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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0허우의 재태크

개혁개방 이후인 1980년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빠링허우(80후)’라고 불리는 젊은 중산층은 대학을 졸업한 지 10여 년 정도 지난 세대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린 만큼 자동차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적게는 수십 만 위안에서 수백만 위안 대의 저축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젊은 중산층의 재테크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 경제의 중고도성장의 혜택 속에 번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의 기존 재테크가 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재테크의 대세는 창업이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것보다 사장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종자돈이 생기면 창업을 꿈꾼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에서도 무역과 투자에 집중하던 성장방식을 내수로 전환하기 위해 개인 창업을 매우 장려하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전 국민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이중 젊은 중산층은 수요가 많은 의식주나 여가 분야 창업을 선호한다.

의식주에 관련된 창업은 일단 수요가 많다. 13억 이상의 인구가 매일 먹고 마셔야하고 옷을 입고 집에서 살아야한다. 그래서 중국서도 창업은 일단 음식점이나 옷가게 부동산 여행 관련 업종이 대세다. 심지어는 직장을 다니면서 제2 직업으로 가게를 경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은 이유는 뭘까. 위험보다 기기가 많은 업종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누구나 뛰어들다보니 경쟁 또한 심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급 레스토랑이나 뉘러우탕멘(牛肉汤面)집 등은 평균 수명이 6개월 정도다. 창업 후 반년 이면 망한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의 한 뉘라우탕멘집의 사례를 보면 분명해진다. 일단 점포인수비와 수리비로 20 만위안이 들었고 월세를 20만원 내야한다. 여기에 요리사 4명의 월급이 2만 위안이고 카운터와 홀서빙 직원 3명에게 나가는 급여가 7000위안이다. 또 중국 식당에는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 걸 막기 위해 경비도 써야한다.

반면 라면 한 그릇 가격은 10위안이다. 계란을 팔아봐야 개당 1위안이다. 절반 남긴다고 해도 도대체 몇 그릇을 팔아야 가게 운영비를 댈 수 있을까 계산이 안 나온다.

결국 이 가게는 개업 3개월 만에 70만 위안의 손해를 본 채 문을 닫기로 했다.

성공한 가게의 사례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라면집이 많았다. 여기에서는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썼다. 가족들이 함께 일하고 종업원은 한 두 명뿐인데 그것도 아르바이트 식으로 경비를 최소화했다.

그렇지만 젊은 중산층이 창업하는 음식점은 가족이 기름을 직접 튀겨가며 매달리는 생계형 창업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등이면 몰라도 일반 음식 창업은 6개월을 못 버티는 게 현실이다.

젊은 중산층이 뛰어드는 두 번째는 재테크 수단은 간단한 무역이나 납품하는 유통 무역업이다.

예를 들어 잘 아는 병원이나 기업에 필요한 물건을 납품하는 방식인데 ‘꽌시’가 좋다면 잘나가는 외국기업인 GE나 지멘스 ABB 등의 협력업체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만 큼 쉽지 않다. 일단 납품하는 단계에서 돈을 대 주지 않는다. 돈을 빌려다 설비를 하고 물건을 만들어 납품해야하는 데 납품을 해도 결제를 미루는 경우가 중국에서는 비일비재하다. 한마디로 중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수금이기 때문이다.

또 ‘꽌시’를 믿고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아는 사람이 전근을 가거나 지침이 달라지면 낭패를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잘나가던 민영 병원에 설비를 납품하던 한 친구의 사례다. 의료기기를 납품했으나 대금을 못 받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마치고 설비에 압류를 해주는 바람에 설비를 확보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의료설비를 다시 팔 병원을 구할 수가 없었고 결국 밥도 못먹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비슷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한 투자회사에 500만 위안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린 사람이 사법기관에 소송을 제기해 압류물을 확보했는데 고급 술이었다. 380위안짜리 고급 술 10병들이 1000상자를 확보했으나 생산자는 브랜드도 없는 곳이었다. 할 수 없이 그 술을 소비하고 있는데 50도를 넘는 독주여서 애를 먹고 있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다.

