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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프로젝트와 AIIB 참여를 두고


중국 정부는 3월 15일 폐막한 양회에서 "2015년 중국 외교의 키워드는 일대일로(一带一路)"라 밝혔다. '일대일로'란 중국 정부가 주변국들과의 경제협력 동반자 관계를 통하여 21세기형 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며, 시진핑 정권이 내건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일대'란 '신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의미하며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를 통과하여 유럽까지 연결하는 유라시아 육상 무역통로이고, '일로'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며 중국 동부 연안지대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무역통로를 의미한다.

일대일로 계획은 시진핑 체제하 중국의 세계 전략이자 최대의 외교적·경제적 프로젝트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에서부터 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까지 걸치며 일대일로 구상이 포함하는 인구는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이용, 방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10년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경제벨트 지역의 인프라 투자 수요만 우리 돈으로 최소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가 아닌 고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전환은 부동산 경기와 내수시장 침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고도성장으로 축적한 엄청난 부와 투자를 어떠한 곳으로 전환할 것인가이다.

외부적인 원인으로는 점점 세계화 되어가고 있는 세계경제의 특성으로 볼 때, 현재 침체의 빠진 세계경제 상황에서 중국 홀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소비할 세계시장에 침체에 빠졌다는 것은 역으로 중국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지역 블록화라는 보호무역주의의 발흥은 자유무역질서를 위협하는 경제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이유로 중국은 이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향후 중국판 '마샬플랜'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의 마샬플랜이 전후 피폐해진 유럽을 재건한 것이었다면,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 지역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부흥을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 60여 개국을 아우르는 총 인구 44억 명, 경제규모 21조 달러의 메가 경제권을 건설한다는 것이 중국의 야심 찬 포부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을 주도하고 있으며, 신 실크로드 펀드설립을 위해 400억 달러를 조성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 지역 국가들에게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27개국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의사를 밝혔으며, 이 중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현재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적인 관점에서 참여 결정을 내렸다.

이미 중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는 물론 중동·유럽국가까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기 위한 '동맥' 연결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육상으로는 강소성 롄윈강시에서 중앙 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타까지 이어지는 '롄신야(롄윈강-신장-중앙아시아)' 정기 화물열차가 노선이 지난달 25일 개통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절강성 이우시와 스페인 마드리드를 잇는 '이신어우(이신-신장-유럽) 화물철도 노선도 운행되기 시작했다. 사실, 2010년 중국은 위신어우(중경-신장-유럽)을 개통한 이래 한신어우(우한-신장-유럽), 쑤멍어우(소주-몽골-유럽) 등 국제 화물열차 노선을 잇달아 개통했다.

비단 육상 실크로드뿐만 아니라 해상 실크로도 건설도 활발하다. 중국이 개발하고 운영권을 확보한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는 오는 4월 개통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말라카 항구를 국제항구로 조성하여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아시아 순방 중 공식 제안한 AIIB는 올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자본금은 500억 달러로 현재 중국을 포함해 영국 인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28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시주석은 “AIIB 주요임무는 아시아인프라와 ‘일대일로’건설에 대한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존하는 인프라융자 관련 국제금융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AIIB가 설립되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세계은행(WB) 등과 경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아태지역 개도국들이 중국의 우산 속에 편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미국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AIIB 설립에 반대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을 참여시킨데 이어 호주의 승낙을 이끌어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중 양국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어쩡정한 입장인데, 마냥 시간을 끌기도 힘든 시점이 다가왔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이 AIIB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호주와 유럽 국가들마저 세계 ‘최대 큰손’인 중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 AIIB 참여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 AIIB가 개도국의 돈줄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들 국가의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라도 AIIB 참여가 필요하다. AIIB 창립회원국 가입 신청은 이달 말 마감된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그동안 요구해온 AIIB의 지배구조 문제가 분명하게 개선됐다”며 “AIIB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도 AIIB 합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우리에게 AIIB 전체 자본금의 5~7%수준인 5~7억달러를 부담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금액은 출자금 50억불을 부담하는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국제개발은행에 낸 출자금중 가장 큰 규모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역시 실크로드와는 밀접한 관계였다. 당나라 시기 신라방, 무역왕 장보고, 그리고 고려시대 개성상인 등 모두가 실크로드를 십분 활용한 선조들이었다.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우리 선조들과 같이 슬기롭게 미국의 염려를 불식하고 침체된 우리 경제의 활로로 잘 활용할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