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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 이대로 문을 닫나, 외국기업의 중국탈출 잇달아

중국에서 문을 닫는 공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근로자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를 버틸 수 없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차이나 엑소더스)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백화점과 유통업체들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더 낮은 임금과 위험도 분산을 위해서 짐을 싸 중국을 떠나는 외국 기업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소비까지 빨간불이 켜지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최근 인도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2020년까지 인도에 12개의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도 담겼지만, 폭스콘이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민영 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현재 중국 내 35곳의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폭스콘의 중국인 직원은 무려 140만명이나 된다. 그런 폭스콘이 중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대신 새 공장을 인도에 세우기로 한 것은 중국의 가파른 임금 인상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실 폭스콘은 2010년 14명의 직원이 연쇄 자살하는 등 그 동안 중국에서 심각한 노사 분규에도 시달려야 했다. ​



중국에서 짐을 싸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일본 업체들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전자업체 파나소식은 지난 1월 산둥(山东)성 지난(济南)의 초박형 TV 공장을 설립 20년 만에 청산했다. 파나소닉은 2012년에는 상하이(上海) TV 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시계 제조업체 시티즌도 지난 2월 광둥성 광저우(广州) 공장의 문을 닫았다. 직원 1,000여명은 한 순간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일본의 대중(對中) 투자액은 43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8.8% 나 감소했다. 2012년 73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0%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체 해외투자액 중 중국 투자의 비중도 2012년 11.0%에서 지난해는 5.7%까지 줄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올해 초 9,18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거점을 다른 지역으로 이관하겠다는 응답이 2006년 8.6%에서 2014년 27.8%로 늘어났다. 생산 비용 및 인건비 상승이 66.7%로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대만과 홍콩 기업들도 이미 발을 빼고 있다. 대만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광둥성 지역에 있던 대만 기업의 30%가 생산 기지를 동남아 국가로 이전했다. 광둥성에 공장을 둔 홍콩 기업의 수도 2002년에는 6만개도 넘었지만 이젠 3만개 수준이다.

외국기업들은 중국 근로자의 임금 인상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시 인력사회보장국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의 최저 임금은 월 1,720위안(약 32만원)으로 지난해(1,560위안)보다 10.3% 인상됐다. 이는 2009년의 800위안과 비교하면 6년 만에 115%나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최저 임금일 뿐 통상 임금은 연 20% 가까이 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최저 임금 인상률은 평균 14%였다. 더구나 5대 사회보험과 주택 공적금, 초과 수당까지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악’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 제조업 공장이 밀집한 광둥성의 경우에는 임금 인상률이 더 심해, 5년 사이 2배가 된 곳도 많다. 이에 따라 광둥성에서 가장 큰 도시인 광저우의 임금은 이미 월 평균 650달러(약 72만원)를 돌파, 인도네시아(300달러)나 베트남(250달러), 캄보디아(100달러)보다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바뀔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과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임금 인상을 적극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전 국민의 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만들겠다는 것은 중국의 국가적 목표다. 중국 정부는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공장을 유치하기 보다 신형 도시화와 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와 소비가 이끄는 경제를 구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가 공장 건설에 대한 각종 우대 정책들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도 외국 기업들에게는 악재다. 중국의 까다로운 규제와 대기 오염 등에 따른 삶의 질 악화 등도 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엔 문을 닫는 기업이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는 내수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기업인 완다(万达)는 최근 백화점 사업의 전면 재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다그룹은 지난 11일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현재 운영중인 완다백화점이 86곳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99곳에서 13곳이나 감소한 것이다. 올 상반기 새로 문을 연 백화점이 3곳임을 감안하면 지난 6개월간 사실상 16곳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다. 충칭(重庆)시의 한 매체도 최근 완다백화점 난핑(南坪)점과 완저우(万州)점이 입점 상인에게 점포를 정리할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일부 인터넷 매체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 완다백화점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0곳의 지점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규모가 줄어드는 곳도 적잖다. 한 유통 업체 임원은 “과잉 투자와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최근 인터넷 상거래 비중이 커지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상대적 고전이 커진 것도 한 몫 했다. ​



중국 국내 유통업체뿐 아니라 일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华堂)도 지난 1년 동안 베이징 내 9곳의 점포 중 왕징(望京), 시즈먼(西直門), 베이위안(北苑), 유안먼(右安門) 등 4곳을 접었다. 중국 현지 유통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누적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토요카도는 1996년 중국에서 외국 소매업체로는 처음으로 체인점 허가를 받은 기업으로 그 동안 중국 시장 진출의 성공 사례로 꼽혀 왔다.

우리나라의 롯데마트도 최근 산둥성 내 4개 매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세계의 공장’ 지위를 차지할 다음 나라는 어딜까. 인도, 베트남, 멕시코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억여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의 기치를 내 걸고 매년 100만~1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1분기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7.5%를 기록, 중국의 7.0%를 추월했다.

베트남도 중국을 대신할 강력한 후보다. 임금은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인구 9,000여만 명 중 15~49세 청장년층 젊은 노동력이 40%를 넘는다.

멕시코는 미국 시장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강점이다.

물론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끝났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상반기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684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물 경제가 악화하며 짐을 싸는 외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6월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하락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48%나 폭락하며 8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비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