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을 접대한 환영만찬때 나온 술이 싯가가 2억원이 넘는 마오타이주로 밝혀져 화제다.
마오타이의 산지는 구이저우(贵州) 마오타이진으로, 마오타이주는 ‘홍군(红军)의 술’이라고도 불린다. 1934년 11월 마오쩌둥(毛泽东)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홍군이 장정(长征)시 마오타이주는 홍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술 뿐 아니라 상처를 소독하는 약품 대용으로도 쓰였다.
장정 도중 당권과 군권을 한꺼번에 장악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마오쩌둥을 41년 동안 최고 권력자로 만들어 준 1935년 1월의 중공 중앙정치국 확대회의, 일명 준이(遵义)회의. 계속 장정을 할 것인가, 옥쇄를 각오하고 국민당군에게 대항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공산당 지도부들이 격론을 벌이는 12일동안 휴식을 취하던 일반 병사들에게 구이저우(贵州)성 마오타이(茅台)진의 주민들은 마오타이주를 건냈고, 이를 흠뻑 마신 홍군들은 혁명의 의지를 불태우며, 다시 옌안으로 2만5천리의 장정길을 떠날 수 있었다. 고생할 때 겪은 추억과 입맛은 누구도 쉽게 잊지 못하는 것. 1949년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하고 준의회의때 노선싸움에 승리했던 공산당 지도자들이 모인 신중국 건국 기념 연회석상에 저우언라이 총리의 제청으로 마오타이주가 올랐고 이후 마오타이주는 공식 국가연회용 ‘국주‘가 되었다.
중국 당시 지도자들의 마오타이주에 대한 개별적인 애정들도 남달랐다. 저우언라이는 감기약 대신 마오타이를 마셨고,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주도자들을 체포한 뒤 마오타이를 꺼내 스물일곱 잔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오쩌둥은 소련의 스탈린이나 북한 김일성 등 절친이 생일을 맞으면 마오타이를 선물로 보냈다.
중국의 바이주(白酒)는 향과 숙성 기간에 따라 농(濃), 장(醬), 청(淸), 미(米) 등으로 분류되는데, 마오타이주는 간장 냄새가 나는 장향형(酱香型)백주로 처음 마시는 이에게는 특유의 향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마오타이는 2천년이 넘는 유래없는 역사로 일단 한코 먹고들어간다. ‘기원전 135년 한무제가 파견한 당몽이 촉 지방의 소국 야랑에서 맛본 구장이라는 술’이라고 사기‘서남이열전’ 에 기록되어있다. 수수를 주원료로 누룩과 함께 향과 맛을 내는 수십종의 원료를 배합해서 오랫동안 숙성과정을 거친 술이다. 예부터 ‘색을 보고(看香), 향을 맡은 뒤(聞香), 맛을 보는(品味) 술’이라 했다.
마오타이주를 둘러싼 일화가 많다.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마오타이주’가 출품됐다. 그러나 아무도 이 볼품없는 병에 든 술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전시관의 누군가가 술병을 고의로 깨뜨렸다. 마오타이주의 향기를 맡은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마침내 많은 출품작 가운데 금상을 차지했다.
마오타이주는 1949년 신중국 출범 이후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술(国酒)’이 되었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의 일도 인구에 회자된다. 즉 닉슨 방중의 사전작업을 벌이던 보좌관이 닉슨에게 “아무리 (중국측이) 건배를 제의한다 해도 술잔을 입에만 갖대대야지 제발 들이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전문을 보냈다. 50도가 넘는 독주에 취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닉슨은 만찬장에서 저우언라이 총리의 건배 제의에 따라 홀짝홀짝 잔을 비웠다. 중국의 ‘첨잔’ 풍습에 따라 닉슨의 주변에는 잔이 빌 때를 기다려 채워주려는 웨이터 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마오타이주를 가져온 닉슨은 집무실에 두고 마오타이를 한두잔 마시며 피곤을 풀었다. 한 번은 마오타이를 열고 술을 마시려다 탁자에 엎질렀고, 곁에서 담배피울려고 불붙은 성냥개비가 떨어져 황급히 끄긴했지만 중국의 술이 미국 백악관을 홀라당 태울뻔한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에게도 마오타이주는 특별한 술이다. 작년 8월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 언론을 통해 한중수교의 막후 일등공신은 마오타이주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대만문제로 협상이 풀리자 않자 양국 담판대표들이 준비한 마오타이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풀어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만찬 때도 마오타이주를 내놨고, 연회에서 두 병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마신 술은 마오타이주 중에서도 최고라는 아이쭈이(矮嘴·작은 주둥이) 장핑(酱瓶)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술은 2003년산으로, 한병에 무려 126만위안(약 2억원)짜리 초호화 마오타이주다. 보통 시진핑 주석이 국빈을 맞을 때 4000위안(약 67만원)짜리 마오타이주(2015~2016년산)를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16년간이나 숙성된 술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특별접대인 셈이다.
마오타이주는 15년, 30년, 50년, 80년산 등 160여개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생산연도 등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원까지 올라간다. 80년산 53도짜리 500㎖ 가격은 25만5000위안(약 4564만원)이다.
4500억위안(약 80조원) 규모의 바이주 시장을 선도해 온 마오타이주는 시진핑 1기 정부가 실시하는 반부패 정책으로 ‘접대와 비리의 상징’이 되면서 위기를 맞았었다. 2013년 초 부패 혐의로 면직된 호랑이 중국 인민해방군 구쥔산(谷俊山) 중장의 집에서는 마오타이주 1만병이 압수됐다. 시 주석은 “전쟁 준비에 그런 것들이 필요한가”라며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양회(两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마오타이주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홍군의 술이자 중국 지도부들의 술이 그리 쉽게 위기에 몰락하지는 않는 법. 특히 이번 김정은 방중으로 마오타이는 다시 한 번 중국인들의 주목을 받게되었다. 또한 마오타이를 특별히 김정은 부부에게 내놓은 시진핑의 속뜻은 마오쩌둥이 김일성의 생일때 마다 보낸 ‘혁명의 술’을 상기시키며, 과거 혈맹의 관계를 잊지말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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