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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외풍으로 롯데 중국사업 전면 철수

롯데그룹이 '난공불락의 땅' 중국에서 잇따라 사업을 접고 있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계열사는 유통(롯데백화점ㆍ롯데마트), 식품(롯데제과ㆍ롯데칠성), 관광ㆍ서비스(롯데호텔ㆍ롯데시네마), 석유화학ㆍ제조(롯데케미칼ㆍ롯데알미늄), 금융(롯데캐피탈) 등 총 20여개사다. 롯데는 현지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 사업 전선 확대에 나섰지만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사업은 전면 재수정됐다. 13억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그룹의 사활을 걸고 공략했지만, 쓴 맛을 보고 발을 빼고 있는 것. 결정적인 계기는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 사드 배치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해외 전략의 판을 모두 바꿨다.

롯데마트는 연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현재 롯데마트는 중국 유통업체와 화중법인(중경, 성도지역), 동북법인(심양, 길림지역) 소속 14개 매장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4월 북경 화북법인(마트 10개, 슈퍼 11개)을 중국 유통기업 우메이그룹에 매각했고, 한 달 뒤인 5월에는 상해 화동법인을 리췬그룹에 2914억원을 받고 넘겼다. 화동법인 소속 중국 상해와 강소 지역의 롯데마트 점포 74개 가운데 53개가 매각 대상으로, 나머지 21개는 폐점 수순을 밟고있다. 현재 남아 있는 화중법인과 동북법인의 매장들도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전부 폐점하고 연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 5일 롯데 유통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올해 안에 끝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지난 1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130억원에 불과했다. 중국 사드 보복이 시작된 직후인 탓에 손실이 적었던 지난해 1분기 매출 2240억원과 비교해 95%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중국 롯데마트 영업손실은 2700억원에 달하며 올해 1분기 손실액은 560억원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08년 중국 시장에 처음 발을 내딘 롯데백화점은 현재 톈진 2개 점포를 비롯해 청두, 선양, 웨이하이 등에서 총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 백화점은 사드 배치 이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 이후 매출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 1분기 롯데백화점의 중국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60억원을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한중관계가 개선되면서 공사 재개의 기대를 모았던 선양 롯데월드 건설도 여전히 중단된 상황이다. 롯데월드 선양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프로젝트다. 롯데가 해외에 처음 건설하는 실내 테마파크 사업인 롯데월드 선양은 부지 16만㎡, 건축면적 150만㎡ 규모로, 2008년부터 추진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일부다. 계열사 7곳이 참여해 연면적 145만㎡에 쇼핑몰ㆍ테마파크ㆍ호텔ㆍ아파트를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단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롯데는 3조원 넘게 투자했다. 2014년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가 먼저 문을 열었고, 올해 완공을 목표로 테마파크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2016년 11월 소방점검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된 뒤 1년 8개월째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추진 중인 '청두 복합단지' 건설의 경우 중국 사드 보복으로 10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한중 정부의 관계개선 합의가 발표된 지난해 10월 중국의 정부의 공사 재개 허가가 떨어져 현재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식품 계열사 중 롯데칠성과 롯데제과는 현재 중국사업장 수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일부 법인은 영업직원 수를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도 추진 중에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구조조정 계열사로 롯데지알에스와 롯데시네마를 꼽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데다 현지에서 이들 계열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상황을 좀 더 주시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의 지역에 따라 정책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청두 공사는 진행 중이지만,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의 한국 여행상품 배제 등을 고려하면 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008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 형태로 베이징 왕푸징 지역에 백화점 1호점을 냈다. 10년 안에 중국 내 백화점을 20개까지 늘리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삐걱댔다.

1호점은 개장 4년 만에 폐점했다. 합작 상대방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탓이 컸다. 이 기간 누적 적자가 1134억원에 달했다. 이후 새로 연 5개 매장(톈진 동마로점·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청두 환구중심점, 선양점)도 고전했다. 2016~2017년 5개 매장에서 연간 약 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했다. 매출 역시 2016년 970억원에서 작년 760억원으로 21% 쪼그라들었다. 올 1분기 실적은 매출 200억원, 영업손실 160억원이었다. 10년간 백화점 부문 누적 적자가 5000억원에 안팎에 이른다.

2007년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적자가 더했다. 소방점검 등을 빌미로 중국 정부가 대부분 점포의 문을 닫게 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268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은 적자 규모보다 작은 2552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오다가 중국 사드 보복까지 더해져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롯데만 중국에서 실패한 게 아니다. 중국은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영국 1위 유통기업 테스코, 미국 전자제품 1위 전문점 베스트바이 등 수많은 유통업체가 중국에 진출했다가 철수했다. 월마트, 카르푸 등도 현지 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에 앞서 한국 이마트도 지난해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해외 유통기업에 배타적인 현지 문화, 중국 정부의 자국 유통기업 지원, 온라인 쇼핑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다. 롯데는 여기에 더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의 불매 운동까지 겹쳤었다.

국내와 달리 ‘거상’으로 불리는 중국 현지 대형 도매상이 상품 공급을 꽉 잡고 있는 탓도 있다. 이들 거상을 통하지 않고선 매장에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에 갔더니 상품이 별로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큰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거상이 브랜드 입점부터 물류, 배송까지 좌지우지한다”며 “해외 유통기업은 초기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