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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판매제재에 대한 런정페이의 답변

지난 21일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는 기자 회견을 열고 미국 정부의 화웨에 대한 판매제재 조치를 16일 발표하자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우리 통신 사업부문은 현재 글로벌 범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때리는 것도 이 부분이고요 그러나 정작 큰 문제 없는 부분도 이 사업부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다른 두 사업부문이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죠”

*화웨이 사업부문은 크게 소비자(스마트폰/가전과 같은 소비재), 통신(통신장비 및 네트웤 솔루션), 기업 (엔터프라이즈 및 B2B 솔루션)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그만큼 통신사 사업부문은 오랜 시간 잘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확신하는 부분은)5G, 광랜, 인터넷 코어 등 영역에서 화웨이는 타격을 입지 않을 것임은 물론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사업은 매출이 가장 크게 나오진 않지만 절대 뺏길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미국은 이 요충지를 뺏지 못해 행정수단으로 저희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이죠. 돈을 몇 푼 더 벌겠다고 이 요충지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30년 간 우리는 한 우물만 파왔습니다. 수천, 수만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매년 20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죠. 전세계적으로 우리만큼 이 영역에 투자한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화웨이 사업 로직에서) 단말기는 ‘수도꼭지’, 통신사업은 ‘수도관’이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것이 저희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데요.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집중할 수록 저희 경쟁력은 더 확고해 질 것입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어 미국 기업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30여년간 화웨이 성장은 미국 기업의 도움과 갈라놓을 수 없으며 우리가 갈 바를 가려쳐 준 것도 미국 기업이었죠. 지금도 화웨이는 IBM, 액센츄어 등 수십 개 미국 기업을 자문사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많은 부품 공급사도 미국 기업인데요. 최근 미국 정부의 제재 중에도 이들은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미국 기업의 정의와 양심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죠. 미국 제재령이 발동하기 전 미국 부품 공급사들이 미리 소식을 듣고 저희에게 부품 공급을 별도로 준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도 많은 미국 기업들이 저희 일로 미국 정부와 협상하고 있죠. 미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화웨이가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에 그들은 정부 허가없이 저희에게 납품하면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저는 언론인 여러분에게 미국 기업에 대한 비난을 멈추길 호소합니다. 욕해야 한다면 미국 정치인들을 욕해 주세요. 여러분은 화웨이와 미국 기업은 운명공동체라는 부분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 칩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열려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구매할 준비가 되어있죠. 우리는 영원히 미국을 배척하지 않을 것이며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 생각은 더구나 없습니다. 성장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죠. 그러나 누구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저희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화웨이는 모든 첨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평화시대’에도 저희는 늘 ‘1+1’, 즉 절반은 외부에서 구매하고 절반은 우리가 생산하는 정책을 실행해왔습니다. 우리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 칩을 고가에 수입해왔습니다. 고립되지 않고 세계 속에 융합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리와 미국 기업의 관계는 몇 십년 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종이 한장으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제재가 있다고 하여) 우리가 사업중단을 걱정할 지경까지는 아닌데요. 우리는 여전히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글로벌 영역에서 여전히 사업을 확장할 여력이 있습니다. 물론 속도는 어느정도 느려지겠지만 감소폭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닙니다. 1분기 성장률은 39%에 달했지만 4월에는 25%로 내려왔으며 올해 전반적으로 더 감소하겠죠.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거나 화웨이 전체 사업에 대해 데미지를 줄 정도는 아닙니다. 현재 상황에서 부품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희가 미리 대비를 했기 때문이죠. 사실 저희는 미국 제재가 올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의 소송을 감안해 대략 2년 뒤에 벌어질 줄 알았는데 멍완저우(孟晚舟)가 체포되면서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죠. 이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화웨이 대부분 직원이 설, 노동절 휴가 때도 집에 가지 않고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예전에 국가가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조건 돈을 많이 쓰는 것이었습니다. 도로를 깔고, 다리를 만들고, 집을 짓고…돈만 쓰면 되는 줄 알았죠. 그러나 반도체 사업은 돈만 써서 되는 것이 아닌데요.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이런 과학자들에게 투자해야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에는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너무 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의 힘만으로 혁신하겠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는 현재 전세계 여러 나라에 26곳의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으며 700여명의 수학자,800여명의 물리학자, 120여명의 화학자가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또 ‘전략연구원’을 설립해 세계 유명 대학교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하는데요. 이 돈으로 연구한 성과는 저희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대학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희는 더 많은 과학자 풀(pool)을 얻을 수 있었죠. 오늘날 글로벌 탑 수준이라 불리는 5G 기술이 십여 년 전 터키의 한 교수님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Arikan이라는 교수님이 쓴 한 편의 수학 논문을 발겼했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수많은 특허를 개발할 수 있었죠. 십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이 수학 논문을 바탕으로 세계서 가장 많은 5G 특허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저희가 지원하는 한 일본 대학 교수님이 있는데요. 그가 데리고 있던 네 명의 박사 제자들은 모두 화웨이에 채용됐으며 근무지는 여전히 이 교수님 연구실에 있습니다. 이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 성과는 여전히 이 교수님과 학교가 소유하고 저희가 이 연구 성과를 쓰려고 할 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죠. 물론 중국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외국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자녀 교육환경도 더 열악하다면 정상급 인재를 영입하기 힘들죠. 최근 미국에서 외국인 인재를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해외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야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외치다간 시간만 낭비할 것입니다.”

“저의 자녀들은 애플 제품을 좋아합니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위청둥(余承东, 화웨이 CEO)은 왜 경쟁자 홍보를 해주냐며 늘 저에게 핀잔을 주는데요.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웨이를 쓴다고 애국심이 있는 게 아니라고요. 화웨이 제품은 상품일 뿐이며 좋으면 쓰고 나쁘면 쓰지 말아야지 이걸 정치에 연관시키지 말라 이겁니다. 화웨이는 여태 ‘국가를 위해’라는 문구를 광고에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가끔 시무식 같은 행사에서 이런 유의 구호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그때마다 저희는 이런 행태를 비판해왔죠. 이런 식의 민족주의야말로 나라를 해치는 행위입니다. 중국의 미래는 ‘개방’에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많은 나라와 교류하고 여태껏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중국이 조금 더 일찍, 과감하게 개방했으면 어떨까 싶었고요. 그러면 더 많은 동맹군을 확보했으리라 생각합니다”