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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호랑이 사냥

시진핑 지도부 출범(2012년 11월) 후, 2015년 4월말 까지 낙마한 99명의 차관급 이상 ‘호랑이’중, 노회한 ‘호랑이’ 대표주자로 3명을 든다. 총리 급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용캉(周永康·1942년생) 전 중앙정법위 서기, 부총리 급 정치국 위원였던 쉬차이허우(徐才厚·1943년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부총리 급 예우를 받았던 링지화 (令計劃·1956년생) 전 정협 부주석 겸 당 중앙통전부장이다.

한 홍콩 언론은 시진핑 지도부가 이들을 사냥해가는 단계를 ‘6부곡’으로 풀이했는데, 사실에 들어맞는 그 전개과정이 이채롭다.

수감 상태에서 군사법원 심리를 기다리다, 방광암으로 지난 3월 15일 사망한 쉬차이허우를 제외하고, ‘6부곡’방식으로, 저우용캉과 링지화 낙마 과정을 풀이한 후, 그 사례 분석을 4월 10일 체포설이 있었던 궈보슝(郭伯雄·1942년생)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적용하여, 그의 처지를 진단한다.



마오쩌둥(1893~1976년)의 정적 타도전술의 핵심은 ‘호랑이’를 중간에 두고 주변의 가족과 부하들. 즉 손발을 먼저 자르고 난 후, 호랑이 몸통을 직접 타격하는 것이었다.

홍콩의 핑궈르빠오가 2015년 3월 중순에 제기한 ‘호랑이 타도 6부곡’도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란 점이 흥미롭다.

① 1부곡은 내외신이 ‘호랑이’ 비리 조사 등 소문을 보도하는 것이다. ② 2부곡은 가족이나 측근들이 구속되는 등 낙마한다. ③ 3부곡은 ‘호랑이’가 공식석상에 출현하거나 관영 언론에 기고하는 등, 건재를 과시하는 상황이다. ④ 4부곡은 언론이 집중 조명을 하는 단계로, ‘호랑이’의 본명이나 아명(兒名)·별명 등이 공개된다.

4부곡은 유력인사에게 향후 ‘호랑이’ 체포 여부를 질문했더니, “누구나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 기율과 국법을 어기면, 엄중한 처벌을 받습니다. 나는 이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당신도 잘 알면서(你懂的·니동더·You know)!”, 즉 ‘니동더’의 답변이 나오는 단계이기도 하다. ⑤ 5부곡은 관방의 ‘호랑이 낙마’공식 발표다. ⑥ 6부곡에서는 관영 언론의 심층 추적보도가 이어진다.



저우용캉이나 링지화에 대한 ‘6부곡’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다만, 링지화가 속전속결의 ‘6부곡’인데 반해, 저우용캉은 비교적 완만한 ‘6부곡’인 점이 차이다. ‘저우’사건 연루 인사와 부패 혐의가 너무 광범해서 그럴 것이다. 1부곡인 소문 확산은 입건되기 오래전 일로 불필요해, 생략한다.


궈보슝 전 부주석이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1부곡’은 2014년 8월 12일 홍콩의 인권단체인 ‘중국 인권민주화 운동 뉴스센터’가, 궈보슝과 함께 부주석을 역임했던 쉬차이허우의 2014년 6월 입건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기했다. 군 장성 인사에 2명의 부주석 동의가 필요한 점을 이용하여, 진급 지원 명분으로 거액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2부곡은 중국 군 당국이 2015년 3월 2일 법률 및 당 기율 위반 범죄에 연루된 궈정강(郭正鋼·소장·1970년생) 저장성 군구 부정치위원을 비롯한 사단장급(소장) 이상 고위 장성 14명을 입건 조사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궈장강은 궈보슝 아들로, 부친의 후광으로 로켓 식 승진을 거듭하여 2015년 1월, 45세에 ‘최연소 소장’ 계급을 달았지만 승진 47일 만에 낙마했다.

다음날인 3월 3일에는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가 궈보슝의 동생인 궈보췐(郭伯權·1961년생) 산시(陝西)성 정부 민정청장도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맏형보다 19살이나 어린 궈보췐 청장은 3월 9~10일간 성도 시안(西安)시 사회구조처 처장 등과 함께 극빈가정 조사 및 위로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고, 아직까지 비리 관련 조사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

3부곡은 궈보슝 낙마 소문을 부정하듯이, 2015년 춘제(春節·음력설)에 중국 중앙TV(CC-TV)에 궈보슝 이름이 나오면서, 건재를 암시하는 듯 했다.

4부곡은 뭔가? 언론이 대대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인민일보 직속의 ‘환구인물’(環球人物)은 궈정강 입건 사실이 밝혀진지 20일 째인 2015년 4월 22일 ‘궈정강의 부친’ 제하로 궈보슝 집안의 대소사를 공개했다.

“궈보슝은 장남으로 아명은 ‘추이추이’(錘錘, 저울 추)였다. ‘추이추이’의 동생 ‘가오싱’(高興)은 시안 소재 산시성 군인 서비스센터에 근무하며, 가족 중 군인이 많다” 등이다.

궈정강 비리 관련,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사오싱(紹興)·저우산(舟山) 별장에서 현금 8200여만 위안과 12개의 통장에 입금된 2억 2000만 위안 등 총 3억 200만원(약 525억 원) 상당을 발견했고, 홍콩 마카오 특구를 왕래할 수 있는 4개의 관용 여권 등 여권 9개도 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며느리인 오팡팡(吳芳芳)도 부동산 개발을 한다며, 투자자 2,000여명으로부터 5억 위안(약 870억 원)을 모집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하여 불투명하자 투자자들이 궈정강이 근무하는 군부대 앞에서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스캔들이 보도됐다.

또한 류샤오치(劉少奇·1898~1969년) 전 국가주석의 장남이자 시진핑의 맹우로서, 비리 군 장성 체포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류위안(劉源·1951년생) 총후근부 정치위원은 전인대 대표로, 2015년 전인대 전체회의(정기국회, 3월 5~15일)에 참석하기 앞선 3월 4일, 궈보슝 거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웃으면서 “당신도 잘 알면서(你懂的·니동더)!”라고 대답했다.

궈보슝 본인과 가족들에 대한 폭로기사는 100억 위안(약 1조 7400억 원)넘게 축재했다는 그에 대한 체포가 이제 시간문제임을 의미한다. 다만 저우용캉 속도로 뜸들일지, 링지화 처럼 속전속결로 갈지는 확정할 수 없다.


궈보슝이 입건될 경우, 쉬차이허우 부주석과 함께 후진타오 중앙군사위 주석(2004~12년) 지휘체제 8년을 농단한 사례로 기록된다.

시진핑 총서기는 집권 전 ‘지도자 수업’ 차원에서 2010~12년 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이들의 비리 사실을 접한 후, 정군(整軍)의 결심을 다졌을 것이다.

이는 후진타오 시대에 쉬차이허우·궈보슝에 돈 주고 승진했거나 비리를 저지른 군 장성 색출작업으로 이어져 2015년 들어 1월 15일 16명, 3월 2일 14명, 4월 26일 3명 등 총 33명을 비리 혐의로 입건했음이 발표되었다.

군 내부 반발도 예상할 수 있지만,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强軍) 건설’이 목표인 시진핑은 지난 3월 전인대 해방군 대표단 접견 시 강조한 대로, “군은 큰 호랑이를 중점적으로 타격하고 작은 호랑이 무리를 함께 묶어 타격한 후 신창타이(新常態)로 진입”할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