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만 총선 결과는 국민당이 1949년 마오쩌둥한테 중국 대륙에서 힘으로 밀려난 후 2016년 대만 민중들의 민의에 의해 대만에서 다시 퇴출 당하는 꼴이 되었다. 이번 대만 총선 후에 대만 첫 여성 총통 탄생과 더불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만 입법원(立法院, 국회)선거에서도 처음으로 국민당은 과반획득에 실패, 주도권을 잃었다. 2000년 대만 첫 정권교체 당시, 민진당(民進黨) 소속 천수이볜(陳水扁)은 총통에 당선되었지만, 입법원만큼은 여전히 국민당이 차지했었다.
이번 입법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진당이 총통 뿐만 아니라 입법원까지 장악하게 된 완전집권 체제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민진당보다 더 각광을 받는 곳이 바로 제 3정당인 시대역량(時代力量)이다. 시대역량은 이번에 비례대표 2석과 지역구 3석을 확보해 민진당 68석, 국민당 35석 다음으로 많은 5석으로 국회에 진출한 것이다.
비록 이번 선거를 통해 처지하게된 의석 수는 5석에 불과하지만 시대역량당은 대만 정치의 역사를 새로 썼고, 향후 갖게될 정치적 비중은 1,2당에 밀리지 않을 전망이다. 거리에 나섰던 ‘해바라기 운동’의 힘을 1년 여만에 의회 내 현실정치로 진화시키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시대역량당은 지난해 1월, '해바라기 운동'을 주도한 20~40대 지도자들이 "제도권으로 들어가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만들었다. 해바라기 운동이란 대만 젊은 층이 2014년 3월 양안 서비스무역협정이 대만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며 벌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다. 시대역량당 주석은 해바라기 운동을 주도한 법률학자 황궈창이 맡았고, 창당에는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 그룹 중 하나인 '산링악단' 보컬 린창줘가 참여했다.
시대역량(時代力量)당은 정당투표 득표율은 6.1%을 얻어 비례대표 2석을 확보했고, 지역구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신베이시(新北市) 시즈(汐止) 및 뤠이팡(瑞芳) 등 지역을 포함한 신베이 제 3지역에서 황궈창(黃國昌, 43)이 당선되고 타이베이 중정(中正) 및 완화(萬華) 지역에서는 린창줘(林昶佐, 40)가 당선되고 타이중 제 3 지역에서는 홍츠용(洪慈庸, 34)이 당선됐다.
미국 코넬대학교 법학대학원 출신인 황궈창은 선거에 투입하기 위해 중앙원구원(中央研究院) 법률연구소 연구원직을 사퇴했다. 황궈창은 2014년 양안서비스무역협상을 반대한 318학생 운동(또는 해바라기 운동)을 지휘했기 때문에 '전쟁의 신(戰神)'이라고 불렸다. 또한 황궈창은 최근 홍콩에서의 CNN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입국을 거절 당하는 일도 있었다. 시대역량 창립 멤버인 린창줘는 메탈 밴 ChthoniC(閃靈樂團)의 보컬이다. 노래가사와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대만 독립을 주장해오고 있는 밴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린창줘는 콘서트로 선거운동을 하는 전략으로 민심을 흔들었다. 대만 선거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홍츠용은 시대역량의 여성 당원으로 타이베이 시장 커원저(柯文哲)를 비롯하여 젊은 서민층을 몰고 다니며 적지 않은 남녀노소의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 대만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한 홍종쵸(洪仲丘)의 누나다. 동생이 사망했을 당시 홍츠용은 언론 앞에 당당하게 나서 동생 죽음에 관한 사실 및 의견 등을 논리적으로 말했다. 이를 지켜본 여론은 그녀의 침착한 태도를 보고 권력 앞에 절대 비굴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절대 거만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를 하며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홍츠용도 이번 시대역량 지역구 당선 후보중에서 정치 신인이다
그동안 대만 젊은 세대는 우리의 88만원 세대처럼 월급이 22만타이완달러를 넘지못한다는 이유로 22K세대, 또는 정치적 주장을 하지 못하는 유약한 세대라는 뜻으로 딸기세대라 불리워왔다.
"딸기족(1981년 이후 태어난 대만의 청년들을 가리켜 나약하고, 무관심하고, 자기만족만 추구한다며 비하하는 의미로 붙인 용어이며, 사회적 압력이나 힘든 일에 견디지 못하고 딸기처럼 쉽게 상처받는다는 세대라는 뜻이다.)으로 불리는 대만 젊은이들은 사과(미국, 애플사 상징)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지만, 구아바(값싼 과일)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하루 종일 쿠궈(쓴 맛 나는 과일)의 얼굴상, 즉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다"(“台湾年轻人被人称为‘草莓大军’,做着‘苹果’的梦,却拿着‘芭乐’(番石榴,平价水果)的工资,成天摆着一副‘苦瓜’脸。) 대만신당(台湾新党) 비서장 양스광(杨世光)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며 절망감에 빠진 청년세대의 좌절과 고통을 표현한 말이다.
1991년 대만 국회 전면 직접선거 실시 이후 대만의 정치는 지금까지 '란뤼(藍綠, 파란색과 녹색)'로 구분되는 국민당과 민진당의 양당구도로 펼쳐져 왔으나, 22K세대 또는 딸기세대로 호칭되는 대만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신흥세력 제 3정당 '시대역량'의 부상으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역량은 젊은 세대의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 해바라기 운동 후 양안관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 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기존 대만 정치 패러다임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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