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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포 차이나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전략을 바꿔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 내 소비 구조가 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력했던 중간재와 자본재 대신 내수 소비를 노린 제품들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소비 침체와 경기 둔화가 시작된 만큼, 모든 소비자를 충족하는 제품 대신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을 노린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저성장에 휘청이는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위안화 평가절하, 금리 인하 등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비상이다.

지난해 초까지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1위를 달려온 삼성전자가 중국업체들의 파상공세에 밀려 5위까지 떨어진데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 10년간 지켜 온 3위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전체 수출의 25.4%(2014년 기준)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이미 0.4%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7월까지 누계도 전년동기대비 2.8%나 줄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수출과 내수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소비심리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더 이상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국제기구와 투자기관들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산업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시장이 위축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2분기 처음으로 역성장했고, 식음료와 화장품 등 주요 소비재 성장률도 둔화했다. 올해 7월까지 중국의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5%나 줄었다.  

경기 둔화가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로 이어지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는 타격이 크다. 중국은 이미 전방위적으로 자국 산업,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 안 그래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까지 받으며 한국 기업들의 막강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9%를 기록하며 지난 1분기 보다 1%포인트나 하락했다. 중국 제과시장 성장률도 3년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 2012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이 올해 8%에 그칠 전망이다. 매년 10%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오리온의 2분기 중국 매출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정부의 보호 아래서 13억 시장을 발판 삼아 세계로 나오는 중국 기업들을 우리 기업들이 상대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화 절하 등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국 기업들과 비슷한 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샤오미에 일격을 당하고, 현대차가 장안기차 등 중국 자동차업체 때문에 고전하는 모습이 전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실물 경기에 큰 영향이 없지만 소비 쪽으로는 파장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중국인들의 마음을 읽고 파악해 내수를 파고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정부는 내수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원료나 부속품 수출 비중이 큰데 앞으로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 맞는 제품 개발로 내수 시장을 파고 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위원은 “원자재와 자본재 등에서 경쟁력은 중국과 좁혀진 상태”라며 “다만 소비재 분야에서는 중국 소비자 눈이 높아졌고,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은 한국 기업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가 둔화해도 중상류 층이 무너질 가능성은 적다”며 “이를 염두하고 진출하며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정숙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구매력 상승과 함께 브랜드 로열티가 선진국 소비자와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중산층 확대와 소비 수요 변화를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물론 현재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정부가 고속 성장 대신 지속 성장으로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여 기회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안승호 교수 역시 “중국의 경기둔화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한국 쪽에서 중국의 위기를 이용하면 좋은 기업을 인수합병해 오히려 중국시장 진출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봉걸 연구위원은 “그동안은 우리가 기술 우위에 있었고 선진시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수직적인 관계로 중국을 대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수평적으로 여기고 생산기지로 대했던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