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