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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기자회견장에 선 중국 장관들

중국 양회(两会/全人大·政协)가 중국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이유를 여러가지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국정을 책임진 총리를 비롯 한 행정부(国务院) 25개 부서 장관(部长)들이 각자 기자인터뷰를 가지며, 직접 중국 인민들 앞에 나선다는거다.

이들이 나서서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기는 드문 일이다. 보통 각 부의 대변인이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부장들은 좀체로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양회 동안에만 예산안 처리를 매개로 생중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인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3월 5일 전인대가 개막한 이래 왕이(王毅) 외교부장, 러우지웨이(楼继伟) 재정부장,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 천지닝(陈吉宁) 환경부장, 양촨탕(杨传堂) 교통부장등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본인들 부처의 성과와 올해 정책방향등에 대해 설명했다. 각 부처 장관들의 가진 기자회견 내용이 곧 올 한해 중국이 움직일 방향이다.

◆ 세계 2강인 중국의 외교를 이끄는 힘, 王毅


G2 중국의 외교부 최고 수장인 왕이 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올해안 열릴 것을 시사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70년 전 일본은 전쟁에서 졌고 70년 후 일본은 양심마저 버려서는 안 된다"며 "역사의 부채를 계속 지고 갈 것인지 과거를 과감히 끊을 것인지는 일본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망각할수록 피해자는 과거 상처를 되새기게 된다"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시진핑 주석의 오는 9월 방미로 "중미 신형대국관계 건설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미경으로 모든 사안을 들여다 보는 대신, 망원경을 들고 미래를 조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의 금고지기, 러우지웨이 楼继伟


러우지웨이가 부장으로 있는 중국 재정부는 세수를 확충해 예산을 짜고, 자금을 집행하는 부서다. 올해 재정부가 전인대에 제출한 예산규모는 전년보다 10.6% 늘어난 17조1500억 위안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3400조 원. 우리나라 예산의 9배 가량이다.

2013년 3월 재정부장에 임명된 러우지웨이는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가 발탁해 육성한 인물이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 나선 러우지웨이는 "경기부양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루는 식의 발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적재적소에 미니부양책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 채무 문제에 대해서는 "2013년 심계서(감사원)가 조사한 바로는 직접 상환책임이 있는 지방채무는 10조9000억위안이었다"며 "지방부채는 전반적으로 컨트롤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 아들을 JP모건에 취직시킨 FTA 전문가, 가오후청 高虎城


한·중 FTA, 한·중·일 FTA를 추진하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가오후청 상무부장은 무역 전문가다. 그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시간을 FTA에 할애했지만 외신기자들의 관심은 그의 아들에 집중됐다.

지난 2월 6일 "가오 부장이 지난 2006년 JP 모건에 아들 가오줴(高決)의 취업을 청탁했고, 가오줴는 면접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음에도 그 이듬해 이 회사에 취직했다"고 월스트릿저널이 폭로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질문을 봉쇄한 그는 "지난해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규모가 1조위안(약 180조원)을 이미 초과했다"며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가격 차이로 중국에서 소비세 부과로 일부 제품 가격이 비싸고 유통비용과 과정이 중첩돼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며,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홍콩의 대륙 본토인의 홍콩여행 반대에 대해 "본토인 홍콩 여행 제도가 실시되면서 홍콩 경제가 발전을 이루고 일자리도 증가했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상황과 문제점들이 나타났다"고 말하며, 홍콩이 현재 주장하는 대륙 본토인들의 홍콩여행 제한방안 검토를 시사했다.

◆스모그과의 전쟁에 나선 전 대학총장, 천지닝 陈吉宁


중국 명문 칭화대 총장에서 지난달 환경보호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천지닝은 7일 "총장 시절에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학생들 걱정이었는데 환경부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하늘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라고 말해 장내 기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날씨가 맑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스모그가 끼는 날이면 불안해진다"고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다.

중국인민들의 최대 불만사항인 스모그를 관장하는 부서의 부장인 만큼 질문은 온통 스모그에 집중됐다. 천 부장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지난해에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을 상기하면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1000만t에서 1만t 수준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점 추진계획으로 ▲대기오염방지법 개정 ▲오염물질 배출 단속 강화 ▲과학적인 스모그 방지 ▲오염관련 정보 공개 등을 제시했다.


◆ 부패와의 전쟁 선봉장 양촨탕杨传堂​


교통부는 2013년 3월 국무원 조직개편 당시 철도부를 흡수통합해 거대부처가 됐다. 철도부 흡수 통합은 2011년 류즈쥔(劉志軍) 철도부장의 부패사건 때문이었다. 류즈쥔의 부패상이 너무도 심각했고, 그 후폭풍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에, 지난 5일 진행됐던 기자회견에서 양촨탕 교통부장은 반부패활동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양촨탕 부장은 "최근 몇년간 20여명의 지방정부 교통청장이 조사받았다"며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교통청장 본인에게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통분야에서 부패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건설, 물류망 확충, 철도건설 등을 입찰할 때 주로 부패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법치와 덕치를 결합할 것을 주문했다. 세번째는 인민들의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해서 그는 "대기오염에서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1%"라며 "교통부문이 대기오염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유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운전습관을 개선하고 교통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녹색교통을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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