불경기인 부동산에서도 돈 꾸어다 건물 지은 사람들이나 건자재 업체 중에 집이 안 팔려서 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요가 무궁무진 할 것 같은 중국에서도 경쟁을 뛰어 넘는 창업은 쉽지 않다. 기술이나 자금 인맥과 시장이 맞아 떨어야 하는데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창업하면 몸도 말을 안 듣고 기술 확보도 어렵고 열정도 적어져 힘들어진다. 특히 가족 생계에 대한 부담도 젊은 중산층의 창업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창업 붐 이전에는 주식투자 붐이 일었다. 지난해 말 상하이에서도 홍콩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이른바 ‘후깡퉁沪港通’이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산층의 지갑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개인의 홍콩 주식 거래가 가능해지자 한 친구는 전화비와 수도료 영수증만 들고서도 홍콩 여행 중에 계좌를 개설했다. 50만 위안을 에너지 주식에 투자하고 벼락부자 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결과는 98%의 손해를 봤다.

주식시장에서의 재테크 실수의 원인은 레버리지 투자를 즐긴다는 것이다. 레버리지로 주식을 사면 기일이 도달하는 선물과 비슷하고 속성상 한 사람이 돈을 벌면 상대는 돈을 잃는 특징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깡통을 차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선물 투자의 신화도 깨지고 있다.

선물하면 지금은 수도재경대학으로 바뀐 베이징물자대학이나 상하이 재경대학이 꼽한다. 월반한 수재들이 몰리기 때문에 중국 선물계의 황포군관학교로 통하는 곳이다.

중국서는 ‘닝차이선(宁财神)’이란 닉네임을 가진 천완닝(陈万宁)이라는 사람은 15살 때 상하이 재경대학에 들어간 수재였다. 중학교 졸업하지 마자 월반으로 들어가 금융을 전공했다.그의 부친은 중국 초창기의 선물 거래원 출신이다. 선물을 보고 배우며 자란 사람인데 선물로 백만장자 되고 난후 지금은 파산했다.

또 만국증권 파생상품영업부 부장이던 자오리신이란 사람의 케이스도 있다. 상하이 재경대학 석사인 그는 자기 집을 담보로 선물 거래하다가 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다음으로 중산층을 유혹하는 투자는 바로 고리대금이다.

누구나 고리대금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또 고리대금 장사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도 안다.그러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고리대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섬서성 북부지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한창 개발되던 당시 다리우타(大柳塔)라는 곳을 두고 중국인들은 산베이(陕北)쿠웨이트라고 불렀다. 에너지로 흥했다가 에너지로 망한 이 곳에는 가지에서 몰려온 투자자들로 붐볐다. 한 20세 청년은 호화 차량 2대를 빌려 타고 와서 5성 급 호텔 디럭스 룸에 투자공사 간판을 달고 월 20%에서 30%의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 거리에 5개 씩 투자회사가 난립하는 바람에 수익률 경쟁도 불가피했던 시절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친척들의 돈으로 투자했다. 심지어는 15%나 20%짜리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람도 있었지만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이직까지 없다.

윈난(云南)성의 판야(泛亚)라는 유색금속거래소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중석 게르마늄 코발트 등 유색금속을 거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14%의 수익률을 보장했는데 145는 커녕 가격이 떨어진 유색금속이 수두룩했다.

결국 유색금속 가격이 1년에 14% 오르지 않으면 유색금속 가져가라는 약속에 따라 유색금속을 돌려받은 투자자들은 황당했다.

금도 은도 아닌 유색금속을 집에 가져가 봐야 일반인이 어디다 팔아야 하는 지도 모르는 데다 독성 있는 유색금속을 집에다 보관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황당한 유색금속 투자 못지 않게 일반 도박도 젊은 중산층을 유혹한다.

마장(麻将)이나 포커 등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끼리 도박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마카오나 미얀마로 원정 가서 도박을 즐긴다. 전통적으로 도박을 즐기는 데다가 불로소득 심리도 강하기 때문이다.

스촨(四川)성의 경우 “여관에 도박기구가 없으면 손님이 없고 음식점 방에도 도박기구가 없으면 안 들어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도박에 빠진 사람 중에는 각종 정신병에서부터 흡연 후유증을 앓거나 신체적 리듬을 잃는 바람에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직장인 중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도박을 하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도박으로 대 부호가 됐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도 도박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중국에서도 연구과제다.

고도의 경제 성장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맛본 중국의 젊은 중산층이 고수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재테크에 빠져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