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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직장 상사 만나기 싫다

지난해 4분기에는 페이스북이 개설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이용자가 감소했다. 페이스북의 정체는 10대와 MZ세대의 외면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미국 내 13~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 봤다는 청소년은 32%로 5위에 머물렀다. 7년 전 진행한 조사에서 페이스북이 71%로 1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이용률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설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지난달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는 1109만6919명으로, 모바일인덱스 분석을 시작한 2020년 5월 이후 25%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7월(1334만7천761명)과 비교해서도 약 17% 줄어들었다.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페이스북 앱이 올해 상반기 일(日) 기준 다운로드 순위 상위 10위 밖으로 밀려난 게 총 59회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여섯 번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에는 10위권을 벗어난 최장 기간이 2일이었는데, 올해는 37일로 늘어났다. 테크크런치는 “다운로드 수에서 10위 밖으로 벗어났다는 것은 페이스북이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의 10~20대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중년의 소셜미디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사용하던 당시 20~30대는 이제 40~50대에 들어섰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부모가 활동하는 페이스북에서는 놀고 싶지 않아 한다”라며 “직장 상사와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되지 않기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20~30대도 많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업계에서는 2010년대까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였던 페이스북이 40~50대의 놀이터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진과 동영상뿐만 아니라 강력한 알고리즘을 내세워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10~20대의 새로운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국내 10대와 MZ세대는 틱톡과 트위터를, 해외에선 틱톡과 비리얼을 페이스북보다 선호하고 있다.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영상과 함께 강력한 알고리즘 추천으로 국내외 10~20대 사이에선 대세 앱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틱톡 이용자는 월 평균 23.6시간을 틱톡에서 보낸 반면 페이스북의 월 평균 이용 시간은 19.4시간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기존 소셜미디어에 반대하는 ‘안티인스타’로 알려진 비리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리얼은 하루에 한 번 알림이 오면 2분 안에 촬영을 해 사진을 업로드하는 소셜미디어로 카메라 필터나 편집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최근 트위터가 아이돌 팬덤, 정치 참여 활동을 하는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여성 사용자 비율이 61.7%로 남성(38.3%)을 한참 앞선다.

페이스북도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페이스북은 출범 초기 대학생 사이에서 소문을 탄 덕분에 당시 1등 소셜미디어였던 마이스페이스를 제쳤기 때문에 젊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투자자들에게 “페이스북은 다수의 장년층에게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보다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 내부 팀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