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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다오 판결에 대만 신남향정책도 폐기위기

대만 차이잉원 신정부가 동남아국가를 상대로 추진해온 경제외교 노선인 신남향(新南向)정책이 타이핑다오(太平岛·Itu Aba Island) 중재판결로 존폐 기로에 섰다.

중재판결 직후 타이핑다오 영유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만 내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대만 정부는 그간 추진해온 신남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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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타이핑다오를 방문, 암초가 아닌 섬임을 입증하고 타이핑다오 주권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타이핑다오 영유권에 시비를 걸어온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신남향정책은 불과 2개여월만에 폐기될 위기에 처한다.

차이잉원 정부는 지난 5월 출범과 함께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과 다원적 다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신남향 정책을 추진해왔다.

게다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립구도가 확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은 마잉주 전 총통의 친중노선 회귀로 받아들여지며 기존 지지층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리다웨이(李大维) 대만 외교부장은 "차이 총통이 당장 타이핑다오에 갈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만 정부는 일단 타이핑다오 영유권 강화와 신남향정책을 동시 추진하겠다는 모순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차이 총통이 중재결과 발표 직후 중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대만 해안순방서(해경)도 타이핑다오 주변 200해리에 대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유지하며 타국 어선을 축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후이강(胡意刚) 대만 해순서 부서장은 "타이핑다오 주변 어로작업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타이핑다오 200해리 이내에 베트남 어선들이 가끔 접근하고 있으나 모두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외 다른 나라의 어선이 타이핑다오 200해리 영역에 들어올 경우에도 "쫓아버리겠다"고 강조했다.

PCA 재판부가 또 타이핑다오 3개 우물중 2곳은 물이 말랐고 1곳은 짠물만 나오고 있다는 필리핀측 주장을 근거로 타이핑다오를 '암초'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만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대만 해순서측은 타이핑다오엔 해수에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층이 있어 모두 4개 우물에서 하루 1천500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인 3t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며 타이핑다오가 사람이 정주 가능한 자연섬으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정부는 신남향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황즈팡(黄志芳) 총통부 신남향정책판공실 주임은 13일 한 국제콘퍼런스에서 "남중국해 중재결과에 신남향정책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은 이미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대만 경제부는 12일 베트남, 태국을 방문, 현지 진출한 대만기업들과 신남향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황 주임은 또 "신남향정책의 목표는 대만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 차장도 "신남향정책이 투자, 산업합작, 무역의 3개 루트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각국과 협정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잉주 전 대만총통은 지난 1월 28일 임기가 2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신 기자들을 인솔, 타이핑다오를 방문하고 대만의 타이핑다오는 단순한 산호가 아닌 명백한 섬이라며 대만의 영유권과 타이핑다오의 주권을 주장하는 베트남에 대해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 최대도시 가오슝(高雄)으로부터 약 16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현재 타이핑다오에 대해 중국, 필리핀, 베트남이 주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대만 군대가 주둔, 실효하고있다.

20세기 초, 일본이 광물채취를 위해 들어왔고 30년 대 일본 군대가 들어와 주둔하기 시작했다.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패전과 동시에 중화민국정부가 넘겨 받았다. 1년 후 이 섬의 이름을 '타이핑다오'로 개명했다. 영문명은 Itu Aba Island이다.

대만은 이곳을 군사적 요충지로 여겨 활주로, 항구, 태양열 발전소 설비, 등대, 기상관측소 등을 만들었다. 현재 100여 명 이상의 군, 공무원 등이 이곳에 살고 있으며, 일반인은 살 수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