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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믿지못하는 홍콩, 좌절하는 홍콩인,대두되는 본토주의



"중국인들이 홍콩 초등학교의 중국어 수업 시간에 광둥화(廣東話) 대신 중국의 푸퉁화(普通話)로 수업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어요. 중국에는 아무 말도 못하는 렁춘잉(梁振英) 행정부가 홍콩인들의 요구는 강압적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17일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 옆 타마르 공원에서 만난 대학원생 캐런 린(林·25·여) 씨는 설날인 지난 8일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가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신과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음식 노점상 단속에서 시작돼 '어묵 혁명(Fish Ball Revolution)'으로 불리는 몽콕 시위는 주권 반환 20주년을 앞둔 홍콩 젊은 층의 변화된 인식과 혼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시위에서는 홍콩을 중국과 구분하려고 하는 '본토주의' 단체가 가담하면서 경찰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폭력 사태로 변질해 130여 명이 부상하고 65명이 체포됐다.
사회 질서, 공권력의 질 측면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치안도시인 홍콩에서 이 정도의 폭력 시위는 충격적이다.
홍콩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한 것은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한국 농민들이 WTO 반대를 부르짖으며 홍콩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인 이후 처음이다.
홍콩인들이 주도한 폭력 시위로는 1967년 좌파 노동자 세력이 영국 식민정부를 상대로 일으킨 반(反)영 폭동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번 사태가 홍콩 당국의 무리한 노점상 단속과 급진적 본토주의 단체의 폭력성이 맞물려 발생했지만, 린 씨처럼 사태의 이면에 중국과 홍콩 당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렸다고 보는 홍콩인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주권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반중 성향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중국이 반환 당시 내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체제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2014년 9월 행정장관(행정수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도심 점거 시위 이후 젊은 층 사이에서 중국과 홍콩 당국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내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점거 시위가 벌어진 79일간 각계에서 정치적 제한 없는 직선제 시행을 요구했지만, 당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1천 명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
우산혁명 당시 경찰관 7명의 시위자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를 1년간 지연시킨 경찰이 작년 3월 중국 보따리상 반대 시위에서 가슴으로 경찰관을 폭행했다며 여성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자 중국 공안당국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조사가 홍콩 사람들의 정체성 인식이다.
2014년 홍콩 중문대의 조사에서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42%에 이르고 '중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2008년 조사 당시 '홍콩인' 인식이 18%, '중국인' 인식이 39%였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주권반환 이후 중국의 국력 신장과 함께 '중국인'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늘어나다가 점차 중국의 정책에 실망해 중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홍콩인'으로서 주체적 인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서적을 판매한 홍콩 출판업자 5명이 잇따라 실종돼 중국 당국의 납치설이 제기됐지만, 홍콩 당국이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자 인권 약화와 중국 종속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홍콩의 중국화와 민주주의 퇴행을 막으려면 우산혁명처럼 평화적인 방식의 시위보다 실력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본토주의 세력의 주장에 공감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
'본토주의'는 홍콩을 중국과 구분하려는 지역주의를 의미하는 말로 반(反) 중국 정서를 기반으로 행정수반 직선제 시행 요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홍콩의 독립이나 중국의 영향력 제한을 추구한다.
