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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대지정(隔代指定)방식으로 본 시진핑 후계자는 누구

현 중국의 지도자 교체 방식은 ‘격대지정(隔代指定)’ 이다. 격대지정이란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방식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장쩌민(江泽民)을 중국의 제3세대 지도자로 확정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쩌민의 뒤를 이을 제4세대 지도자로 후진타오(胡锦涛)를 내정한 게 그 시작이었다.

중국에 ‘마누라는 남의 마누라가 좋을 수 있어도 아들과 후계자는 자기 것이 좋다(老婆是别人的好、孩子,接班人是自己的好)’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장쩌민으로선 당연히 자신의 사람을 후계자로 삼고 싶었겠지만 덩샤오핑은 후진타오를 지정해 장쩌민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게 했다.
현재 중국 주석이자 당총서기인 시진핑 역시 격대지정에 의한 지도자 선발 원칙의 도움을 받았다. 후진타오의 직계는 현재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이다. 후진타오로선 자신의 직계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青团) 출신들로 구성된 퇀파(团派)인 리커창을 차세대 지도자로 밀고 싶었겠지만 이번엔 장쩌민의 후원을 받는 인물인 시진핑을 자신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 권력은 10년을 주기로 주인이 바뀌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자연히 집권 기간 자신의 권세가 영원할 것과 같은 전횡을 부리기 어렵다. 결국 과거를 부정하는 극단의 길 대신 과거와 타협하는 길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시진핑시대의 후임이 될 중국의 6세대 정치 지도자군으로는 후춘화(胡春华) 광둥성 당서기,저우창(周强) 중국최고인민법원장,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 루하오(陆昊) 헤이룽장성 성장 등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 전문가들이 선두 주자로 후진타오 파벌 공산주의청년단(共青团) 출신인 후춘화(胡春华)광둥성 당서기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는 쑨정차이충칭시 서기와 후춘화 광둥성 서기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나란히 중앙정치국 위원에 올라 차기 지도자 레이스 선두를 차지했다. 1963년생 동갑으로 ‘30대 차관급-40대 장관급’ 코스를 밟아왔다는 점이 같다.

후춘화 서기는 베이징대 중문과 졸업 후 ‘험지’로 꼽히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시짱 근무 당시 성실함과 행정 능력으로 후진타오전 주석의 전폭적 신임을 얻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34세에 부부장(차관)급인 공청단 중앙서기처 서기, 43세에 장관급인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에 임명됐다. 2012년부터 광둥성 서기를 맡아 黄赌毒(매춘·도박·마약)와의 전쟁을 벌이며 전국적 인지도를 쌓고 있다.

쑨정차이 서기는 농업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 베이징농림과학원 근무 당시 베이징의 옥수수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2002년 39세에 차관급인 베이징시 상무위원 겸 순이(顺义)구 당서기에, 2006년에는 장관급인 농업부장에 올랐다. 특히 쑨서기는 베이징 쑨이구 서기때 현대 베이징자동차 베이징 공장을, 충칭시에서는 현대차 중국 제4공장을 승인해주는 등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이끌 중국 차기 주석과 총리는 2022년 열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려진다.

그러나 금도 100퍼센트 금이 없고 사람도 완전한 이가 없다고 한다.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격대지정의 원칙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온전하게 굴러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