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국 경제는 싼 가격에 미국에 수출해서 유지해온 탓에 관세전쟁에 취약하다. 1990년 이래 20년간 부채에 의존한 고도성장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난 10년간 부채 성장의 한계를 맞으면서 중속 성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의 체력과 제질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대거 소개했다.
①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성적표
전반적으로 볼 때 2018년 중국에 진출한 2891개 비금융권 업체의 매출이 19.8% 성장했다. 2017년 13.9%와 비교할 때 호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의 집계 결과다. 이 기업군 가운데 54%가 2018년 전년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빨라져 실적이 빠진 기업들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장률을 견인할 수 있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성적이다.
2017년 중국의 성장률보다 잘나갔던 다국적기업의 소비재 산업과 자동차는 2018년엔 국가 성장률과 겹쳐질 정도로 속도 둔화가 눈에 띄었다. 카르푸와 포드 등 미국계 자동차 기업들이 대표적 케이스다. 중공업·기계류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반면 전자와 반도체,우주항공은 매출이 늘었다. 헬스케어와 에너지, 자원개발 산업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호주 멜버른 기반의 BHP, 영국 캠브리지의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 IT·소프트웨어·인터넷 산업도 좋은 경기였다.
② 동북3성 첫번째 직격탄
두 자리수 성장의 불꽃이 명멸하던 10여년 전 내몽고자치구와 동북3성은 잘 나갔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내몽고는 15% 이상의 성장 속도를 달렸고 만주 지역도 1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동부 연안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
10년이 지난 2018년 이 지역의 질주는 끝났다. 3~6%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마저도 과장된 수치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중장비 위주의 거대 장치산업의 비중이 높은 동북 3성은 중국 경제 둔화의 첫번째 타격을 받은 지역이 되고 있다.
동남부 연안의 수출기지는 여전히 번영을 구가하고 있고 중부와 서부 내륙도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동북3성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③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 실직의 두려움을‥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도시 실업률은 5.0%였다. 3월 5.2%에 비해 0.2%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중국의 공식 실업률 데이터는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등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경제 지표는 요동치는데도 이 실업률 지표는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은 빈부·지역·도농 격차로 인한 사회 불안정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김을 빼주는 역할을 한다.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통치의 정당성이 경제 발전과 고용 안정에 있기 때문에 관련 지표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FT는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에 올라온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용이 안정적인지 불안정한지를 따졌다. 아래 그래프다. 실업률 데이터는 당국이 종합적인 정무 고려를 위해 마사지할 수 있지만 검색엔진을 통해 드러나는 이 나라 인민의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은 감추기 어렵다. 감원(layoff·裁員)이란 단어의 검색량이 바이두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15년 차이나쇼크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위안화 환율이 치솟을 때도 올해만 못했다.
④ 지표가 보여주지 않는 허약한 경제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1990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성장 속도가 가장 느렸다. 올해 1분기는 6.4%. FT는 상당수 중국 관찰자들은 중국 당국이 경기하강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 3월초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2%포인트 가량 부풀려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중국의 공식 통계가 조작됐다는 오랜 의구심을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 공론화했다. 파장이 없을 수 없었다. 브루킹스의 연구결과는 중국의 경기 하강이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은 6.6%다. 브루킹스의 주장을 단순 대입하면 실제 성장률은 4%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브루킹스연구소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1.7%포인트, 실질 GDP증가율은 매년 평균 2%포인트씩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는 2008~2016년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연간 성장률을 분석한 ‘중국 국가통계에 대한 범죄과학적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런 식으로 2017년, 2018년에도 성장률이 마사지됐다면 지난해(2018년) 중국 GDP는 정부가 발표한 90조위안(약 1경5490조원)보다 약 11조 위안이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브루킹스는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브루킹스 연구원들은 중국의 실제 GDP 측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2005년부터 전산화한 부가가치세 데이터를 활용했다. 세금 관련 자료는 속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부가세 자료들을 토대로 지역별 산업과 도·소매업 생산량을 다시 계산했다고 한다.
⑤ 굴삭기는 진실을 알고 있다
자원개발·중공업·인프라 건설은 지난 수십년간 중국의 고도성장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주력 산업이었다. 여전히 이 산업들이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산업 구조 전환과 함께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요즘 중공업과 인프라 건설 업계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자원개발과 건설에서 빠질 수 없는 장비가 포크레인이다. 포크레인 판매량을 보면 건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8조 위안을 풀어 대대적인 경기 부양을 했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풀린 돈으로 건설 경기가 뜨거워졌다. 중국 대륙을 종횡으로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이 잇따랐다. 덩달아 포크레인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2015년 차이나쇼크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자 다시 부양책이 동원됐다.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1월까지 하락 추세였던 포크레인 판매량은 2월부터 부양책이 가동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가동하고 있는 부양책의 규모를 가늠하려면 포크레인 판매량 그래프를 보면 된다.
⑥ 인프라 건설 부양책 재시동
포크레인 판매량에서 시사하듯이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은 아래 그래프가 잘 보여준다.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 프로젝트 축소 추세는 약 18개월간 지속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 하지만 습관성 부양책은 2019년 해가 바뀌면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⑦고용은 서비스업이 견인차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도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변화를 달렸다.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서비스업의 고용이 제조업을 넘어선 이래 한번도 이 추세는 역전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3차 산업 부문은 2차 산업 부문에 비해 1억2500만명 더 많이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⑧ 제조업 경기하강
제조업은 여전히 하강세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지난 3월 반등했던 제조업 PMI(구매 관리자 지수)가 한달만에 다시 떨어지며 여전히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4월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50.1)가 2개월 연속 기준치(50)를 상회했으나 전월(50.5)대비 하락(예상치 50.5)했다. 기준을 상회하면 경기 확장 국면을 하회할 땐 경기 축소 국면을 의미한다.
민간 중소업체를 위주로 조사해 발표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는 3월 50.6에서 4월 50.2로 하락했다. 정부나 민간의 발표가 수치상 약간 차이는 있지만 트렌드가 같다는 점에서 제조업 PMI는 정부 발표도 믿을만하다고 FT는 전했다.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제조업에 비해 상당히 선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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