우산혁명 이후 크게 증가한 본토주의 단체들은 작년 홍콩 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중국 보따리상의 입경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해 중국인의 홍콩 방문을 주 1회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들은 설날 어묵 노점상 단속이 홍콩의 독특한 문화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최대 본토주의 단체인 열혈공민(熱血公民)의 웡영탓(黃洋達·36) 설립자는 지난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미 충분히 폭력적인 경찰이 몽콕 시위 이후 더 폭력적이 될 것"이라며 "우산혁명 실패 이후 당국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늘고 있어 과격 시위가 추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997년 주권 반환 때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고도의 자치'를 준수하라는 목소리도 비등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군사와 외교를 주관하되 다른 분야는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는 일국양제를 최소 50년간 적용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2017년까지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보통직접선거'로 뽑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계기로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의 철회 요구나 '홍콩 독립' 노선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향후 대만에도 적용해야 할 일국양제 원칙이 흔들리면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의 분리 독립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중국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들 본토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정당이나 일반인들도 지나치게 폭력적이며 과격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본토주의파는 이번 시위를 계기로 폭력 수위에 대한 조절과 함께 홍콩의 정체성과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정부가 공립학교에서 중국의 간체자 교육을 늘리고 국가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려 하자 홍콩의 본토주의파는 이를 중국화 촉진 시도로 규정하고 반대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과 중국 당국이 이번 폭력 시위를 소수 급진주의자의 행태로 치부한 채 이면에 내재된 홍콩인의 민주화 요구를 무시하면 올해 9월 입법원 선거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홍콩인들 사이에서 '폭력파'들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행정장관 선거와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각계에서 민주화와 정체성 수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공권력과 충돌하는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 앤드루 라이스 홍콩 링난(嶺南)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홍콩 정부가 우산혁명 이후로도 보통선거를 원하는 홍콩 시민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중국 당국이 홍콩인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일국양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교수는 "몽콕 폭력 시위가 다수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당국이 몽콕 시위를 계기로 국가안전법 도입을 시도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사설에서 홍콩 정부가 사회적 의미를 포함한 최근 폭력 시위를 철저히 조사함으로써 긴장 해소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출판업자 석방과 사과, 정치 개혁 요구 청취 등도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국양제 원칙이 홍콩의 자유분방한 생활방식 보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협박이 아니라 '매력'을 통해 홍콩인들이 중국인으로 인식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하반기 홍콩 대학을 졸업하고 아시아계 은행에 입행한 마오(毛·24)모씨의 급여는 18만 홍콩달러(약 2천800만 원)에 못 미친다.
마오씨가 평균 580만 홍콩달러(9억1천만 원)에 달하는 12평(39.9㎡)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 이상 모아야 한다.
은행에 취업한 마오씨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데다 경력이 쌓이면 연봉이 크게 오를 수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대다수 홍콩 대졸자의 초봉은 월 1만1천 홍콩달러(170만 원)에 불과하다.
마오씨같은 사회 초년병들 사이에서는 설인 지난 8일 밤∼9일 오전 몽콕(旺角)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소득 불균형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친(親)재벌 성향의 정부가 저소득층인 어묵 노점상을 단속하는 데 분노한 젊은이들이 과격 시위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마오씨는 "홍콩 정부가 수십 년 동안 관행이던 설날 어묵 판매를 올해 이례적으로 단속한 것이 건설업자들의 민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건설업자 친화적인 정책에 치중하고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를 연결하는 강주하오(港珠澳) 대교 건설과 고속철도 건설 지연으로 각각 54억 홍콩달러(약 8천382억 원)와 196억 홍콩달러(3조426억 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점 등이 건설업자 편중 정책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홍콩은 전체 인구 720만 명 중 빈곤선 이하가 96만 명에 달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불평등이 심한 지역이다.
24시간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매장에서 최근 여성 '맥난민(McRefugee·맥도날드와 난민을 합성한 단어)이 숨진 지 하루 만에 발견되는 등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또, 억만장자 41명의 재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3을 차지해 아프리카 독재국가 스와질란드를 제외하고 부의 집중도가 가장 심하다.
소득 기준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7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웃돌고 있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한 것을 뜻한다.
홍콩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기대 상실은 나아가 중국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중국으로 주권 반환 이후 중국이 홍콩에 내민 투자와 정책들이 소수의 재벌만 살찌우고 자신들의 실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좌절감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체계적으로 홍콩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나가면서 홍콩인들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주변화하고 경제적으로 압박받는다는 불만이 커졌다.
특히 중국 부호들의 홍콩 주택 사재기로 부동산시장이 교란돼 수년간 집값이 폭등,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이 서민들과 젊은 층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여기에 제대로 된 주택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홍콩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홍콩 정부 통계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3배로 급등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집권한 2012년 7월 이후로도 40% 이상 치솟았다.
작년 6월 홍콩섬 미드레벨 지역의 고급 아파트 판매가가 평당 5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12월에는 인근 아파트 한 채가 평당 5억5천만 원에 팔리는 등 아시아 최고가 아파트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그러나 신입직원 초봉은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주택 구입이 가장 어려운 도시라는 불명예를 6년째 유지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이 미국, 일본 등 9개 국가, 367개 도시를 대상으로 주택 가격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결과로는 홍콩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19배로 11년 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모그라피아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5.1배를 넘으면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홍콩인들이 중국 선전(深圳)에 집을 구한 뒤 홍콩으로 통학이나 출퇴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홍콩 인구의 절반을 웃도는 378만 명이 중국과 맞닿은 뉴테러토리(新界)에 거주하고 있으며 집값이 비싼 홍콩섬 거주인구는 18%에 불과하다.
