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중국 베이징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내년 3월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베이징은 람 장관이 독단적으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추진하다 현재의 상황을 맞았으며, 위기 대응 능력도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경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을 경질하는 사유로 베이징 권부는 람 장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송환법을 중국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다 위기를 자초했다.
홍콩인들은 송환법이 제정되면 민주인사도 중국에 끌려갈 수 있다며 이에 결렬히 반대하고 있다. 시위 이후에도 람 장관은 수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시위 초기에 시위의 기세를 누그러트릴 수도 있었으나 강공책으로 일관, 오히려 시위를 키웠다. 특히 10월 4일 복면금지법을 제정해 시위를 더욱 격화시켰다.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홍콩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 방화를 하는 등 폭도화하고 있다. 람 장관은 올해 입법회(국회)의 시정연설을 의원들에 의해 거부당하는 등 이미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다.
중국 당국이 람장관의 경질을 내년 3월로 확정한 것은 일단 지금 당장 경질하면 시위대에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 행정장관의 인사권을 전국인민대표자대회가 가지고 있기때문에 중국 전인대가 소집되는 내년 3월 경질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장관은 전인대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람 장관은 이미 지난 7월 베이징에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베이징은 시위대에 밀려 람 장관을 해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2명이다. 헨리 탕(唐英年)전 정무사장과 노먼 찬(陈德霖)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이다.
탕 전 재무장관은 재벌의 후예로, 홍콩 행정부에서 총리급인 정무사장과 재무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홍콩을 와인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와인에 대한 관세를 폐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2년 홍콩 행정장관에 도전했으나 자택에 56평 정도의 지하실을 불법으로 지은 사실이 드러나 실패했다. 당시 홍콩인들은 그가 지하실을 와인 저장고로 이용하기 위해 해당 시설을 만들었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그는 다양한 와인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베이징은 탕 전 재무장관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아버지가 유명한 섬유재벌(半岛针织有限公司)이어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노먼 찬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은 홍콩 페그제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76년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1990년대에 금융통화위원회를 창설하고 홍콩달러를 US달러에 묶은(페그) 장본인이다. 이후 홍콩달러는 안정적으로 거래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2005년 잠시 민간 기업인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에 근무했다 다시 공직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9년 통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올해 9월 퇴임하기 전까지 금통위 위원장을 맡았다.또 그는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후임 행정장관에 임명되면 캐리 람 행정장관의 잔여 임기인 2022년까지 홍콩 행정장관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미 홍콩의 행정장관이 조기사퇴한 전례도 있다.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된 1997년부터 행정장관직에 오른 둥젠화(董建華)는 2002년까지 5년간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두 번째 임기 3년 만인 2005년 돌연 사퇴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건강 악화였지만 당시 그가 추진하던 국가보안법이 반대 시위에 막혀 무산되자 중국 정부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둥젠화가 조기 사퇴한 후, 당시 그의 수석비서관이었던 도널드 창(曾蔭權)이 행정장관 권한대행으로 남은 임기를 채웠다. 도널드창은 2007년 무난히 재선돼 2012년6월까지 행정장관직을 맡았다.
람 장관은 한때 ‘홍콩의 대처’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6월부터 송환법 반대시위가 펼쳐지며 위기에 빠졌다. 홍콩시민 710만명 중에 무려 300만이 나온 송환법 반대시위는 홍콩 정국을 혼란으로 빠뜨렸고 일부 시위대는 입법회(의회) 청사를 점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람 장관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송환법 완전 철회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람 장관은 시위국면을 수습하겠다며 ‘복면금지법’을 발효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시위대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아닌,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행정장관이 필요하다며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시위대들은 중국계 은행과 기업 점포에 불을 지르고 공격하는 등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30여 년 만에 중국 공산당이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람 장관을 교체하며 람 장관을 최근 혼란의 책임자로 몰아 이번 사태를 끝내려는 눈치다. 다만 후속인물로 언급되는 이들이 여전히 친중(親中) 인사인데다 홍콩 시위대는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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