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11일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임금피크제가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임금피크제 구간으로 접어들었을 때 퇴직연금 운용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확정급여형’(DB)이 아닌 ‘확정기여형’(DC)으로 퇴직연금 가입 유형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이날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기준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은 16%에 이른다. 전체 사업장 175만2503곳 가운데 27만9995곳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퇴직연금제도 도입 속도에 차이가 크다.
노동자 300명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76.2%인 데 비해 300명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15.9%에 그쳤다.
3월말 기준으로 보면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07조6870억원으로 확정급여형이 69.2%(74조4916억원)를 차지한다. 가입자 수도 확정급여형이 331만명(59.5%), 확정기여형 217만명(38.9%)으로 확정급여형 가입자가 더 많다. 500명 이상 대기업의 확정급여형 비중(DB·DC 동시 도입을 포함하면 84%)이 높은 탓이다.
확정급여형은 퇴직 때 근속연수에 퇴직 직전 3개월간 평균 월급을 곱한 금액을 지급받는 식이다. 노동자가 받을 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은 사업자가 진다. 이에 비해 확정기여형은 받을 연금 금액이 아닌 기업이 낼 부담분(가입자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이 정해진 형태다. 노동자는 회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스스로 운용하며, 손실 위험도 노동자가 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임금 인상률이 시중 이자율보다 높을 경우 확정급여형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마지막 근무연도의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확정급여형은 임금 인상률을 수익률로 볼 수 있는 데 비해, 확정기여형은 임금 인상률 이상의 수익을 노동자가 스스로 운용해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고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 확정급여형의 매력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구간으로 접어들면 사정은 달라진다. 확정급여형의 경우 퇴직연도의 임금을 기준으로 연금 총액을 산출해 임금이 깎이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이 500만원이고 근속연수가 20년인 노동자의 연금 총액은 500만원에 20년을 곱한 1억원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구간에 들어가 2년 뒤 평균 월급이 400만원이 된 상태에서 퇴사하게 됐다면 근속연수가 2년 늘어났다고 해도 금액상(400만원×22=8800만원)으로는 오히려 손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확정급여형 가입자는 일단 임금피크제 직전에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뒤 확정기여형으로 갈아탈 것을 권한다. 확정기여형으로 갈아탈 경우, 일시금으로 받은 확정급여형 시절 퇴직연금에다 새로 받는 확정기여형 액수를 더한 금액을 운용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확정기여형으로 연금을 받는 셈이지만, 예상되는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다만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전환을 원한다면, 회사가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도입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500명 이상 대기업 사업장(1195곳)의 경우는 43%(508곳)가량이, 300~499명 사업장에서는 24%(1018곳 중 245곳)가량이 두 유형을 함께 도입하고 있다. 퇴직연금 도입 전체 사업장으로 보면 두 유형을 모두 도입한 곳은 2.6%인 7158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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