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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요즘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입니다.  
내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이 지옥같다는 의미입니다.

운문문언(云门文偃·864~949) 선사는 중국의 고승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란 선구(禪句)로 유명하죠.
그를 찾아온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운문 선사가 답했습니다. “마른 똥막대기다!”("如何是释迦身?”文偃道:“干屎橛")
 
우리는 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금막대기냐, 똥막대기냐. 선이냐, 악이냐. 그중 하나를 골라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선한 사람을 만난 날은 ‘좋은 날’, 악한 사람을 만난 날은 ‘나쁜 날’이 됩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운문 선사는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어떡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똥막대기’란 말에 열쇠가 있습니다. 제게는 이렇게 들립니다. “부처는 똥막대기다. 그렇게 형편없고,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것도 부처다. 그러니 부처가 아닌 것이 어디 있겠나. 쇠막대기도, 금막대기도 똑같은 부처다. 그 공(空)한 바탕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온 세상이 부처다. 너도 부처고, 나도 부처다. 우리는 부처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운문 선사는 그렇게 똥과 금의 경계를 지웠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일상을 지옥에 빗댑니다.
바빠서, 힘들어서, 슬퍼서 “지옥 같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처의 세계에 살면서도 ‘자신의 지옥’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요.

 '레미제라블'의 미리엘 신부는 은촛대를 훔쳐가는 도둑 장발장을 예수로 봤습니다. 그의 눈에는 모두가 예수더군요. 남들이 사는 지옥에서 그 신부는 천국을 살더군요.

그가 말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