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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사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생각이 보도됐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예전에 중국의 일부였다고 이야기했다는 내용이다. 간접적으로 전달된 내용이지만 전혀 없는 이야기가 나왔을 리 만무하니, 적어도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통역의 오류가 있거나 트럼프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시진핑이 그렇게 얘기한 것이 맞을 것이다. 올해 다시 5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이후에도 10여년은 중국을 움직일 인물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생각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동안에도 시진핑의 한국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14년 7월 방한 중에 서울대에서 한 강연도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태도와 말들도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자존에 대한 나름대로의 존중이었다. 서울대 강연에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에 와서 싸운 진린이나 등자룡을 이야기했고, 중국에서 큰 족적을 남긴 김교각 스님을 비롯해 최치원, 김구, 정율성 등도 언급했다.이런 연설은 참모진들이 써 준다고 그냥 읽는 스타일이 아니니 만큼, 시진핑이 한국을 속국으로 인식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본을 대하는데 있어서 한국만큼 자신만만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일본인들을 비하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은 식민시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겠지만 역사적으로 그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눅 드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자세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세계인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염려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별반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무모한 용기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감이라면 우리는 먼저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일반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감정은 대체로 우호적이거나 아니면 백지와 같은 것이었다. 흔히 한류로 불리는 대중 문화의 유행은 이런 우호적인 감정이 아니면 형성 자체가 안 됐을 것이다.

 ‘한류’의 유행은 중국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일반 중국인들이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을 좋은 시선으로 보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 한류를 가지고 겸손하게 접근하지 않고, 한국 문화가 우월해 중국에서 통하는 것으로 행동하고 인식하는 것에 대한 반발 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처음 ‘HOT’나 ’신화‘를 통해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던 젊은 세대들은 어느 순간 한류의 소비자에서 가장 강력한 반한파로 변화하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사드 문제가 발생한 이후 아무 생각없던 중국인들까지 한국에 대한 인상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처음에는 중국 정부의 의도적인 부추김도 있었지만, 이제 애국주의로 똘똘 뭉친 중국 네티즌과 일부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경쟁적으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에 나서는 부정적 중국모습과 거기에 달린 반중 감정 분출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중국 소셜네트워크에 바로 전달되면서 상호간 혐오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작은 일과 만남을 통해서도 상대방의 진실을 볼 수 있다. 국가 관계는 더 말할 나위없다. 2014년 7월 서울대 강연과 최근 트럼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시진핑의 한국관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가 상대를 속여 갈등을 만드는 반간계를 쓸 리는 없다. 하지만 그간 시진핑의 한국관의 변화가 있었다면 그 과정을 잘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그런데 두 발언의 사이에는 또 하나의 만남이 있었다. 2016년 9월 시진핑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중국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야기하며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었다.  한국은 과거 중국에서 분화했으니 그 근원을 잊지말고 고마워 해라는 뜻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