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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역감정과 지역차별



중국은 흔히 대국이라 불린다. 13억 명이 넘는 인구, 한국의 100배 가량되는 넓은 땅덩어리(980만㎢)를 가지고 있으니 대국이란 말이 딱 떨어지는 나라다. 많은 인구,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지방마다 말이 다르고 그 기질도 다르다. 좁디좁은 한국도 깽깽이니, 보리 문디니, 멍청도니 하며 지지고 볶는데 중국의 지역감정은 외부인이 보기에 더 자극적이다. 1200㎞ 떨어져 있는 중국의 양대도시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교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북방 사람답게 통이 크다는 평이다. 반면 상하이는 철두철미 계산에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베이징 사람들과 상하이 사람들은 서로를 무시하는 것도 엇비슷하다. “당신은 상하이 사람 같지 않소”라는 말이 베이징 사람들이 상하이 사람들에게 건네는 덕담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한편 지난 93년 9월23일, 베이징이 2000년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에 나섰다가 시드니에 2차 투표 끝에 43 대 45로 역전패하였을 때, 이를 가장 반긴 사람들은 호주사람들이 아니라 상하이 사람들이란 풍문이 돌았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베이징이 생색내게 하느니 차라리 떨어지는 것이 낫다는 게 상하이 사람들의 속마음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베이징과 상하이 사람들은 서로 티격태격한다.

한때 중국 정계를 쥐락펴락했던 상하이방(上海帮)은 상하이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간부들을 일컫는 말이다. 장쩌민 전 주석이 상하이 시장과 상하이시 당서기를 거쳐 공산당 총서기로 베이징에 입성한 이후 생겨난 표현이다. 그가 베이징에 입성시 촌사람으로 우습게 봤던 베이징사람들은 풍비박산이 났다. 결국 베이징 토박이를 대표하던 당시 천시퉁(陈希同)베이징시 당서기는 잡혀가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베이징과 상하이 이들은 서로가 낫다고 우기는 것이고, 중국에서 지역차별(地域歧视)의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베이징 밑에 있는 중원의 허난성(河南省)이다. 허난성은 인구 거의 1억 명 가까이 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나 대도시가 없어 가까운 베이징 또는 상하이등지로 흘러가 가장 천대받는 일자리들을 이들이 맡는다. 예를 들어 지금도 베이징 발마사지집의 안마사들 대부분은 허난출신이다. 이들이 도시 빈민층을 이루다보니 자연히 소매치기나 좀도둑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마치 우리나라의 전라도, 일본에서의 재일교포처럼 허난성 출신은 알게모르게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수난을 겪었다. 리커창 총리가 허난성에서 성장과 당서기로 있으면서 가장 노력했던 것 중 하나가 허난성 사람은 더 이상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와 서해를 끼고 마주하고 있는 산둥성은 말술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사내대장부가 많기로 유명하다. 장군들을 많이 배출했다. 남부 후난성과 서남부 쓰촨성은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성격이 화끈해 공산주의 혁명가를 많이 배출했다. 마오쩌둥과 류샤오치 전 주석은 후난성 출신이고 덩샤오핑 전 주석은 쓰촨성 출신이다. 둥베이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은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완력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혈연과 학연은 거의 기대할 게 못된다. 13억 인구 가운데 당간부를 직계로 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 학연도 그렇다. 같은 지도교수를 둔 사이가 아니면 같은 대학 동문이 오히려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한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게 바로 대학 동문 사이다. 그나마 지연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같은 고향말을 쓰고 같은 지리적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타향에서 만났을 때 느끼는 동질감이 서로를 뭉치게 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줄기차게 우리는 하나로 단결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하지만 뿌리깊은 지역감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만무하다. 거기다 더해 개혁개방이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역간 경제수준 불균형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지역격차 등 사회갈등의 깊은 골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낼 것인가, 우리도 관심깊게 지켜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