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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사태로 돌아본 짱개론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중국인을 짱개라 부릅니다. 짱개가 붙는 접두어엔 보통 경멸과 멸시가 담겨져 있는대요, 짱개란 말뒤에는 대개 이런 뜻이 내포되어있습니다. “짱개들껀 머든 다 가짜야, 달걀도 가짜인 걸보면 말다했지” “짱개들 화장실 가 봤어? 헐, 문도 없어” “짱개들은 씻지도 않나 봐, 정말 냄새땜에 숨막혀서 대중교통은 못탄다니까”. "짱개들 정말 개판이야. 자기만 알고 남 배려할 줄 모르거든" 등등..

중국은 14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사는 나라입니다. 인구가 워낙 많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중국의 역사적 배경과 나름의 문화가 있음을 우리는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무턱대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매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일부 납득되지 않는 구석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점들 만으로 중국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중국에도 맛있는 음식이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세련되게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많습니다. 중국이 희한한 동네란 인식은 아무래도 그런 사건 사고만을 일부러 찾아내 보도하는 우리 특파원들과 언론매체의 노력에 기인한 바 큽니다.

그러나 중국도 이제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지난 27일 토요일 궈씨는 한트럭 가득 수박을 싣고 허난성 정저우로 팔러나갔습니다. 그런데 연일 계속되는 폭우로 지반이 약화된 도로에 그만 궈씨의 트럭 뒷바퀴가 빠져버렸습니다. 잔뜩 실린 수박의 무게때문에 화물트럭은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운전자 궈씨를 돕기 위해 저마다 수박을 사기 시작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화물차에 실렸던 수박은 다 팔렸고 궈씨는 "오늘 화물차에 실린 수박은 일주일치 판매 분량인대, 오히려 정저우분들이 다 사가주셔서 전화위복이 됐다. 정저우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거듭 고마워했습니다.(27日,老郭拉一车瓜到郑州去买,因连日降雨路面下陷,农用车被坑卡住,动弹不得。附近市民看到后伸出援手帮他“卖瓜”。几个小时的功夫,一车瓜快卖光了。老郭感慨:“郑州人真好,一车瓜五六天才能卖完,这下全卖完了”。)


중국을 한국인들이 짱개라 부르던, 짱골라라 부르던 지금 중국은 미국과 맞붙을 정도의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우리나라의 8배, 일본의 3배에 가까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10년 후엔 미국마저 추월할 것이란 게 전문기관들의 예측입니다.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기회를 살리지 어렵고, 우리의 위기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최근 메르스사태는 하늘이 우리가 중국의 부상과 굴기를 인식하고 재정비할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명동, 면세점, 제주도 등등 별다른 노력없이 좌판을 깔기만하면 중국 유커들이 우르르 몰려들 줄만 알았던 국내 관광관련 지자체 및 업계들이 중국 관광객들이 메르스로 발길을 돌리자 쩔쩔 매고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중국 자본과 중국 유커가 필요없다고 콧대높이던 제주도는 원희룡지사가 지난 6월 16일 직접 주제주 중국 류즈페이(刘志非) 부총영사를 만나 메르스에 제주는 안전하니 중국유커를 보내달라고 사정하기도 했습니다.

5,000여년의 한중 역사에서 92년 수교이래 20여년이 잠깐 우리가 중국에 큰 소리를 쳐 본 기간이었습니다. 이제 솔직히 중국없이 우리 경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중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근거 없이 중국을 폄하하고 깔보는 사이 한국과 중국의 형세가 역전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점점 퇴보하는 듯합니다. 10여년 전 사스로 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중국은 이제 메르스청정국이 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사스 모범국에서 메르스 민폐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중국인을 무시했던 한국인은 이제 중국 호텔에서 메르스 우려에 숙박이 거부될 정도로 무시 받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한심한 건 누구보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제시해야 할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치권은 '배신자' 타령을 하면서 속 좁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