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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자가 중국증시에 배울 것은

이번 중국 증시의 교훈은 한국 투자자로서는 크게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중요한 경험이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 펀드 자금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전체 해외 투자 펀드의 9% 정도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 증시의 급등락과 그 대응을 세밀하게 챙겨볼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의 원인은 지나친 신용 거래였다. 빚내서 투자했다는 것인데 한국으로 보면 1989년 처음 종합주가지수 1000선을 돌파했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국민주 보급과 함께 '소 팔고 논 판'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고 신용 거래가 급증했다. 그러나 주가는 1년여 만에 거의 반 토막 났고 빚을 내 투자한 대가는 깡통 계좌 급증과 자살자 속출로 나타났다. 증시안정기금을 동원해서 주식을 사들였지만 폭락을 막지 못했고, 언론들은 대주주에게 주식 매입 명령을 내리라고 기사를 썼다. 현재 중국은 주요 주주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고 공공 투자자가 주식을 사게 하고 있는데 한국정부의 발상과 비슷하다.

다른 나라 시장이 우리나라와 같으리라는 유추는 위험하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과 시장 구조가 1990년의 한국과 비슷하다면 증시발(發) 신용 위기 위험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길 수 있다. 우리처럼 상당 기간 증시가 소강상태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국은 개인 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기관과 펀드 투자가 늘고 외국인 투자 제한이 더 풀리는 등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험으론 진정한 상승세는 그 뒤에 다시 왔다.

2007년부터 시작해 상하이종합지수가 약 1년 만에 70% 넘게 하락한 일도 있었지만 당시 중국은 경제 과열 우려가 있던 상황이라 태연했다. 그러나 이번엔 온 나라가 전쟁을 치르는 듯 주가를 받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증시 폭락을 정부 권위의 추락으로 생각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중국은 정부가 시장에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발전이란 입장에선 오히려 패배하는 셈이 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국의 분위기가 오히려 이질감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증시를 받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부 수익을 확정하고 빠져나올 기회가 생긴 셈이다. 중국의 개미 투자자들 혹은 증시를 받쳐야 하는 기관들이 받아갈 것이다. 물론 주가가 곧 제자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중국은 아직 성장기인 만큼 장기적으로 묻어두면 오른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옳다. 다만 외국인 입장에선 일단 불안한 시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다른 나라로 투자금을 옮겼다가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는 선택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아마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도 과거 그런 심리였을 것이다.

한국인 투자자 대부분이 폭락 전까지 중국 증시의 구체적 상황을 잘 몰랐을 것이다. 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나 미디어 기사도 부족하지만, 있었다 해도 바쁜 일상에서 챙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지역의 펀드에 넣기보다는 투자 지역을 다변화해서 위험을 분산하는 게 정석인데 홍콩을 포함하면 중국 펀드의 비중이 40%다. 지난 2007~ 2008년 중국 펀드 투자 실패에서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