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동남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필수 선물 품목이었던 파란색 포장의 일명 호랑이 연고(虎彪万金油,Tiger Balm)
호랑이 연고는 1870년대 중국 황제를 위해 일하던 궁중 한의사 후즈친(胡子欽)에게서 비롯됐다.
후즈친은 중국 남부 지역인 샤먼 출신이었다. 당시 식물을 연구해 약재를 만들던 그는 신통한 피부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제품이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열대계절풍 기후 탓에 덥고 습해 모기와 해충이 많아 벌레에 물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중국을 떠난 후즈친은 미얀마 랑군에서 영안당(永安堂)이라는 약국을 세워 ‘만금유(万金油)’라는 이름으로 약을 팔았다.
만금유는 모든 것을 치료하는 기름이라는 의미다. 만금유에는 멘톨, 박하 기름, 카주풋유(Cajuput essential oil) 등이 들어갔다. 카주풋유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전통 민간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온 약재다.
후즈친이 만든 만금유는 여러 증상에 효험이 있었다. 일단 모기나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이 들어가 벌레를 쫓는 데 도움을 줬다. 벌레 물린 곳에 발라도 가려움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한여름 더위로 기진맥진해질 때 관자놀이나 맥이 뛰는 곳에 발라주면 기운을 차리는 데 도움이 됐다. 바르면 시원해진다고 해서 이 연고를 ‘청량유(淸凉油)’라고도 불렀다. 이 밖에 근육통, 타박상, 어깨 결림이 있을 때도 펴서 발라주면 파스처럼 소염작용을 했다.
후즈친이 1909년 세상을 떠난 뒤 두 아들인 후원후(胡文虎)와 후원바오(胡文豹)가 영안당을 물려받았다.
이후 '만금유'는 두 아들의 이름 끝자인 호랑이와 표범을 넣은 '호랑이표범만금유(虎彪万金油)' 로 불리게되었고 포장지에도 호랑이를 그려넣어 지금의 호랑이 연고라는 명칭이 생겨나게된 배경이 된다.
후 형제는 싱가포르·중국 등지에 공장을 세워 아버지가 물려주신 연고를 대량 생산하게 된다. 호랑이 연고는 말레이시아, 홍콩, 바타비아(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암(현재 태국)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팔려나갔다.
특히 호랑이 연고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생산된 비싼 약품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중국계 의사가 내놓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실제로 이 연고는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00~3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호랑이 연고는 저렴한 가격과 많은 소비자들이 검증한 좋은 품질을 등에 업고 소비자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호랑이 연고는 10명 중 8명이 다시 산다고 한다. 그만큼 재구매율이 높다는 얘기다. 호랑이 연고는 지난 100여 년간 100개국 이상에서 판매됐다. 매출의 경우 2013년 연간 1억4120만 싱가포르달러(1154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2%에 달한다.
워낙 명성이 높지만 짝퉁 호랑이 연고도 많아 골치가 아플 법 하다. 하지만 ‘정품 호랑이 연고 구분하기’가 네티즌 수사대 사이에서는 일종의 ‘놀이’로 인식되면서 또 다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포장 색, 제조 연월일, 연고가 들어 있는 양을 놓고 정품과 모조품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 가는 경험이 색다른 재미를 준 것이다. 최근에는 파스·패치·로션·젤·스프레이·모기퇴치제 등 다양한 형태의 호랑이 연고를 만날 수 있다.
후원후는 동남아를 대표하는 화상(華商)으로 ‘호랑이 연고왕(王)’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그의 기업인 호파(Haw Par, 虎豹) 그룹은 1969년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됐다. 한때는 출판업과 은행업 등 다양한 영역에 손을 댔던 호파그룹이지만 현재는 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 부동산과 레저 분야로 사업영역을 집중하고 있다.
후씨 일가는 중국 문화와 호랑이 연고를 널리 알리자는 차원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타이거밤 가든(호파 빌라虎豹别墅,Haw Par Villa)’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중국 문화와 관련된 전시물이 1000점 이상 전시돼 있다. 싱가포르인들에게는 타이거밤 가든이 4대 테마파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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