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르포
타이베이는 조용히, 그러나 기꺼이 변화를 선택하는 듯했다. 대만 국민들은 야당의 여성 후보를 새 지도자로 뽑는데 주저하지 않을 분위기다. 제14대 대만 총통 선거를 이틀 앞둔 14일, 타이베이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만의 민주주의가 다시 한걸음을 내딛는 데 자부심을 보였다. 16일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 시민들은 2000년에 이어 두번째 정권을 교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차이 후보는 5일 발표된 마지막 각종 여론조사에서 주리룬 국민당 후보를 20%포인트 안팎 차이로 앞섰다.
국민당은 1987년에야 38년 묵은 계엄령을 해제했다. 민진당은 그보다 한해 전에 창당했다. 정보기술 업계에 종사하는 20대 황아무개는 “2번의 정권교체가 된다면 대만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민의에 반한 국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사상 첫 여성 총통에 관해서도 “이미 미국, 독일, 한국 등에서도 여성이 대통령 아니냐”며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4년 전 차이 후보가 한차례 낙선한 ‘대선 재수생’이란 점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선거 구도는 선명했다. 젊은이들은 설레 보였고, 장년층은 우울해 보였다.
차이잉원 후보를 찍으려고 이날 새벽 뉴질랜드에서 왔다는 창아무개(32)는 “대만서 대학원까지 마쳤지만 강사 자리 하나 얻을 수 없어서 뉴질랜드로 갔다. 국민당 마잉주 총통 시절 내내 그랬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보기술 업계에 종사하는 한 20대 여성은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국민당은 대만을 중국에 팔다시피했다”며 “16일엔 주소지인 타이난에 가서 꼭 투표를 할 것이다. 친구들도 다들 꼭 고향에 가서 투표하자고 한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확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만 대졸 초임은 한국돈으로 100만원이 안 된다. 젊은이들은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하지만 50대 왕아무개는 “젊은이들은 물정을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진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결단난다. 민진당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젊은이들은 민진당으로 바꾸면 경제 문제가 나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리 없다”고 했다. 부동산업을 한다는 50대 훙아무개도 “우리도 젊을 때는 혁신, 개혁 이런 걸 좋아했다. 하지만 민진당은 집권 경험이 부족해서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부 장년층은 민진당이 중국 정부와의 거리두기와 독립 노선을 추구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했지만, 다수의 젊은 유권자들은 “대만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마음대로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신구 세대의 대조적인 분위기는 민진, 국민당사의 분위기와 일치했다. 민진당사에서는 지지자들이 후원금을 모은 돼지 저금통을 건네고 당사 한켠에 마련된 홍보물 판매점이 북적였지만, 당 설립자인 국부 ‘쑨원’의 초상화가 걸린 국민당사 브리핑실은 정적이 감돌았다.
양안 관계를 압도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말은 14대 총통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제(2014년 성장률 1%)는 표심을 국민당에서 떠나게 했다. 민진당이 중국과의 대립, 독립을 부각하지 않는 대신 ‘집권 여당 실정론’을 부각하는 이유다.
타이베이/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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