아울러 중국 도시들이 수년간 연 7% 이상 고속 성장하는 동안 홍콩이 2∼3% 성장에 그치는 등 성장성이 약화하는 점도 미래에 대한 젊은 층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014년 기준 2천879억달러(약 352조6천억 원)인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상하이(上海)에, 2013년 베이징(北京)에 각각 역전당했으며 올해는 광저우(廣州)와 선전(深圳)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무역 중심으로서 홍콩이 누려온 특수성이 점차 사라지고 점차 중국의 주변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성장 동력 확보 노력과 함께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앤드루 라이스 홍콩 링난(嶺南)대 교수는 "정부와 부동산 재벌 간 결탁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지만,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외면하고 있다"며 "빈곤 해결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친(親)중국 성향 신민당의 레지나 입(葉劉淑儀) 주석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최소한 지난 20년간 젊은 층의 수입이 실질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며 "고용과 주택, 교육 문제가 해결될 길이 보이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빗나가서 폭력에 의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사설에서 어떠한 불만족도 폭력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지만, 폭력 시위가 제기한 무수한 질문과 문제에 대해 답변 없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빈곤과 주택, 교육, 불평등, 젊은 세대의 (신분 상승) 기회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야당인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의 렁쿽훙(梁國雄) 주석은 설날인 지난 8일 밤∼9일 오전 몽콕(旺角)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중국 당국이 행정장관(행정수반) 직선제 시행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머리로 유명한 홍콩 입법회(국회격) 의원인 렁 주석은 16일 오후 입법회(국회격)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은 2017년 직선제 시행을 약속하고도 가짜 직선제 방안을 홍콩인들에게 내놨다"며 약속 이행과 함께 홍콩 기본법(헌법)을 위반하는 납치 등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우산혁명' 지도부 중 한 명인 그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부와 홍콩 시민 간 충돌이 급격히 늘었지만,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치, 경제 부문 개혁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폭력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렁 주석은 "몽콕 사태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졌던 우산 혁명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렁 주석과 일문일답.
-- 8일 밤 폭력 사태가 벌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계획된 폭력 시위가 아니라 우발적인 사고라고 본다.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던 시위대 후미가 선두와 다른 길로 이동했다가 우연히 소수 경찰과 마주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봉으로 다수 시위대를 진압하려다 궁지에 몰린 경찰이 총을 발사하면서 방화와 투석 등 폭력 사태로 확산했다.

-- 홍콩을 중국과 구분하려는 본토주의 단체가 폭력 사태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보나.
▲ 특별한 전략이나 전술이 있었던 것으로 보지 않는다. 본토주의 단체가 경찰에 대치하려고는 했지만, 폭력 사태를 일으키려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행정장관 직선제라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장기간 도심을 점거했던 우산혁명과는 성격이 다르다.

-- 젊은 층 사이에서 본토주의가 확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우산혁명이 실패로 끝난 이후 지도부가 정부에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장기간 도심을 점거하기보다 정부에 강한 압력을 가해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본토주의 단체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우산혁명 당시 경찰이 친(親)중국파 시위자들을 보호하면서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시위대를 폭행한 점도 젊은이들에게 스스로를 방어할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개인적으로 우산혁명의 실패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려는 홍콩인이 적었던 데다 단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 홍콩 사회 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 개혁을 이뤄야 한다.
렁 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부와 홍콩 시민 간 충돌이 급격히 늘었지만,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이 가진 자와 거의 가지지 못한 자들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 경제 부문 개혁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폭력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정치 개혁에 관심이 없는 렁 장관이 계속 집권하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 중국 당국은 홍콩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중국 당국은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가짜 직선제 방안을 홍콩인들에게 내놨다.
우산혁명 기간 수십만 명이 진정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도심 시위를 벌였지만, 중국과 홍콩 당국이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2017년 직선제 시행 약속을 지키고 친(親)중국파에 유리한 입법회 선거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현재 조사하고 있는 홍콩 출판업자 등 정치범을 석방하고 홍콩인 체포, 납치 등 홍콩 기본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